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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 ‘指鹿爲馬’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 ‘指鹿爲馬’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2.20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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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 724명 설문조사

 

2014 올해의 사자성어 ‘指鹿爲馬’는 하영삼 경성대 교수(중어중문학과)가 『金文集成』에서 집자했다. ‘지록위마’는 곽복선 경성대 교수와 고성빈 제주대 교수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2014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응답한 724명의 교수 중 201명(27.8%)이 지록위마를 선택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이다. 『史記』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告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削足適履’(23.5%)였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展示行政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삭족적리는 『淮南子』 券17 「說林訓」에서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라고 평가했다.

‘至痛在心’(20.3%)과 ‘慘不忍睹’(20.2%)는 오롯이 ‘세월호’에 바쳐졌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효종이 청에 패전해 당한 수모를 씻지 못해 표현한 말이다. 이를 추천한 곽신환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라고 밝혔다. 많은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이유로 지통재심을 선택했다.

참불인도는 당나라 시인 李華의 『弔古戰場文』의 “傷心慘目, 有如是也”를 줄인 말로,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추천한 김언종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윤리적 각성과 사회시스템의 올바른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추천했다.

 

 

☞ 지록위마 유래 :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걸 뜻한다. 秦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에 趙高란 악당이 있었다. 조고는 시황제가 죽자 遺詔를 위조해 태자 扶蘇를 죽이고 어린 데다가 어리석은 胡亥를 내세워 황제로 옹립했다. 그래야만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호해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李斯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자기가 승상이 돼 조정을 완전히 한 손에 틀어쥐었다.

조고는 입을 다물고 있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술책을 썼다. 어느 날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제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조고가 짐짓 사슴을 말이라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저게 뭐 같소?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라고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신들은 조고가 두려워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나마 의지가 남아 있는 사람만이 ‘사슴입니다’라고 말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답한 사람을 똑똑히 기억해 뒀다가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니 누구도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게 됐다고 한다. 또한 황제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면서 정사에서 손을 뗐다고 전해진다.

출처 : 『史記』, 『고사성어 따라잡기』((주)신원문화사, 2002.5)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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