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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열’ 붕괴·VR이 산학협력 대체
대학졸업장 필요 없는 시대 올까?
‘대학서열’ 붕괴·VR이 산학협력 대체
대학졸업장 필요 없는 시대 올까?
  • 이재 기자
  • 승인 2016.04.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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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구조조정이 바꿀 미래, 2030년 대학을 전망한다

10년 뒤 근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예측은 쉽지 않다. 2030년으로 예측된 인구감소와 알파고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이 미래를 바꿀 것이란 확신은 있지만 과연 지금의 대학이 어떻게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길고 고통스러운 대학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어 10년 뒤 우리 사회가 마주할 대학은 지금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현재 대학구조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또 블렌디드러닝이나 플립드러닝 등 다양하게 위협받고 있는 오프라인·판서 위주의 교육방식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무엇보다 사람들이 대학에 가긴 할까? <교수신문>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쉽지 않은 질문들에 답해보기로 했다.

▲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종료되면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가상현실(VR) 기술이 산학협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은 최근 출시된 VR 기기를 체험하는 모습.

‘서성한중경외시’가 사라진다

정원감축, 학과통폐합 위주로 진행된 교육부의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은 인구절벽이 시작된 2030년, 어떤 대학모델을 만들었을까?

대학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대학서열의 붕괴다. 국내 대학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정점으로 ‘서성한중경외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와 ‘건동홍(건국대·동국대·홍익대)’등으로 서열화 된 구조를 갖고 있었다.

대학구조조정은 이 대학서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학가의 거센 반발 속에 진행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5등급 평가에서 이미 확인된 것처럼 상당수의 대학이 대학서열의 틈을 비집고 A등급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이들 대학은 이미 탄탄한 재정을 확보해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지표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년 뒤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종료되는 시점을 대비한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에 소재한 사립대 ㄱ 기획처장은 “대학구조조정이 전통적인 대학들의 서열화 된 구조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대다수의 이른바 명문대학이 재정적인 자립도 등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남은 10년을 잘 대비한다면 이들을 넘어서는 대학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대학은 재정이 탄탄한 학교법인을 바탕으로 공학계열 학생정원을 크게 늘리고 향후 사회적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를 다수 계획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 등 미래혁신기술로 일컬어지는 기술들에 대한 대비 계획을 세웠다. 이 기획처장은 “상위권 대학에 비해 대학의 몸집이 작고 대신 재정은 탄탄하다. 그리고 역사가 오래된 대학들에 비해 유연한 대학운영이 가능해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는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시 A등급을 거머쥔 서울 소재 한 사립대는 상위권 명문대가 조만간 재정적인 위기에 부딪힐 것으로내다봤다. 이 대학 ㄴ 부총장은 “서울에 몰린 대규모 사립대의 문제는 조직이 너무 커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고액등록금에 대한 반대여론이 크기 때문에 등록금을 통한 수익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교육투자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학과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기성 명문대학은 이 같은 조직개편이 쉽지않다. 교수와 학생조직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중앙대 사례를 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학의 약진 배경에는 부정적인 요소도 드러난다. 일방적인 학과구조조정과 인문·예체능 학문의 붕괴다. 대학생존에 매몰돼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저버린다는 지탄은 10년 뒤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학가의 중론이다.

대학의 모델 자체가 변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영리대학의 탄생이다. 이미 영미와 일본 등에서 출현한 영리대학은 수익을 내는 교육기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김철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대학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통한 고등교육의 다양화와 경쟁력 강화 촉진이 예상된다. 교육의 질적 수준과 순수성, 교권약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영리법인은 세금부과,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 기업 경영방식, 이윤추구, 지식응용 및 기술발전, 수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운영, 산출 중시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이 산학협력을 대체한다

최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KBS>는 가상현실을 도입한 개표방송으로 호평을 받았다. 가상현실의 활용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학교육의 변화도 가상현실이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산학협력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남지역 한 사립대 공대 ㄷ 교수는 “가상현실을 수업에 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타진했다가 비용문제로 철회했다. 아직까지 학생교육 전반에 가상현실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비용이 크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업은 물론이고 학생실습에도 가상현실이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은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가상현실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학에서도 기업현장에서 쓰이는 기술과 장비를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테마파크가 조성돼 내년 하반기 개장을 앞두고 있다. 또 삼성 등 굴지의 IT기업이 주도적으로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하는 등 대중화가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닐스 엔더슨 이온 리얼리티 최고기술경영자는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위험한 장소, 혹은 직접 경험하기 힘들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한 연습과 교육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학생들의 집중력을 향상시켜 성적을 오르게 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카네기 멜론대는 이미 도시건설 프로젝트와 설계 등에 가상현실을 이용하고 있고, 의학전공 학생들이 가상현실을 이용해 해부학을 공부하는 등 가상현실을 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현실은 게임과 결합된 흥미유발형 교육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가상체험을 교육에 도입하려는 연구가 교육학자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상은 초중고학생이다. 꼭 10년 전인 200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가상체험과 실습기업」보고서를 발표하고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실습기업’의 탄생을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청년실업 문제와 기업의 신규 직원 현장적응 훈련에 대한 요구로 인해 실습기업과 같은 가상체험학습 도입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미 잃어가는 대학진학률

10년 뒤 대학을 예측하는 목소리 가운데 주목할 것은 입학자원의 다변화다. 현재도 교육부는 평생교육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의 대학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성공할 경우 현재 18세~21세로 국한된 대학의 입학자원은 대학 졸업자를 포함한 성인학습자로 크게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학령기 인구의 대학진학률은 의미를 잃게 된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총장은 “평생교육시대에 대학진학률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학 졸업장의 의미가 붕괴된다면 애써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실제로 삶에 적용할 수 있고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크게 강조될 것이다. 필요에 따라 대학교육을 짧은 기간 동안 집중이수 할 수 있게 된 시대에 대학진학률이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진학률은 그간 국내 대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국내 교육계 일각에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에 비해 국내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교육과열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학진학 자체가 손쉬워짐에 따라 이 같은 ‘셈법’이 의미를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이버대와 MOOC(Massive Open OnlineCourse)의 성장은 이 같은 흐름을 촉진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인 온라인 교육은 지금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한 10년 뒤가 되면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이들 세대는 온라인 교육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기 때문에 변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영철 사무총장은 “인구 통계치가 경고하고 있는 것처럼 인구절벽이 가시화되면 대학의 수적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학령인구는 오프라인 대학에서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경계도 무너질 것이다. 대학의 브랜드와 전통을 선호하는 교육수요층과 빠르고 새로운 지식습득이 필요한 교육수요층의 분화에 따라 온·오프라인 대학의 구조가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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