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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건 프라임사업 … 구조개혁 평가 방식 되풀이?
시동 건 프라임사업 … 구조개혁 평가 방식 되풀이?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2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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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사업 시안 발표
▲ 지난 21일 충남대에서 열린 교육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공청회에서 한 교수가 자료집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익

교육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이 대학을 혼란에 빠뜨렸다.

교육부는 21일 대전 충남대에서 공청회를 열고 프라임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과 코어사업(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의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프라임사업은 대학의 전공별 입학정원을 사회수요에 맞춰 조정하는 대학에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3년간 2천362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 예산 300억원과 이공계 여성인재 양성사업 예산 50억원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9개교와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10개교를 프라임 사업 대상 대학으로 선정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은 150억원을 지원받는 8개 대학과 300억원을 지원받는 최우수대학 1곳을 뽑는다. 최우수대학이 없을 경우 1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해 10개교를 선정한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대학별로 50억원을 지원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선발하지만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수도권을 포함한 5개 권역에서 2개씩 선정한다.

대학 내 인문학과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코어사업에는 344억원이 배정됐다. 12개 내외의 대학을 선발해 10억~40억원을 차등 지원한다. 이 사업에 지원하려는 대학은 △글로벌 지역학 모델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 △기초교양대학 모델 △대학 자체개발 모델 등 5개 모델 가운데 적합한 모델을 대학에 적용해 정원과 전공을 조정한 뒤 신청할 수 있다. 선발은 수도권과 지방 2개 권역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프라임사업 예산 가운데 300억원을 분할해 배정 받은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은 후진학자와 성인학습자 친화적인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평생교육원 등으로 대학본부를 벗어나 존재하던 평생학습교육기관을 정규학과로 편성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평생교육체제를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 계약학과로 나눠 단과대학으로 신설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5~6개교를 선정하고, 동남권, 대경권, 충청권, 호남권, 강원·제주권 등 5개 권역에서 권역당 1~2개교를 선정해 최대 15개교를 지원한다.

3개 사업 선정평가는 지난 8월 발표됐던 대학구조개혁 선정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1단계 정량평가를 통해 2차 평가대상을 선발한 뒤 2차 정성평가를 통해 최종선정 대학을 정하는 방식이다. 3단계 최종심의는 신설될 사업관리위원회와 지원금 조정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평가지표도 기존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와 대동소이했다. 3개 사업 모두 대학의 기본 교육여건을 주요 평가지표로 제시했다. 프라임사업의 경우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율, 대학 연구 실적, 산학 협력 실적 등 기본 교육여건에 40점을 배정했다. 프라임사업의 시안을 발표한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1차 정량평가에서 2배수 선발한 뒤 정성평가를 통해 최종선정 대학을 고르는 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대학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한 것과 달리 이날 발표된 사업내용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유사했다.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는 차이를 제외하면 비인기학과의 정원을 줄이라는 내용이 주였다. 

특히 인문학 교수들은 당초 1천200억원으로 예상됐던 코어사업비가 4분의 1 수준인 344억원에 불과한 점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발표내용을 보면 사실상 ‘정원 몰아주기’를 부추기는 내용이 많다. 프라임 사업의 경우 ‘유연한 정원제’를 학사제도 개편의 예시로 제시했고, 사업 신청시 정원조정을 인정받는 기준에서도 ‘기존 학과의 정원을 축소 또는 폐지해 산업수요 중심의 학과로 이동하는 경우’ ‘자율전공학부 등의 정원이 이동하는 경우’등을 제시했다. 비인기학과를 폐지하거나 특수목적 학부의 정원을 인기학과로 옮기라는 내용에 가깝다.

코어사업 역시 5개 모델 가운데 글로벌 지역학 모델과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은 각각‘지역학 위주의 학과구조 개편’‘경영·디자인·IT·CT 등 실용학문 융합’등을 예시로 제안했다. 시안을 본 한 교수는“인문학을 보호한다더니 지금 있는 인문학과마저 떼서 취업위주의 학과로 바꾸라는 이야기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모두 ‘기관 지원’ 사업이라는 점이다. 기관 지원 사업은 신청 대학의 역량과 전망을 심사해 대학본부에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보다 많은 학과를 통폐합해 인원을 조정할수록 사업에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또 다른 교수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감축안을 떠안았던 학과들은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평생교육은 이미 사이버대에서 지난 10여년간 담당해온 분야다. 10만여명이 넘는 학습자를 유치할 만큼 성장했는데, 이 학습자들을 4년제 일반대학의 수요로 편입시키기 위해 급조한 사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문학계 역시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중문학과 한 교수는 “이 사업은 당초 코어사업의 한 모델로 구상됐던 사업이다. 그런데 정작 코어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이 사업이 그에 버금가는 예산을 따냈다.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코어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을 미룬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연세대 대강당에서 서울지역 공청회를 다시 연다. 교육부 측은 “확정안이 아니므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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