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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성적평가 없는 ‘자유·진리·정의’ 장학제도 개편안
고려대 성적평가 없는 ‘자유·진리·정의’ 장학제도 개편안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1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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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학습권 보장 위한 개편 … 총학에선 대학측 ‘일방통행’ 비판

지난 3월 취임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시험 없는 대학 강의를 천명한 데 이어 성적장학금 폐지를 골자로 한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비싼 교육비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반복해야 하는 학생들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장학금이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장려하는 목적에 쓰여야 한다는 염 총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 대학 총학생회는 장학제도 개편안을 추진한 대학본부의 방식이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며 대학행정에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가 발표한 새 장학제도는 자유·정의·진리 장학금 3종이다. 자유장학금은 학생자치활동과
근로에 주어지는 장학금이다. 정의장학금은 필요한 곳에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경제적 문제가 학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진리장학금은 학업과 연구 성취도를 고취시키기 위한 장학금으로 해외대학과 협정을 맺은 교류프로그램에 지원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기반 장학금이다.

고려대는 장학금 예산을 올해 333억원에서 내년에는 7% 인상한 359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가운데 35억원은 자유장학금으로 쓰이며 정의장학금과 진리장학금은 각각 200억원과 100억원씩 지원된다. 이미 지급이 예정된 내년도 성적장학금으로 24억원이 책정됐다. 성적장학금은 내년 지급예정분을 모두 소요하면 자동폐지 되도록 했다.

이 같은 장학제도 개편은 염 총장의 평소 교육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염 총장은 성적장학금이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도 성적 장학금은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고려대는 장학금을 대신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모님 초청 동반 오찬을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독려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장학제도의 개편이 온전히 대학본부 내부에서 이뤄져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는 점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기존 성적장학금 제도를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 대상 장학금과 프로그램 장학금 제도를 확대한다는 개편안을 학보사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실질적 수혜자인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는 논의는커녕 한마디 고지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폐지되는 성적장학금은 약 63억원으로, 교내 장학금의 2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학생들은 염 총장이 취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권위주의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평소 대학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행정학을 전공한 총장이 수많은 학생들의 삶을 뒤흔드는 장학금제도 개편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미 염 총장과 총학생회는 지난 6월 ‘총장과 학생과의 대화’에서 한 차례 충돌한 바 있다. 당시 염 총장은 등록금 등 대학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학생은 피교육자다. 합리적인 의견이 있으면 반영하겠지만 결정 권한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장학제도 개편안의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은 “염 총장의 개혁안에 크게 공감하지만 총학생회가 제기하고 나선 일방적인 의사결정구조는 분명 정확한 지적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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