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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앞둔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대학문제들은?
개원 앞둔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대학문제들은?
  • 이재(jael) 기자
  • 승인 2016.05.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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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구조개혁법 처리 강조 … 여야 갈등 예고
▲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조개혁법안에 대한 교수와 직원, 학생의 반발은 거셀 전망이다. 지난 2014년 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에 반대하는 교수단체의 국회 토론회 모습.사진= 교수신문D

“대학구조개혁법이라는 것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되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 떨어지는데 대학은 전부 그냥 그대로 있다 보니 수지도 안 맞고 운영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퇴출할 수 있는 길이 없다.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된다면 좋고, 20대 국회에선 꼭 돼야 한다. 앞으로 많이 노력해서 꼭 제 임기 안에 공교육 정상화가 되도록 힘쓰겠다.”
20대 국회 개원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학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만나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안홍준안)’ 처리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 법안은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나누고 재정지원을 하거나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최근 10여년간 지속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많아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론회의를 거쳐 발의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법안처리를 강조한 데는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루 앞선 25일 이준식 부총리 역시 “대학 총장들이 한마음으로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원한다”며 정책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19대 국회 임기 동안 당론으로 이 법안의 처리를 반대해와 연이은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2014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김희정안)’도 진통 끝에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이밖에도 매듭을 짓지 못한 채 법 시행이 세 차례나 유예된 강사법 문제와 대학원생에게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확대하는 입법 요구 등 박 대통령 임기 하반기 대학가를 둘러싼 국회 내의 논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6월 개원 예정인 20대 국회에서도 대학구조개혁법안 처리는 쉽지 않다. 야당은 종전과 같이 반대 입장을 펴고 있고, 대학가에서도 반발이 크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대학경영진과 일선 교수·직원·학생들이 맞서는 구도다.
경남지역 한 사립대 A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맞서 대학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학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 꼭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진을 제외한 대학구성원들은 이 법안이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교육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안홍준안과 김희정안에 모두 포함된 ‘먹튀조항’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먹튀조항은 사립대 학교법인이 자진 해산 시 잔여재산의 전부나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안홍준안과 김희정안은 각각 제25조와 23조에 이를 담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이 자진 해산할 경우 건물이나 토지, 유동자산 등 잔여재산은 모두 국가에 귀속되는 게 원칙이다. 학교법인이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 만큼 잔여재산도 개안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학교법인이 세제혜택 등 다양한 보호를 받아왔던 만큼 잔여재산을 설립자 등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두 법안에 대해 학생 등록금으로 재산을 부풀려온 사립대가 운영이 어려워지자 재산을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먹튀’를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19대 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안은 한 차례 공청회가 열렸을 뿐 제대로 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대학구조개혁법안 처리를 담당한 국회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관광호텔 설치 논란이나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 그리고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으로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들은 20대 국회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당 관계자는 “19대 국회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사를 다시 밝힌 상황에서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문제 외에도 영·유아 보육예산(누리과정) 논란도 불씨로 남아있다. 편안하게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심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홍익대·수학)다. 박 당선자는 지난해 4월 국회 공청회에서 당시 진술인으로 참가해 대학구조개혁법안에 찬성하는 주장을 폈다.
당시 박 당선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오는 2023년에는 고교 졸업자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16만명 많아진다. 이 수치는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대학이 급작스럽게 문을 닫을 때 발생할 막대한 타격을 고려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당선자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는 등 親 대학구조개혁 인사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당론으로 대학구조개혁법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박 당선자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박 당선자는 <교수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당시 진술인 개인 입장에서 대학구조개혁법안에 찬성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의원으로 당선된 만큼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 당과 입장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5년간 3차례 유예된 ‘강사법’ … 이번엔 다를까?
강사법 역시 20대 국회가 처리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지난 18대 국회부터 논의가 진행됐지만 19대 국회에서는 두 차례 법 시행을 유예시키는 데 그쳐 대표적인 미결법안으로 남아있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강사였던 故 서정민 씨가 지도교수의 논문대필 등을 유서로 남긴 채 자살하며 대학강사에 대한 보호제도 마련이 논의됐다. 뒤이어 2011년 강사를 법률상 교수로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등 4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 교수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에서는 교수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등 ‘무늬만 강사법’이라는 비판이 컸다.
또 이 개정안이 대학본부에 2년 동안 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하도록 강제하면서 일선 대학들이 강사료를 줄이기 위해 강사를 해고하기도 했다. 강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 도리어 대규모 강사 해고사태를 낳자 강사들이 먼저 법 시행에 반대하면서 18대·19대 국회에서 각각 1차례·2차례 유예됐다.

문제는 이 법안을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수 차례 대안마련이 논의됐지만 여야 모두 당사자간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법안발의를 하지 않았다. 대학경영진 역시 비용증가 등을 이유로 법 시행을 반대하고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비용절감을 위한 입법을 바라고 있어 강사들과는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강사들 역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2개 노동조합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대안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해야 할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소극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나서서 해결하려 해도 강사들이 합의를 하지 어렵다”며 두 강사노조에 책임을 떠넘겼다. 교육부는 앞서 시간강사 보호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TF팀이 제대로된 회의조차 개최한 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시간강사의 생계가 어렵고 보호를 못 받는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5년 넘게 끌고 있는 문제에 섣불리 손댔다가 어느 쪽에도 좋은 소리를 못들은 의원실이 19대 국회에서도 여럿 있다. 누구도 손대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사각지대’대학원생 교육비·인권문제 해결해야
대학원생들의 교육비 역시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현안이다. 정부가 수년간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대학생의 등록금 인상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학생과 달리 대학원생들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ICL법)에서 제외되는 등 교육비 절감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정책보완이 시급하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는 2005년~2009년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의 대출금을 저리로 전환하는 ICL법 통과에 합의했다. 이 법으로 국회는 약 66만명이 이자율 인하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학자금대출 평균금리는 6.96%로, 법 시행 직전인 2013년 2.9%보다 무려 4.05%P 높다.

이 법은 또 학점과 성적석차, 연령, 신용등급 등을 자격심사 요건에서 제외했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출 금리를 매학기 국고채권 3년 평균 수익률 대비 120% 이하에서 고시하도록 못박았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안했던 대학원생을 포함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새누리당이 예산을 문제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유은혜 의원은 당시 언론취재에서 “대학원생 학자금대출 대상 포함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재차 입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대학원생 규모는 약 3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회가 대학원생에 대한 학자금제도 혜택을 미루는 동안 이들은 학비와 주거비 등 각종 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대학원생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다.
지난 2014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원생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5.5%는 언어·신체·성적 폭력·사적노동·저작권 편취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5.3%가 부당처우를 경험하고도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인분을 먹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이 알려져 대학원생 인권침해의 심각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2017년부터 대학원 평가를 시작할 방침이어서 대학원생의 교육비와 인권침해 방지대책이 평가항목에 포함될지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태경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의 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각 당에 정책제안을 하며 교육비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교육부 대학원 평가에도 교육비와 대학원생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평가항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는 오는 30일 개원한다. 개원에 앞서 국회의장단을 꾸리고 각 상임위원회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대학문제를 담당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가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만큼 현역의원 중 교체율이 어느 정도 규모일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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