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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해외박사 7천명 “국제화인가? 종속인가?”
사회과학 해외박사 7천명 “국제화인가? 종속인가?”
  • 이재 기자
  • 승인 2016.04.2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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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4주년 기념 사회과학자 분포 전수조사

<교수신문>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한국연구재단의 도움으로 한국 사화괴학자의 학위분포를 조사한 결과, 국내 사회과학자 수가 약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대학에 속한 교수만으로 한정한 조사에서 사회과학자 수는 1만9천924명에 달했다. 2만명 시대다. 이 가운데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는 1만232명으로 집계됐다. 박사학위 취득국가를 밝히지 않은 2천500명을 제외하면 7천192명이 해외박사 학위를 취득한 셈이다. 해외박사학위 소지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회학이 국제화됐다는 의미일까, 종속성이 강화됐다는 의미일까?

국내 사회과학자들은 대체로 아직 사회과학이 수입학문의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지적했다. 사회과학은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먼저 원형이 닦였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춰 독일은 법학과 역사학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프랑스는 사회학, 영국은 정치학과 경제학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국내 수입시기는 대체로 1860년대 조선왕조의 개항 이후로 본다.

국내 사회과학이 수입학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한국사회에 대한 해석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백종국 경상대 교수(정치학)는 수입학문 토착화를 다룬 논문 「수입학문의 토착화 딜레마와 해결방안」(2016)에서 “우리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론의 과잉화와 소통의 부재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현실은 왜소화되고 수입이론과의 연계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홍우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이론이 논문 내용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현실은 그 이론의 호명에 의해 마지못해 끌려나온다. 동일한 문제의식과 비슷한 수준의 분석이 무한히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과학이 한국사회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다른 사회과학자들도 똑같이 지적하는 문제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는 “해외박사학위 소지자들의 일부가 문제의식을 가다듬는 노력보다 연구방법론을 수입하는 활동에 치중해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사회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한국사회의 문제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신문방송학 분야는 국내 언론의 위기를 설명하는 뚜렷한 자생적인 이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에 따른 국내 언론환경의 변화나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법 등 각종 이슈에 대해 해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이 분야는 이번 조사에서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 수가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 수를 앞지른 대표적인 분야다. 박사학위를 소지한 대학 소속 교수 897명 가운데 국내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는 321명에 그쳤고 미국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수가 344명으로 더 많았다.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을 출간해 파장을 일으켰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교수가 된 학자들이 기득권으로 행세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 유학파 교수들을 ‘상징폭력’을 휘두르는 ‘상징 금수저’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대학가 각 분야에서 저지르는 ‘갑질’을 고발하기도 했다. 상징폭력이란 학위나 자격증, 증서, 공인된 지위와 같은 상징권력을 휘두르는 힘을 말한다. 물리적 폭력과 다른 점은 행위자가 상징폭력을 암묵적 동조 또는 무지 하에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김종영 교수는 칼럼에서 “차별과 모순이 득세하는 곳이 사회학계”라고 꼬집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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