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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계약제 개정의 필요성
교수 계약제 개정의 필요성
  • 김향기 성신여대 교수
  • 승인 2003.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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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사립학교법의 ‘대학교원에 대한 기간제임용규정’(구법 제53조의2 제3항 소위 재임용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선고했다. 즉, 기간임용제 자체는 위헌이 아니나, 이 법률에 재임용거부사유와 그 사전구제절차 및 부당한 재임용거부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사후구제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정하고 있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교원지위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한 것이다.


이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1998년 4:5로 합헌결정을 한바 있으나, 이번 결정에서 7:2로 일종의 위헌결정인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 빠른 시일 내에 관련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단순위헌선고가 아니라 헌법불합치선고이므로 그 동안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당연히 구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결정을 통해 소송을 통한 구제가 가능해졌다.


재임용제도는 대학교원의 무사안일타파와 연구분위기 제고 및 대학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입법의도와는 달리 부당하게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논문편수 등 재임용요건을 갖출 경우 계속 임용될 것이라는 선의의 기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법원은 이러한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교원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며, 재임용여부는 임용권자의 자유재량이라고 보아왔다. 결국 재임용거부통지는 임기가 만료돼 당연 퇴직됨을 알려주는 것이므로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재심청구요건인 ‘그 의사에 반하는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아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청구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법을 악용해 실력있고 양심있는 교육자가 교직에서 배제되고 양심보다는 무기력한 보신주의와 불의에 타협하는 기회주의가 통용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우리의 스승상이 올곧음과 의롭고 정도를 걷는 참된 모습보다는 이익에 따른 기회주의와 반칙과 편법을 쉽게 용인하는 염치를 모르는 추한 스승의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비쳐질까봐 마음조리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임용제도는 2002년 1월부터 계약제로 시행되고 있는 터라 이번 판결의 영향은 실제로 그리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법원이 이와 같이 재임용 제도를 사법상 계약으로 취급했던 것인데, 이제 이를 명실상부한 계약제로 변경했으니 악용될 우려가 더욱 크다는 점이다. 사회경제적 상황과 여러 전제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맹목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와 효율성원리의 도입은 교육자를 지식을 파는 천박한 근로자로 전락시키고 또 다른 왜곡현상과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간임용제에 관한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결정의 배경과 취지로 볼 때 계약제에도 동일하게 해석·적용돼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계약제를 유지한다고 할지라도 헌법상의 교원지위법정주의에 합치시키기 위해서 재계약거부조건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위원회 구성, 구제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또한 현재 사립학교법에는 국가공무원법에서 1991년에 삭제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라는 직권면직사유와 ‘근무태도불성실’이라는 직위해제사유가 아직도 남아 있다. 국가공무원법이 2002년에 ‘파면 해임 또는 정직에 해당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로 요건을 제한한 직위해제 사유도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로 남아있다. 이와 같이 사립학교법은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는 동안에도 수정되지 않아 국공립대학과 법적용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우리 헌법 및 각종 교육관계법상의 교원에 대한 신분보장규정은 명목상의 선언적 규정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인사권자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해 소신껏 교육을 행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문의 자유가 제고돼 우수한 연구업적이 나올 수 있고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사립학교법에는 교원의 신분보장규정을 크게 위협하고 유명무실하게 할 수 있는 규정들이 있어 자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 개정이 요구돼 왔다. 법 운용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나 최소한의 법 정비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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