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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는 없다”던 대학본부 입장 뒤집고 ‘중징계’ 요구
“징계는 없다”던 대학본부 입장 뒤집고 ‘중징계’ 요구
  • 이재 기자
  • 승인 2016.01.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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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단식농성’ 교수협의회장 징계위 회부 검토

“교수·직원·학생들이 펼쳐놓은 천막들, 치우려면 다 치울 수 있다. 그러나 불교대학으로서 이런 행동이 옳은 건 아니지 않느냐. 광장에 모여 마음껏 이야기하고 토론하시라고 강경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구성원에 대한 징계도 없을 것이다.”(2015년 12월 9일)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을 일삼은 데다 동료교수를 폭행했다. 징계가 불가피하다.”(2016년 1월 7일)

▲ 지난 2015년 한해동안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등이 천막농성을 벌이며 대학본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동국대. 동국대 핵심 관계자는 "구성원에 대한 징계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한 달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달 3일 동국대 팔정도 광장에 설치된 학생들의 천막농성장. (사진= 이재 기자)

총장이 직접 요구, 학내갈등 재발 조짐

지난해 학내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이라던 동국대의 입장이 한 달여 만에 뒤집혔다. 동국대가 당시 단식농성에 참여했던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국대 내부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동국대는 한만수 회장이 이사장과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학내외로 확산시키고 학교에 대한 비방을 일삼았다며 교원징계위원회 회부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이사회를 열었다. 또 한만수 회장이 지난해 3월 동료 보직교수를 폭행했다는 혐의도 함께 제기했다. 이 징계안은 총장 보광스님이 직접 요구한 것으로 파면과 해임, 정직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안이다.

교수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교수협의회는 “동국대 사태의 원인 제공자 가운데 한 분인 보광스님(총장)이 징계를 요청했다는 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비방을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학교 발전을 위한 비판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동국대는 지난해 12월 이사회가 갈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단식농성에 나섰던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보직교수는 “아무리 내홍이 깊더라도 대학 내에서 일어난 일로 교수나 학생을 징계할 수는 없다. 그것은 교육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새해가 되자 돌연 뒤집혔다. 이 배경에는 당시 이사회 사퇴를 주도했던 이사들과 보광스님(총장)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총사퇴를 결의했다. 2014년 동국대 총장선거에서부터 촉발된 동국대 내부 갈등의 책임을 이사회가 지겠다는 것이다. 동국대 총장선거 당시 조계종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며 현임 총장인 보광스님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컸다.

이 사태가 급기야 단식농성에 이어 학생대표의 ‘투신예고’까지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동국대 이사회가 자리를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시 이사장이던 일면스님과 보광스님(총장)의 갈등이 커졌다. 총장의 측근인 한 교수는 “총장은 사태 초기부터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태가 지속되면서 일면 전 이사장이 스스로의 안위만 생각하고 ‘자기(보광스님)’를 따돌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일면 전 이사장이 이사장 재임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불만도 둘 사이의 갈등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면 전 이사장이 이사회 총사퇴 결의를 위해 먼저 사퇴하자 총장 측이 징계안을 회부한 셈이다. 보광스님(총장)은 총장선거과정에서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등 동국대 구성원들의 퇴진요구가 집중되고 있는 인물이다. 조계종 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3일 이사회 총사퇴를 결의한 동국대 이사회는 그러나 이미 임기만료로 사퇴했던 미산스님과 최근 사퇴한 일면 전 이사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사퇴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이사는 “후임이사를 선임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친 뒤 사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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