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9:40 (금)
평생교육은 대학을 구할 수 있을까?
평생교육은 대학을 구할 수 있을까?
  • 이재 기자
  • 승인 2016.01.18 11: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주기 정원조정 대비해 ‘선제감축’에 현혹
“평생교육이 뭔지 몰라도 사업엔 참여하겠다”

참여의사 밝힌 대학들 “평단사업 감축 정원, 2주기 대학구조개혁에 반영”
사이버대 “학위 받기 위한 평생교육은 감소추세 … 평생교육 공급 과열”
일부 사립대 “평단사업 제 궤도 오르면 대학 내 평생교육원도 폐지해야”

교육부가 평생교육을 대학의 새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각종 제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새누리당을 통해 계약학과의 설립규제를 푸는 한편 대학 밖 교지를 허용해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대학설립 운영규정 개정안도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대신 성인학습자를 유치해 대학의‘먹거리’를 유지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위기의 대학을 구할 수 있을까?

“최종적인 대학본부의 판단은 아직 남아있지만 참여가 확실시된다. 이미 학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평생교육을 통해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속속 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평단사업은 학령기 인구를 중심으로 짜였던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에 선취업 후진학자 등 평생교육 대상교육을 포함시키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에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했던 자격증과정 등 성인학습자 대상 평생교육과정을 최대 200명 규모의 정규 단과대학으로 설치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는 이 같은 기본계획을 지난달 30일 확정해 발표했다. 1~2월 동안 선정작업을 거쳐 3월 경 8개교 내외의 4년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당 평균 35억원을 지원한다. 평단사업은 이 사업과 함께 발표된 ‘산학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사업)’이나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사업)’에 중복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가의 관심이 뜨겁다.

<교수신문>의 취재 결과 전국에서 상당수의 대학이 이미 참여의사를 밝혔다. 대학들은 이 사업을 통해 평생교육 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평단사업을 둘러싼 우려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요다. 설립한 지 10여년이 지난 사이버대들은 평생교육 시장 자체가 이미‘임계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대의 학습자 수는 이미 63만명이다. 상당한 규모이지만 지난 2007년 73만명에 달했던 규모에 비하면 이미 감소추세다.

서울 소재 한 사이버대 교수는 “사이버대의 수요를 지탱했던 것은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에 대학 학위 없이 사회로 진출했던 이들이다. 이미 이 같은 수요는 거의 충족됐다. 이제는 이미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영역의 학습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4년 동안 오프라인 대학에서 공부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보다 새로운 교육방식과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교육부의 정책처럼 평생교육기관의 공급을 늘려서는 이들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대는 이에 대해 시장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학위를 필요로 하는 직장인에게 학과중심의 전공학위를 제공했던 정형화된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자기설계전공’에 흡사한 방식이다. 사이버대 협의체인 원격대학협의회의 김영철 사무국장은 “사이버대들은 이미 임계점에 달한 평생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해진 학과로 학생이 들어와 수강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내용의 교과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이버대 역시 일부 학과에 쏠려있는 학과들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은 평단 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대학들도 고민하는 지점이다. 수도권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평생교육의 수요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지방마다 편차가 있고,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러나 수도권 중에서도 우리 대학이 소재한 곳은 평생교육원 운영조차 잘 되지 않는 곳이다. 평생교육이 앞으로 대학의 활로라고 보고 참여는 할 계획이나 솔직히 얼마나 잘 운영될지 우려스럽다. 이 때문에 200명 규모의 단과대학 설립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평생교육 담당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도 같은 우려를 내놨다. 진흥원 한 관계자는 “지방엔 평생교육 수요가 없다.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이라고 하면 산업시설이 구축돼 있는 일부 지역에만 국한될 뿐이다. 설치한다고 해도 단과대학이 잘 운영될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평생교육  ‘신수요’ 창출 어렵다

▲ 평생교육 분야에 먼저 발을 딛은 사이버대들은 최근 교육부의 평생교육 확산 움직임에 수요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사진제공 서울사이버대.

그렇다면 대학들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왜 평단사업에 지원하려 할까. 해답은 정원감축이다. 평단사업으로 설치될 200명 규모의 단과대학에서 입학정원 140명은 정원외 모집이 가능하다. 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기 위해 교육부가 애를 쓰는 상황에서 140명의 추가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원 내로 편성되는 60명의 입학정원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입학정원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학으로서는 60명의 입학정원을 줄이면서 대신 최대 35억원의 사업비를 책정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당근’이 있다. 60명에 대해서는 기존 등록금의 70% 수준의 등록금을 징수할 수 있다. 입학정원을 감축하면 그에 해당하는 등록금 수입도 즉시 감소했던 기존 대학구조개혁 정책과 달리 평단 사업에 선정되면 정원외 수입원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입학정원 감소로 인한 재정적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축한 60명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2주기 정원감축분으로 ‘인정’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대응도 가능하다. 부산지역 한 사립대 ㄱ기획처장은 “이번에 평단 사업으로 입학정원을 조정하면 차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정원감축분으로 인정해준다고 하니 선제적으로
감축하려는 전략이다. 차후 평가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정원감축은 하지 않겠느냐. 어차피 줄여야 할 입학정원이라면 정원감축 요구에 선제대응하고 대학의 활로를 평생교육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처장은 “부산지역의 대학들이 대부분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관심이 평생교육보다 정원감축에 무게가 실리면서 정작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운영할계획을 세우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ㄱ기획처장 역시 “학과선정이 문제다. 30세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할지, 경력단절자를 대상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육도 직업교육을 해야 하는지 전공교육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못 잡았다. 앞으로 학위를 받기 위해 대학을 올 사람은 없을 텐데 무슨 학과와 콘텐츠로 성인학습자를 4년간 대학에 묶어놓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털어놨다.

한편 평단사업을 바라보는 사립대과 국립대 사이의 시각차도 감지된다. 대학운영의 책임을 국가가 지고 있는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평단 사업 참여가 소극적이다. 이미 평생교육원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을 단과대학으로까지 끌어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사립대는 현재 대학구조개혁 국면을 ‘존폐의 위기’로 보고 평단 사업에 적극적으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충청지역 한 국립대 측은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미 평생교육원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 계획이 아닌가. 정원을 줄이면서까지 진행할 이유가 없다. 최근 우리 대학은 인근에 평생교육원 시설을 잘 구축해 현재 8천명에 달하는 수강생을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단사업 퍼스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평단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면 유사한 성격의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평단사업 한다고 평생교육원을 없애야 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따라 다른 대학들도 평생교육원 운영을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종호 2016-02-02 16:51:15
산업체 수요조사를 통하여 맞춤형 교육과정에 따른 학과개설이 필수라고 봅니다.
따라서 기존 계약학과(재교육형)의 확대개편 형태로 운영하되 학귀 및 비학위과정이
혼재된 형태가 적절하다고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