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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될 수 있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2.1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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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46_ 여성과 오픈소스

오픈소스가 일과 가정 모두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오픈소스를 활용해 일하면서 여성들이 자아를 성취하고 적당한 경제적 대가까지 받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크리스티 엘러는 지난 4일 오픈소스닷컴(Opensource.com)에「오픈소스로 돈 벌고 즐거움도 얻고(Make money and have fun in open source)」를 포스팅했다. 오픈소스닷컴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오픈소스의 여성들 주간’을 선정해 집중 조명한다. 오픈소스닷컴은 오픈소스가 어떻게 산업, 교육, 행정, 보건, 법 등 일상의 여러 측면에 응용되는지 알려주는 온라인 매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남자들이 가득하다. 기술 컨퍼런스에는 대부분은 남자 엔지니어들이 가득하고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역시 우리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엘러는 치장하거나 팝송을 듣는 것 만큼 코딩하는 게 재미있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픈소스의 신비와 매력에 빠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에 응용되는 오픈소스의 힘

크리스티 엘러는 워드프레스 웹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오픈소스SW를 사용해왔다. 스타오피스에서부터 그녀는 오픈소스와 자유 소프트웨어를 애용해왔다. 엘러는 2011, 2012년 GNOME OPW(Outreach Program for Women) 인턴으로 활동했다. 인턴 활동에서 엘러는 오픈소스의 협력 모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체험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인터넷 릴레이 챗(IRC chat)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해답을 찾는다. OPW는 여성들이 자유·오픈소스SW를 접할 수 있도록 몇몇 관련 재단들과 연계해 일 년에 두 번씩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다음달까지 30명의 인턴들이 OPW에 참여하고 있다. GNOME은 GNU Network Object Model Environment의 약어로 자유·오픈소스SW 데스크톱 환경을 의미한다.

오픈소스닷컴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오픈소스의 여성들 주간’을 선정해 집중 조명했다.

오픈소스의 여성들, 프로그래밍의 여성들, 그 모든 기술 분야의 여성들, 그들은 어디 있을까? 존경할 만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을 관련 커뮤니티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롤모델이 필요하다. 오픈소스로 성공하고 즐거움을 얻고 있는 여성. 엘러는 GNOME의 책임자 카렌 샌들러를 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엘러는 우분투(오픈소스 운영체제)와 GNOME 데스크톱을 쓰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다. 그녀는 잉크스케이프(Inkscape.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 김프(GIMP. 이미지 편집툴),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 오피스 프로그램), 워드프레스(WordPress. 블로그 서비스) 등 오픈소스 툴만을 사용한다. 오픈소스 활용은 재밌고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롤모델 여성을 찾아서

인도의 누퍼 라발은 위키피디아에서 편집 일을 하며 겪었던 일을 토로했다. 2011년 위키미디아 재단에서 최초로 시작한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유산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익숙하다. 전 세계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위키피디아야말로 오픈소스의 철학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라발은 영어 버전의 위키피디아에 인도 여성 작가들의 내용이 부족한 것을 파악했다. 라발은 바마라는 인도 작가에 대한 페이지 열었다. 바마는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하 계급에 속하는 달리트 출신이다. 바마는 인도 여성들이 겪은 이중고, 즉 카스트 제도 하에 여성이 겪은 억압과 달리트 속에서도 발견되는 남성에 의한 차별에 대해 썼다. 하지만 바마에 대한 자료는 부족했다. 웹페이지는 사장될 위기에 처했는데, 협업에 의해 바마 관련 내용은 위키피디아에 실리게 됐다. 인도의 장인 공예 기술과 口傳에 대한 사례도 이와 비슷했다. 그래서 라발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도 출신 여류 작가들에 대한 웹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라발의 작업은“완전히 오픈되고 자유로운”위키피디아 정신을 구현하는 데 일조했다.

라발은 “매일 스스로에게 되짚는 질문은 위키피디아와 같은 인프라와 자유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작업 과정에서 발견되는 불평등한 디지털 지형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현재 인도에서 자유 소프트웨어 문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 트렌스젠더는 이러한 문화 운동을 통해 폭넓은 의미의 성을 포괄하고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주장을 펼치며, 성 불평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라발은 단지 좀 더 많은 재원을 여성들에게 투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한 온오프라인 공간과 체계를 만들어 여성들이 스스로 미시적인 폭력과 적대감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픈소스와 자유로운 지식 협업의 커뮤니티는 필수다.

자아성취와 경제적 보상 획득

한편 기술 관련 뉴스 사이트 슬래시닷(slashdot.org)에 한 프로그래머는 “여성이 기술 분야에 뛰어들도록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면서 “적어도 한 명은 오픈소스를 통해 자아성취 및 경제적 보상을 받고 있는데, 이것으로 충분한가?”라고 밝혔다. 많은 성공사례가 있으나 남녀 간 격차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 역시 열악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중이다. 일과 가정을 위해 헌신한 엄마들에게 큰 빚을 졌고 이제는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2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분야 여성 대학생은 28.3%(22만4천225명)며,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재직 비율은 약 17% 수준(3만7천688명)이다. 신규채용이나 보직자 비율은 미미하지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자율적 양립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은 미흡하다. 2013년 실태조사도 금방 나오겠지만 별반 차이는 없을 듯하다.

오픈소스라는 기술문화적 흐름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성차별적 요소에 어떠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여성 과학자들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어쩌면 오픈소스가 가진 힘에서 발견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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