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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이 아니다
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이 아니다
  •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 승인 2013.12.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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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_ ‘미래의 대학’ ④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

후기 대중교육 시대에도 대학은 '고등' 교육기관으로서 중등교육과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미래의 대학' 연재 네 번째. 이번 호에는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을 살펴본다. 대학 학부교육은 하나의 종국 교육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교양교육의 완성 및 전공 입문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의 성격 변화는 대학을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 기관이라는 근대 대학의 이상보다는 중등교육과 유사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함을 의미한다.

‘미래의 대학’ 연재 순서
1. 대학환경의 변화① 고등교육 대중화와 대학교육
2. 대학환경의 변화② 경제위기와 인구감소
3.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연구와 교육
4.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
5. 대학시스템 개혁방안
6. 미래의 대학과 교수의 연구

미래의 대학은 어떠한 모습을 갖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의 대학을 냉철히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중등 이후 교육 진학률이 100%에 가까운 경우 후기 대중교육 시대의 대학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후기 대중교육 시대에도 대학은 ‘고등’ 교육기관으로서 중등교육과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아니면 대학은 중등 교육의 연장선상의 어디에 놓여 있을까. 19세기 근대 대학의 등장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을 최종적 교육기관(종국 교육기관)으로 여겨 왔다. 대학졸업생을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하고, 전문직(의사, 법률가, 성직자 등)에 종사하도록 사회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경우 대학교육은 중등교육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고등’ 교육기관이었다.

그러나 종국 교육으로서의 대학의 모습은 사실상 오래 전에 바뀌었다. 예를 들면,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전문직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하는 사회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미 전문직 가지려면 ‘전문대학원’ 졸업해야

흔히들 대학을 졸업했는데 해당 전공 분야에 대한 전공 지식이 부족해서 대학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이것은 종국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이미 변화해 그 기능을 대학원에 넘겨주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대학의 사회적 기능은 대중화 단계, 후기 대중화 단계를 지나면서 많은 변화를 해 왔다.

이러한 대학의 사회적 기능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양적 측면에서 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 혹은 종국교육이 아니다. 예를 들면, ISI에 등재된 논문 수 기준으로 지난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된 지식의 양은 800배나 증가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은 이러한 지식의 극히 일부만을 공부하며, 보다 심도 깊은 지식은 대학원에서 공부한다. 결국 대학의 학부교육은 종국 지식의 학습장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대학원에 넘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지식의 내용에 있어서도 대학교육은 이미 종국 교육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미국에서 대학의 학부 교육은 이미 교양 교육이며, 전공을 공부하더라도 입문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다. 심도 깊은 전공 지식은 대학원 단계에서 공부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것은 전공 지식보다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량’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OECD에서는 세계 각국의 대학생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면서 전공 지식과 더불어 핵심 역량을 평가하는 평가지를 개발해 이미 2012년도에 시범적으로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교양교육을 강조하거나 '기숙형 학부대학'의 개념을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대학교육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사진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 중 하나인 'RC독서 토론대회' 모습이다. 사진제공 :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육개발센터

대학교육은 교양교육 완성ㆍ전공 입문교육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 혹은 교육과정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대학교육은 하나의 종국 교육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교양교육의 완성 및 전공 입문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이 교양교육을 강조하거나 기숙형 학부대학(residential college)의 개념을 앞 다투어 도입하는 것도 이러한 대학교육의 변화 양상과 맥을 같이 한다. 만약 대학교육을 일종의 교양교육의 완성 및 전공 입문 교육이라고 전제한다면, 대학교육은 중등교육과 별개의 차별화된 교육으로서의 ‘고등’교육이라기보다는 교양교육의 완성으로서의 ‘후기 중등교육’의 성격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성격 변화는 대학을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기관이라는 근대대학의 이상보다는 오히려 중등교육과 유사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함을 의미한다. 즉, 후기 대중화 시대의 대학교육은 중등교육과의 공통성이 한층 더 커지고, 연구를 통한 교육(research-driven education)이라는 근대 독일 대학의 이상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 학부교육은 ‘후기 중등교육’ 성격 더 많아

결국 후기 대중화 시대의 대학은 중등교육 기관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교육 기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등교육 기관의 연장선에서 교양교육을 완성하고, 대학원의 전문교육으로 이행하는 ‘전환기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대학의 학부교육은 교양교육에서 전문교육으로 이행하는 중간 수준의 교육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대학을 지나치게 중등교육과 분리해 개념화하는 데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우리나라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나아가 학부교육과 대학원 교육이 상호 간 원활한 연계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지식생산과 사회발전, 고등교육의 세계적 변화와 발전방향에 관심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200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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