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50 (금)
국민대 총동문회, 이사회 상대로 ‘정관개정 가처분신청’제기
국민대 총동문회, 이사회 상대로 ‘정관개정 가처분신청’제기
  • 이재 기자
  • 승인 2015.12.14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사회가 現총장 재임 위해 이사회 회의록 조작” … 이사회 “반대의견 반영했을 뿐”

총동문회 “정관개정 찬반 표결도 없었다”
연령제한 조항삭제, 수혜자는 유지수 총장

총장선출제도 개정으로 내부갈등을 빚어온 국민대 이사회가 파행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1월 13일 총장선출제도 개정안을 심의한 이사회 회의에서 일부 이사들이 고성이 오간 끝에 표결에 응하지 않고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들이 표결에 참가해 의사표명을 한 것처럼 기재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국민대 총동문회는 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 대학 총동문회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 회의에서 정 아무개 이사와 윤 아무개 이사가 이사회가 제안한 총장선출제도 개정안에 반대했다. 찬반이 오가는 도중 고성이 터졌고 두 이사는 회의를 지속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김 아무개 이사장은 제대로된 안건표결을 진행하지 않은 채 ‘두 이사가 반대한 것으로 하고 다들 찬성했으니 그렇게 기록하라’며 회의를 폐회하려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당시 강 아무개 이사가 본인도 반대라고 항의하자 ‘강 이사도 반대로 기록하라’며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 번 치고 회의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지금 국민대가 진행하고 있는 총장선출제도 자체가 무효화될 수도 있다. 국민대는 지난달 27일부터 11일까지 총장 초빙공고를 내고 내년부터 국민대를 대표할 새 총장을 선정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총장 초빙공고는 11월 13일 개정된 총장선출제도에 근거를 두고 있어 이사회 결정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총장 초빙 공고도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이사회 측은 이 같은 의혹 제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학 법인사무처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이사회 회의 장소에 있었다고 주장한 이 관계자는 “두 이사는 퇴장할 당시 분명히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라 표결 당시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포함시킨 것이다. 강 아무개 이사 역시 반대의사를 밝혀 반대표로 기록됐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의결절차에 대해서도 “의결이 아니라 이견이라는 표현을 쓴다. 원안에 반대하는 경우 다른 의견을 내라는 것이다. 세 이사는 이견을 밝혀 반대표로 기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동문회와 법인사무처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위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야하는 상황이다. 회의장소로 쓰였던 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도 않고 녹취록이나 속기록 또한 남아있지 않았다. 국민대 이사회가 이처럼 총장선출제도를 놓고 파행을 겪게 된 이유는 뭘까.

시점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국민대 이사회는 총장선출제도를 개정하는 시도를 했다. 교수들의 투표로 총장후보자의 순위를 정하던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를 추천위원 10명이 총장후보를 평가하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로 개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제안한 것이다. 추천위원 10명은 이사회가 승인하도록 해 사실상 이사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제안된 총장선출제도 개정안에는 총장의 연령제한 조항 삭제도 포함됐다. 이 조항은 총장후보의 나이가 총장의 임기(4년)가 만료된 시점에서 정년퇴임연령(65세)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61세를 넘는 인물은 총장후보 자격이 없는 것이다.

1952년생인 유지수 총장은 연령제한 조항이 유지됐을 경우 총장후보 자격이 없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의 조항 삭제로 유지수 총장 역시 재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선출규정을 개정할 경우 개정한 당사자는 소급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엔 예외가 됐다. 유지수 총장은 지난 11월 13일 이사회에서 총장선출제도 개정안 의결을 할 때도 찬성표를 행사하면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민대 구성원들은 이사회의 총장선출제도 개정 배경에는 유지수 총장을 재임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남준 국민대 교수협의회장은 “재단이사회가 유지수 총장을 재임시키기 위해 규정을 바꾸고 있다”며 “유지수 총장이 외부 언론을 이용해 이사회에 좋은 인상을 많이 남겨왔고,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유 총장을 차기 총장으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또 “유지수 총장과 재단 유력인사들이 국민대를 족벌대학으로 고착화시키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유지수 총장은 후임 총장 선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일부 이사들에 따르면 ‘재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비공식적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한편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로 개정되면서 평가위원회 당시 투표권을 갖고 있던 직원들의 총장선출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천위원 일부에 대한 추천권을 갖고는 있지만 이 역시 이사회의 최종승인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총자후보를 5배수 추천하게 변경돼 사실상 이사회가 구성원들의 지지와는 무관하게 원하는 총장을 선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학생회, 동문회 등은 이 같은 문제점을 연일 지적하며 현재도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