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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자원’으로 취급하는 동물 … 인간은 과연?
새끼를 ‘자원’으로 취급하는 동물 … 인간은 과연?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1.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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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44. 유아살해

최근 한 동물 관련 방송프로그램에서 늑대가 자기 새끼를 삼킨 게 아니냐는 내용을 보고 놀랐다. 어미가 돌보는 몇 마리 늑대 새끼 중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수의사는 아마도 늑대가 연약한 새끼를 물어죽이고 사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삼켰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 외부 침입으로부터 경계하려는 본능 아닌 본능이라는 것이다. 또한 며칠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보험금을 목적으로 자매를 살해한 내용을 방영했다. 특히 다른 이의 자식을 입양까지 해가며 아기들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처럼 이용했다는 소식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기 새끼를 죽이는 것일까?

어린 생명체의 살해는 이미 자연 환경에서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동물들은 생존과 생식을 위해 주변의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을 이용한다. 이러한 환경요인을 ‘자원’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피식자는 먹이자원이 되고, 생식을 위한 짝은 이성자원이 된다. 이 가운데 생존과 생식에 적합하지 않는 동족과 약한 새끼는 쓸모없는 자원으로 치부 된다. 이하 내용은 『이기적 본능』(오바라 요시아키, 휘닉스드림, 2010), 미디어덤프(www.mediadump.com)의 「생존을 위해 형제를 죽이는 동물들(Baby Animals Which Kills Its Own Siblings For Survival)」 2011년 1월 5일자와 라이브사이언스닷컴(www.livescience.com)의 「왜 몇몇 동물들은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가(Why Some Animals Eat Their Offspring)」 2007년 11월 14일자를 참조했다.

자기 새끼를 죽이는 동물의 본능

동물학자들은 여러 유형의 동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족살육(Cannibalism)과 유아살해(infanticide) 또는 형제살해(fratricide)를 관찰했다. 스페인의 유럽참새는 수컷이 여러 암컷을 유혹해 교미한다. 그러나 한 수컷은 모든 암컷 자식의 양육을 협력하기 어렵기 때문에 첫 번째 아내의 자식양육만 돕는다. 이에 대해 두 번째 아내는 첫 번째 아내의 자식을 쪼아 죽인다. 그러면 수컷은 두 번째 아내의 자식 양육에 협력한다.

검독수리는 둥지마다 오직 2개의 알을 낳는다. 첫 번째 알이 깨어나면 새끼는 다른 알이 깨어나기 전부터 먹이를 먹기 시작해 더 크고 강해진다. 만약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면 첫 번째로 태어난 새끼는 두 번째로 태어난 새끼를 죽이고 먹는다. 이로 인해 부모는 한 마리의 강한 새끼를 키울 수 있다. 사마귀 암컷은 교미 도중 또는 교미 후에 수컷을 머리부터 잡아먹는다. 그 후 암컷 사마귀는 줄기나 잎, 가지에 100개에서 200개의 알을 놓는다. 새끼 사마귀들이 부화했을 때 주위에 작은 곤충이 없으면 그들은 형제를 잡아먹는다. 새끼 거미들과 전갈들도 같은 유형으로 형제를 잡아먹는다.

아름다운 새로 기억되는 쇠백로도 형제살해를 하는 동물 중의 하나이다. 암컷 쇠백로는 3개의 알을 낳는다. 처음 2개의 알은 어미로부터 발달할 때, 세 번째 알의 2배에 달하는 농도의 호르몬을 가져 공격적이다. 식량이 부족할 때 첫 두 새끼는 나머지 새끼를 부리로 쪼고 찌르며 죽이거나 둥지 밖으로 밀어버려 음식 분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한다. 세 번째 알은 첫 두 알이나 처음 태어난 새끼들이 첫 날에 변을 당할 때를 대비한 여분일 뿐이다.

얼룩도룡뇽의 알들은 두 종류의 올챙이로 발달한다. 정상적 변화(normal morph)와 동족살육적 변화(cannibal morph)이다. 동족살육적 변화는 연못의 물이 마르거나 식량이 부족할 때 머리와 입이 커지고 이가 발달한다. 이들은 작은 올챙이를 먹고 빠르게 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자기 동료가 아닌 다른 얼룩도룡뇽을 먹는다. 그러나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할 경우는 그들의 형제자매를 먹기도 한다.

강한 새끼만 살아남는 適者生存의 세계

뻐꾸기는 수양자매를 죽인다. 어미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어미가 없는 틈을 타 몰래 알들 중에 하나를 먹은 뒤 자신의 알을 놓고 사라진다. 둥지 주인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알들을 기른다. 뻐꾸기의 알은 둥지의 다른 알들보다 일찍 부화해 자신과 접하는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둥지의 부모는 남은 뻐꾸기를 먹이고 키운다. 또한 샌드타이거 상어 암컷은 두 개의 자궁을 가지며 많은 알을 생산한다. 알은 자궁 내에서 부화한다. 새끼는 곧 날카로운 이빨을 발달시켜 그들의 형제자매와 부화하지 않은 알을 죽인다. 결국 각각의 자궁에서는 한 마리의 상어만 남는다. 어미는 두 마리의 새끼를 낳고 이들은 이미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였기에 빠르게 성장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제방들쥐, 멕시코작은새, 늑대거미와 다른 여러 종의 물고기들에서 유아를 살육하는 경우와 유아를 열정적으로 돌보는 경우, 두 가지 다른 행동이 공존하는 것이 진화적 이익과 연관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과학자들은 부모가 그들의 알을 먹어서 에너지를 얻거나, 식량 자원이 부족하여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한 환경의 몇몇 물고기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식량을 보충해주자 어떤 것들은 그들의 자손 먹는 것을 멈추지만, 다른 것은 그렇지 않다는 혼합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플로리다대 연구원 클루그“새끼 살육은 단지 쉽게 음식을 얻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고 보았다. 

다른 가능성을 유도하기 위해 클루그와 그의 동료 본솔은 옥스퍼드대의 모델화된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 유기체’ 관련 다른 시나리오들을 살펴봤다. 자식들을 돌보는 동물 개체에게 새끼 잡아먹는 시나리오를 설계한 것이다. 어떤 경우 물고기가 그들의 어린 새끼들을 먹는 행위는 포식자가 그들의 새끼들을 죽이려는 일종의 진화적 압력과 같았다. 이로 인해 알은 더 빨리 발달해 생존의 기회가 커지게 된다. 알을 먹어서 발생하는 몸의 에너지 증가도 관찰됐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 개체의 이익이 아닌 개체군의 이익을 위해 유아 살육은 진행됐다. 이 때문에 “유아 살육은 이들 동물들에서 단지 하나의 이익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인가
 
유아 살육으로 성장기간이 긴 자식을 근절해 부모는 자신의 에너지를 아낀다. 부모가 자식을 기른다는 것은 과중한 체력저하와 수명 단축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큰섬새나 킹팽귄은 부모가 자식을 양육할 만큼 건강하지 않을 경우 자식을 도중에 단념한다. 숲쥐는 먹이가 부족하면 자식 중 일부를 버린다. 가사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새끼를 방치하거나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암컷은 충분한 영양섭취가 가능한 먹이, 사냥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적 여유,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 좋은 생활환경 등을 제공한 수컷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흰물떼새는 종종 남편이나 자식을 버리고, 풍부한 자원을 가진 다른 수컷과 다음 생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결국 생식과 생존을 위해 아기들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지구상에서 오래전부터 발생하고 있던 사건이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는 ‘돈’이라는 ‘자원’이 풍족하지 못하면 동족을 대상으로 살해를 하고, 이용을 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자원’처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제3자 입장에서는 손가락질 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 어려운 이들은 외면한 채 그들이 범죄에 빠지는 것을 질책만 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런 자격이 있는지 생각을 해본다. 인간 사회가 동물과 다르기 위해선 욕심과 방관을 가장 먼저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도 결국은 동물들과 다를 바 없는 생존과 생식의 삶만을 위한 단순한 한 개체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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