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4:45 (목)
분권화된 디지털 화폐가 던지는 질문
분권화된 디지털 화폐가 던지는 질문
  • 김재호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1.13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43_ 비트코인

분권화된 디지털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화제다. 최근 한 건물주는 비트코인으로 임대한다고 해 시선을 끌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비트코인(bitcoin)’을 만들었을까? 단일 화폐에 대한 인류의 꿈이 이뤄질 날이 도래할까? 비트코인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비트코인은 중앙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사용자들끼리 P2P(peer-to-peer) 방식으로 거래한다. 그것도 안전하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오픈소스 시스템에 기반한다. 비트코인은 인터넷 이후 최대의 인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 : P2P 기반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짧은 논문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의 토대를 마련하고 잠적했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분권화된 전자 화폐로서 디지털 서명의 연속(Chain)이다. 거래 기록이 계속 남아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과연 안전한 거래수단인가

2013년 8월 독일은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비트코인의 사적 거래는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태국은 전면 금지했다. 중국은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하려고 한다. 한국은 관련 내용들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키프로스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했다.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는 유로존 금융위기에 따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거래소를 통해 현금을 주고 사는 방법과 채굴(mining)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국내엔 코빗(www.korbit.co.kr)을 통해 매수·매도가 가능하다. 현재 1BTC(bitcoin)은 98만4천966원이다(1월 9일 현재). 다른 방법은 컴퓨터를 통해 수학 문제를 풀듯이 채굴하는 것이다. 연산 문제는 10분마다 한 명만 풀 수 있다. 문제의 난이도는 참가자 수에 따라 비례한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45년까지 2천100만BTC로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문제를 푼 사람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보상금은 처음엔 50BTC였는데, 지금은 25BTC이다. 문제를 더 잘 풀기 위해 전문 장비가 동원되기도 한다. 비트코인 계좌는 ‘지갑(wallet)’이라고 하여 약 30자릿수 번호로 이뤄진다. 거래 내역은 ‘블록(block)’으로 저장된다. 비트코인은 https 방식의 웹사이트 접속 방식과 같다. 공개키와 비밀키를 통해 보안을 약속한다.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부키, 2013)의 저자이자 코빗에서 일하는 김진화 이사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최초의 글로벌 단일화폐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라며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이 기술적 혁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그것을 통해 어떻게 금융을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비트코인은 과학기술기반의 금융네트워크이자 화폐라는 것. 또한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이후 가장 중대한 혁신이 벌어지고 있다고 세계 유수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이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기회와 리더십을 잡을 것인가도 고민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화 이사는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관련 동향에 대해선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12월 한 달 간 거래량은 원화기준 140억 원 정도였다. 초기에 비해 많이 차분해진 모양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간 거래 규모는 국내만 한정해서 집계되지 않는다”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이용하는 분들이 지난 연말을 경과하며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내엔 조금 늦게 거래소가 생겨 미국의 마운틴곡스 등에 의해 비트코인 거래가 독점될 가능성은 없을까? 그는 “거래소들 역시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특정국가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마운틴곡스의 점유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혁신에 대한 리더십 필요

그는 저서에서 비트코인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쉽고 빠른 개인 간 거래, 수수료로부터 자유로움 △국경 없는 거래 가능 △국가 통화 정책에 대한 불신 △오픈소스 기반의 자생적 커뮤니티와 생태계가 제공하는 신뢰.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가 인터넷으로 이뤄지다보니 해킹에 대한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자체는 한 번도 해킹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장부가 전 세계적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 해킹을 통해 그것을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블럭체인(일종의 공개 장부)상의 거래 기록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마이닝에 참여하는 컴퓨팅 파워의 51%를 장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김 이사는 “물론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연산 규칙 자체가 달라져서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공인인증서 등 모든 암호화체계가 다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에선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분산 컴퓨팅 파워가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500대의 파워를 합친 것보다 8배 정도 앞선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해킹이 어렵다는 뜻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비트코인 관련 해킹의 위험은 비트코인 자체보다는 웹지갑 등 비트코인 관련 웹서비스의 해킹 위험에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관련대응 보안 수준 역시 발전하고 있다.

중앙통제식 화폐정책에 대한 저항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정치적 의도에 걸맞은 화폐라고 비판한다. 중앙통제식 화폐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등장의 과학사적 의미는 △사용자 자율에 기반한 거래방식 △오픈소스 기반의 시스템 공개 △저비용 고효율의 혁신성 △중앙 통제식 화폐 정책에 대한 저항 △2천100만 개라는 제한된 발행으로 희소성 유지 등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화폐 강국은 필요하면 마구 찍어내는 방식으로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이러한 방식에 대한 반발심이 크게 작용했다.

조가비에서 비트코인까지 인류의 화폐는 진화 중이다. 일면 탈자본주의적으로 비춰지는 비트코인이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거대한 화폐 체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디지털 과학세계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창조물이 인류에게 다가왔다. IT기술에 기반 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과연 얼마만큼 상용화할지 두고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