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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상실, 청각 능력을 확장할 수 있을까
시력 상실, 청각 능력을 확장할 수 있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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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47_ 어둠과 소리

어둠 속에 있던 어른 쥐가 예민한 청각을 갖게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네이처>는 최근 어둠 속에서 발생한 급격한 뇌세포 변화가 소리를 식별하는 데 향상된 능력을 부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추측으로만 존재했던 어둠과 소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까(이하 내용은 <네이처> 2월 5일자「어둠이 어른 쥐의 청각을 선명하게 한다(Darkness sharpens hearing in adult mice)」및 존스홉킨스대「조작된 눈가림이 청력 손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Simulated Blindness Can Help Revive Hearing Loss, Researchers Find)」참조).

<네이처>는「어둠이 어른 쥐의 청각을 선명하게 한다(Darkness sharpens hearing in adult mice)」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2월 5일자. 출처 = www.nature.com

한 감각의 상실은 다른 한 감각의 능력을 배가시킨다. 일시적이든 평생 지속되든 시력을 읽는다면 음악적 소질을 고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티비 원더와 레이 찰스는 손상된 시력을 극복하고 천부적인 음악적 영감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시련이 오히려 더 나은 청각을 갖는 데 유리했을 수 있다. 영화「서편제」(임권택 감독, 1993)의 송화는 타의에 의해 시력을 점차 상실하고 名唱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시력 잃고 탁월한 음악적 영감 발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둠에 가둬두었던 어른 쥐는 재빨리 더 나은 청각 능력을 발달시켰다. 이를 통해 소리의 높낮이와 주파수를 잘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능력의 개선은 대개 어린시절 나타나는, 뉴런 사이의 연결 구도를 강화하는 등 뇌의 적응과 연관된다.

<뉴런>지에 소개된 이번 연구는 존스홉킨스대 잔빌 크리거 마음과 뇌 연구소(Zanvyl Krieger Mind/Brain Institute)의 교수인 이혜경 신경과학자와 동료들이 건강한 어른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 그룹은 일주일 동안 어두운 환경에 쥐를 가뒀고, 두 번째 그룹은 자연적 햇살을 쬐일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전극을 활용해 일차 청각 피질의 뉴런 활성도를 측정했다. 즉 소리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들리는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일차 청각피질은 소리의 높낮이와 주파수를 의식적으로 지각(conscious perception)하게 해준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뇌의 일차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상호연결 역할을 하는, 시상피질 입력들의 여러 부분들이 어른이 된 후에는 덜 활성화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한 감각이 손상되면 그러한 상호연결 담당하는 피질들이 뒤떨어지는 다른 감각을 지원하기 위해 재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뇌 피질에 여러 감각 영역이 있는데 어떤 부위들은 순서대로 다른 영역에 감각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브로카 영역, 베로니카 영역 등으로 감각이 전달되고 뇌에서 이를 인지한 후 최종언어로 표현된다. 단어 고르기, 조합하기 등 과정을 거쳐 논리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여러 음역대의 주파수와 다른 강도의 소리를 쥐들에 들려줬다. 그리고 쥐의 뇌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그룹은 훨씬 작고 은은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 그룹의 쥐들은 음의 높낮이를 식별함에 있어서 좀 더 선명하게 구분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전 연구에서는 청각피질의 변화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나중에 시력을 상실한 사람들보다 더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 연구에 따라 어른의 뇌에서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됐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어른의 뇌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져 왔으나 시냅스 연결들이 가진 힘에 의해 가능했다.

감각적 보상의 발생

실험 결과는 또한 시력 손상이 음악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밝혀내는 데 토대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눈이 안보이면 좀 더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하지만 연구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인간에 대한 연구는 상세한 디테일 결과를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인간에 대한 실험은 뇌 영상법이나 행동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혜경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우리는 뉴런 차원을 살펴봄으로써 뇌에서 발견되는 기능적 변화들이 어떻게 행동의 차원에서 일어나는지 세포학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 생각에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 감각(시각)의 상실이 남아 있는 다른 감각의 프로세스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어른에게서는 잘 바뀌지 않는 뇌 회로가 청력의 측면에서 실험으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음악을 들을 경우 몇몇 음들이 잘 들리지 않아 진동과 멜로디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이번 실험은 당신이 시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음표들을 되찾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미한 실험 결과 나올까

쥐에서 발견된 감각 인지의 변화는 일시적이다. 실험이 끝난 후 어른 쥐는 평상시 청력으로 되돌아 왔다. 그럼에도 연구 결과는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청각을 향상시키는지 파악하는데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 등 인공 귀를 통해 청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노력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어른이 된 후에는 쉽지 않다. 이혜경 박사에 따르면, 시력을 상실한 지 얼마 되지 않아야만 인공 귀를 달고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학습할 수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생물학자 패트릭 캐놀드(매릴랜드대)는 쥐의 실험에서 나타난 시력 상실과 청각 능력의 배가가 인간에게선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후 연구는 시력상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쥐의 실험에서 일주일의 시각 상실이 청력에 영향을 끼친 반면 인간에겐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동안 캐놀드 박사는 칼슘 수치를 이용하여 청각 피질에 있는 모든 뉴런의 활동을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MIT에서 시각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신경과학자 파완 신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다소 놀랍다고 평했다. 이전 연구들은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소리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위치화 능력이 소폭 향상되는 것을 밝혀냈지만, 청각에 대한 자극을 비로소 감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청각 한계점(auditory thresholds, 청각역)은 대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시각 장애인들에게서 발견되는 감각(청각)의 향상은 다소 잠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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