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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교육 담당 교수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학부교육 담당 교수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 승인 2013.12.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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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_ ‘미래의 대학’ ⑥ 미래의 대학과 교수의 연구

'미래의 대학' 연재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고비용을 유발하는 지나친 연구지향성을 개선하고, 준비 안 된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화두를 던졌다. 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학부와 대학원 분리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대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연구'는 순수연구 혹은 응용연구를 토대로 이것을 교육 콘텐트로 전환하고 이런 콘텐트를 학생들의 준비도에 맞게 재조직하는 지적 활동을 포괄한다.  

‘미래의 대학’ 연재 순서
1. 대학환경의 변화① 고등교육 대중화와 대학교육
2. 대학환경의 변화② 경제위기와 인구감소
3.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딜레마, 연구와 교육
4. 후기 대중화시대 대학의 정체성
5. 대학시스템 개혁방안
6. 미래의 대학과 교수의 연구

미래의 대학은 필연적으로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간의 학사행정조직의 분화를 초래할 것이며, 이러한 분화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research driven teaching)’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 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좋은 연구자는 훌륭한 교육자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대학들이 박사학위 과정에서 전문적인 학술연구자 양성을 위한 훈련 외에 별도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박사학위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연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고, 미래의 교육자 양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박사학위 취득자들 중에서 연구기관,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에서 교육자로 활동한다. 해당 학문분야의 전문가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교육자로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핀란드 공과대학, 교수임용시 교육학 석사취득 의무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혹은 대학교수 경력발전을 위한 프로그램(faculty development program)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학교수 채용조건에 대학 강의경력과 강의평가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핀란드의 경우에는 공과대학(university of applied science) 교수들에 대해 교육학 석사학위 취득을 의무화하기도 한다. 앞으로 대학교수를 채용함에 있어서 연구자로서의 역량과 자질과 더불어 교육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은 교수의 ‘연구’에 관한 질문이다. 앞으로 대학교수, 특히 학부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수들이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가, 연구를 한다면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인 것이다. 당연히 대학교수들에게 연구는 중요한 부분이고 좋은 연구 없이 질 높은 교육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학교수들이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앞선 논의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을 연구자로 인식하는 교수들은 주로 해당 학문분야에서 최첨단 지식을 생산하는데 역점을 둔다. 그에 비해 자신을 교육자로 인식하는 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지식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재조직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육적 내용으로 전환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교수들의 교육을 위한 지적활동을 연구라는 하나의 큰 틀에서 설명한다면 이러한 연구들은 기존의 순수연구, 응용연구, 발전연구와는 차별화해 ‘교육연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어떤 다른 특징이 있을까? 기존의 연구가 주로 자신의 학문분야의 학문적 가치가 높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거나(주로 순수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 활용해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역점을 둔다면(주로 응용연구, 발전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교육연구는 이들 순수연구 혹은 응용연구를 토대로 이것을 교육 콘텐트로 전환하고, 그러한 콘텐트를 학생들의 준비도에 맞게 재조직하는 지적활동 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각 학문분야별로 연구된 첨단 지식들을 모두 학부교육에서 가르칠 수 없고, 이러한 지식들 중에서 일부만이 학부교육에서 강의된다. 이와 같이 각 학문분야에서 학부생에게 가르칠 지식을 선별하고, 가르칠 순서에 따라 조직하며, 가르칠 지식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교수법을 개발하는 지적 활동에 대해 ‘연구’라는 별도의 용어가 적절한지 의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공학, 경영학, 간호학 등의 분야에서는 대학의 질 보장(quality assurance)과 관련해 이러한 유형의 연구들이 상당히 많이 이루지고 있다.

학부교육, 별도의 연구 없이 질 높이기 어렵다

‘교육연구’라는 용어에 대해 다소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대학교수들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수업 내용을 준비하고, 각 내용에 따른 강의방법과 평가방법에 대해 고민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혹자는 이러한 활동들은 별도의 연구 없이도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쉽게 터득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각 학문분야의 지식들 중에서 학부단계에서 배워야 할 내용,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배워야 할 내용, 박사과정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구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학부학생들의 대다수는 졸업 후 대학원이 아닌 사회로 진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의 학부교육과정은 대학원 교육과정과는 확연히 구별돼야 한다. 대학이 후기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 대규모 강의가 많아지고,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는 떨어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거의 전통적 교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학생들은 학점에 더욱 민감하다. 대학에서 학생평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학부교육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별도의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후기 대중화 시대의 대학교수들에게 교육연구는 필수적이다. 또한 국가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질 보장 장치를 도입하고,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도입하는 등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 힘 입에 학부교육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노력들과 더불어 정부의 연구비 지원정책도 각 학문분야에서 ‘교육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참에 정부에 대해서도 기초ㆍ응용ㆍ발전연구와 더불어 교육연구라는 하나의 새로운 연구유형의 신설을 제안해 보고 싶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지식생산과 사회발전, 고등교육의 세계적 변화와 발전 방향에 관심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200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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