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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새로나온 책
77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4.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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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무언가를 알아낼 때마다 신비함이 사라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에 숨어 있는 비밀이 밝혀지면 고귀하게 여겨왔던 인간의 정신이 별것 아닌 일상사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뇌에 관해 많이 알게 될수록 더욱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아는 한 뇌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다.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는 말한다“. 뇌는 자연이 창조한 경이로운 걸작이다. 뇌는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 중 가장 경이로운 구조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2천여 년 전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지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우리는 이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머나먼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헨리 시마트(Henry Semat) 석좌 교수『, 마음의 미래: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박병철 옮김, 김영사, 2015.4) 중에서

■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 최원식 정년기념논총, 백영서·김명인 엮음, 창비, 432쪽, 30,000원

최원식 정년기념논총『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는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이라는, 수많은 담론이나 기획과의 경쟁 속에서 그 존재감과 영향력을 유지해온 이 두 가지 담론의 존재의의를 재확인하며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금 실천적 논의를 제기해보려는 기획이다. 민족문학론은 20세기 후반 한반도의 반민주적 권위주의에 맞서, 동아시아론은 냉전 이후 동아시아의 우경화에 맞서 단지 지역 현안의 난맥을 풀고자 하는 의도를 넘어 동시대 세계 전반의 보편적 문제의식에까지 도달하고자 한 구체적인‘중형담론’이다. 최원식을 비롯한 15명의 연구자들의 이론적 갱신을 한 자리에 모았다.

■ 임화의 영화, 백문임 지음, 소명출판, 377쪽, 26,000원

이 책은『임화문학예술전집』(2009) 등 기존 전집이나 선집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화의 영화평론과 영화소설, 대담 등의 다양한 자료도 풍성하게 수록했다. 무엇보다 조선영화를 유동적인 複겤의 좌표들 속에서 생성 중인 것으로 보려던 임화의 영화론은 이 책의 논지가 시간적이기보다는 공간적인 측면에 더 집중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일관된 관점이 확립되고 전개되는 궤적을 재구성하는 작가론이 아니라, 각 국면에서 임화가 개입했던 상황들을 분석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영화평론가 임화의 진면목, 즉 단순히‘가장 현대적인 예술’로서 영화에 매혹됐던 모던 보이로서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의 모순이 구현된 매체로서 조선영화를 집요하게 탐구했던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 전사자 숭배: 국가라는 종교의 희생제물, 조지 L. 모스 지음, 오윤성 옮김, 문학동네, 312쪽, 20,000원

워싱턴에 있는 베트남전 기념물에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문구도 없고, 전장의 장병들을 재현한 기념물도 없이 그저 나지막한 검은 벽에 전사자들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는‘탈영병 기념비’가 있고 거기에는‘모두가 혼자’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런 사례는 전사자숭배와 내셔널리즘을 탈주술화하고, 탈신화화하는 징후들이다.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감추고, 죽은 자들을 개인이 아닌 국가의 이름으로 영웅시하는 태도는 정치의 야만화와 개별 인명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한다. 이는 파시즘을 낳은 우파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정치적 수단이다. 전쟁 경험을 이상화하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공동체적 관념이 개인들 위에 절대적으로 군림할 때 국가 권력과 내셔널리즘은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야만화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조선의 중인들, 허경진 지음, 알에치코리아, 400쪽, 18,000원

‘중인’의 전방위 재능과 비범함은 예술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그들은 탁월한 외국어 실력과 열린 사고로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소개하는 문화 메신저였고, 목숨을 걸고 전염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용기 있는 히포크라테스였으며, 과학적 사고로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을 온몸으로 실천한 신지식인이었다. 성리학의 탁상공론에 빠져 정쟁만을 일삼던 사대부도 실천적 지식으로 무장해 사회적 영향력이 커져가는 중인 계층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몇몇 왕과 사대부는 중인의 비범한 재능과 실천적 사고를 높게 여기며 측근에 두고 교류하기도 했다.

■ 종교, 설명하기: 종교적 사유의 진화론적 기원, 파스칼 보이어 지음, 이창익 옮김, 동녘사이언스, 560쪽, 25,000원

워싱턴대 심리학과와 인류학과에 소속돼 있으며, 개인기억과 집단기억을 연구하는 헨리 루스 프로그램의 기금 교수로 있는 저자는 신경과학과 종교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학자다. 여전히 중요하게 연구되는 부분인 인지종교학 분야에서 아직 저자를 대체할 만한 연구결과가 없다. 인지종교학은 종교학의 이론과 방법에서 어떤 급진적인 혁신을 가리키는 기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인지종교학을 통속적인 무신론 담론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통해 종교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나아가 종교적인 사유와 행동은 진화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 푸코 이후: 통치성, 안전, 투쟁, 세리자와 가즈야·다카쿠와 가즈미 엮음, 김상운 옮김, 도서출판 난장, 384쪽, 26,000원

‘규율=훈육’의 푸코(즉『광기의 역사』와『감시와 처벌』의 푸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푸코’다. 그러나 이 책의 필진들은‘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푸코’이후의 푸코, 즉 1970년대 후반의 푸코(『성의 역사』와 콜레주드프랑스 강의의 푸코)에 주목한다. 일본 학계가 ‘우리가 몰랐던 푸코’를 그려냈다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한 적 없던‘자신들만의 푸코’를 발명해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푸코의‘이해’와‘활용’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푸코를 과감하게 활용한 이런 도전적 시도는 1970년대 후반의 푸코가 펼쳐보인 사유가 무엇인지, 이때의 푸코를‘어떻게’읽을 것이며 그때 생겨나는 새로운 사유의‘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풍부한 쟁점을 제공해준다.

■ 한국춤통사, 김영희·김채원·김채현·이종숙·조경아 지음, 보고사, 600쪽, 30,000원

단 이 책은 내로라하는 한국 무용이론가들의 장기 프로젝트 완성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의 춤이 학문의 영역으로 발돋움한 지 반세기가 지났으나, 우리 춤의 역사를 총괄해 서술한 역사서가 부재하다는 사실은, 연구자는 물론 춤계로서도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춤 장르 전반을 다루지 못하고 근대 시기까지만 다루거나 현대 시기에 그치는 등 한정된 시기만을 다뤄온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은 한국 춤 전반의 역사를 선사시대, 부족국가시대, 삼국시대,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해방~한국전쟁, 대한민국(1950~2000년대)으로 구분해 서술했다. 북한춤의 흐름은 부록으로 담아냈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배치해 이해를 도왔으며, 그림, 사진, 표 목록을 정리해 시대별로 쉽게 찾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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