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15 (금)
다윈이 주목했던 ‘웃음’과 인간의 감정표현
다윈이 주목했던 ‘웃음’과 인간의 감정표현
  • 교수신문
  • 승인 2014.01.08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새해에는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웃음이 없다면 인간은 소외된 개인으로 머무르게 될 것이다. 특정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왜 정신이 팔릴까? 개는 왜 꼬리를 흔들고 고양이는 왜 으르렁 거리는가? 우리는 왜 당황해하며 당황하면 왜 얼굴색이 붉어질까?


이런 질문에 최초로 과학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종의 기원』을 저술한 찰스 다윈이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1872)이란 책을 통해 이런 종류의 의문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감정과 ‘안면 표현’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는 영아와 어린이, 정신이상자, 화가, 조각가, 고양이, 개, 그리고 원숭이에 대한 연구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생활해온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윈은 인간과 동물이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했다. 자연선택이론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사람의 심리를 분석했던 『인간의 혈통』(1871)의 후속 판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 행동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윈은 집중할 때 입술을 오므린다든가 분노를 표현할 때 눈 주위의 근육이 조여지는 것 같은 인간 특성들의 기원을 동물에서 추적하는 등 진화적으로 접근했다. 동시에 영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을 세밀히 조사·반영하기도 했다.


다윈은 ‘표현의 일반적인 원칙’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시작한 다음 사람을 포함한 특정 종의 특이적인 감정표현 양식에 주목했다. 이어 매우 광범위하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즉 불안, 슬픔, 낙담과 절망을 포함한 ‘의기소침’을 논하는가 하면(7장), 즐거움, 사랑, 다정함, 헌신 같은 ‘의기양양’(8장)이나, 추상과 명상에 대해 고찰(9장)했으며, 증오와 분노(10장), 모멸, 모욕, 혐오, 죄의식, 자존심, 무력감, 인내와 확신 등(11장)을 끄집어냈다. 놀라움, 경악, 두려움과 공포(12장), 관심, 부끄러움, 수치심과 겸손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감정 상태(13장)도 다뤘다.


결론적으로 다윈은 ‘안면 표현’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진화의 산물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여러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안면 표현’을 비교해 인종 또는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동일한 기본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그는 인간과 동물의 표현을 비교해 많은 놀랄만한 유사성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는 ‘안면 표현’은 학습된 행동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이라 생각했다. 다윈은 자연선택의 개념을 여기에 도입해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라마르크가 주장한 ‘획득형질의 유전’에 대한 다윈의 신념이다. 다윈은 자주 사용된 표현, 즉 습관적 행동을 결국 획득하게 된다는 생각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다윈 역시 그 시대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자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자가 어떻게 자연 선택되는지에 대한 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즉 다윈은 멘델의 업적을 모르고 있었다. 21세기 들어 감정 표현과 행동에 대한 다윈의 업적은 생물학, 정신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재검증되고 있다.


다윈이 사람의 사회적 교류의 핵심요소로 맨 먼저 확인했던 인류 공통의 표정은 웃음이다. 웃음은 우리를 ‘사회적 種’의 하나로 묶어준다.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진화한 것이므로 다른 동물 종에서도 원시적인 형태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감정표현은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보면 시각신호의 일종이다. 동물의 시각신호는 의례화 돼 있다. 즉 진화를 겪어오면서 과장되고 정형화 돼 있어서 시각적으로 쉽게 탐지될 수 있다. 시각신호는 밤이나 심해의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용되는데 개똥벌레나 일부 물고기들은 멀리 있는 수신자에게 빛을 내어 신호를 전달한다. 발신자가 보낸 신호에 대한 수신자의 반응은 종종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개코원숭이 수컷은 나이든 수컷의 위협행동을 보면 암컷과의 교미가 달려있는 경우라도 도망친다.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동반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볼드윈은 자연선택이 생물학적 법칙일 뿐만 아니라 생명과 정신을 다루는 모든 과학에 적용되는 원칙이라 주장했다. 다윈이 감정의 ‘안면 표현’은 자연선택에 의한다고 제안한 것을 제임스 볼드윈은 ‘사회적 유전’이란 용어로 대체해 설명하고 있다. 책 말미에서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를 인식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의 고통이 경감될 수도 있으며 기쁨이 배가 될 수도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