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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관료 대기소로 전락…유관기관 취임금지 해야
퇴직관료 대기소로 전락…유관기관 취임금지 해야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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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개혁 시리즈1-분규대학 임시이사는 교육부 퇴직관료 노후 보장용?

교육부 개혁론 혹은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다. 각계에서 “이제 교육개혁의 대상은 교육계가 아니라 교육부 자신”이라며 개혁의 표적을 조정했다. 교육부와 사학재단 인사와의 유착관계, 관료들의 독점적·배타적 정책운용, 교육부 주도의 대학 영리 기업화, 교육관료들의 산하기관 요직 독점 현상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교육부 쇄신’이 도마위에 올랐다. 교수신문은 ‘교육부 개혁시리즈’를 통해 교육부의 실태를 파헤치고,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과연 새정부는 교육부와 사학재단과의 유착관계를 끊을 수 있을까.
‘교육부 개혁’이 새정부의 대표적인 개혁과제로 손꼽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최근 분규대학의 임시이사에 교육부 퇴직 관료들와 전 차관을 파견한 것으로 드러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교육부 퇴직관료들이 상당수 파견된 서일대학, 극동정보대학, 강원관광대학 학내 구성원들의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징계하고 이사로 추천?

지난 달 18일 교육부는 서일대학에 김연수 오산대학 전 학장, 이지헌 전 충남부교육감, 이현목 전 한밭대 총무과장, 김효수 전 경상대 사무국장, 이준범 변호사, 김락배 인덕대학 학장, 양재도 북부교육청장을 임시이사로 파견했다. 이준범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육계 인사다. 대개 교육부가 임시 이사를 선임할 때 법인 운영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계, 법조계, 언론계, 관계, 산업계 및 동창회,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의 지도적 인사를 참여시켰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임시이사 중에 퇴임한 교육부 관료만 해도 4명이다. 평생교육국장, 학술원 사무국장,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을 두루 거친 김연수 학장은 올해 오산대학 학장에서 퇴임했다. 이지헌 부교육감은 평생학습정책과장, 제주도 사무국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해 퇴임했다. 이현목 과장, 김효수 사무국장도 명예퇴직한 교육부 관료이다. 임시이사 7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교육부 출신인 셈이다.

극동정보대학은 서일대학 이사로 파견된 김연수 학장이 극동정보대학의 이사장으로 선임되자, 현재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극동정보대학은 교육부에 “대학의 학장이나 이사 자리를 교육부의 직원동료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며, 이사자리는 힘 있는 자들이 나눠 갖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관광대학도 현재 장병규 전 문교부 차관이 이사장으로 선임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장 전 차관이 중부대 총장을 맡을 당시, 중부대가 이사장·부총장 등의 교수채용비리로 대학이 분규에 휘말렸기 때문.
장 전 차관은 1998년 중부대가 골프지도학과 교수 공채 때 공채에 지원하지도 않고, 서류전형 및 면접심사를 하지도 않은 중부대 부총장 류시건을 특별 채용하자 교육부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수인 전 국회의원은 ‘사학재단 부정부패·개혁백서’에서 “사립재단은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을 영입해 방패막이와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중부대의 장병규 총장이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해왔다.

한편 교육부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육행정 전문가를 선임한 것이라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권진수 전문대학지원과 과장은 “교육부 퇴임 관료가 자리를 차지했다는 식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라면서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대학은 복잡한 문제를 지닌 대학들로, 이사회가 소집될 때마다 수당을 지급하긴 하지만 고정된 보수가 없기 때문에 임시이사로 모시기 위해서는 간청하고 애걸복걸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임시이사 자리는 누구도 맡고 싶지 않은 골치 아프고 부담되는 자리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대학의 이사가 학교법인의 예·결산 처분, 임원의 임면, 정관 변경 등 대학의 중요 사안들을 의결하는 주요 요직인 것을 감안할 때, ‘맡기 곤란한 임시 이사 자리’라는 설명은 궁색해 보인다.

잠시 들렀다 좋은 자리 옮겨가기

김대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 정책연구국장은 “관료들의 행정전문성만을 문제 삼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퇴직관료들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라며 “퇴직한 후 유관기관에 근무하면서 각종 로비에 동원돼 교육부의 감독·관리 기능을 마비시켜왔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 국장은 “3급 이상 관료들은 퇴임 후 유관 기관에 2년 이내로 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진수 전 오산대학 이사는 “교육부 퇴직 관료들이 잠시 대학에 들었다가 더 좋은 자리가 나면 거처를 옮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면서 “대학 이사자리가 퇴직관료들의 대기 장소이거나 노후를 보장하는 처소가 되곤 한다”라고 교육부 퇴직 관료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학내분규로 학사행정에 차질을 빚고 있었던 서일대학, 강원관광대학, 극동정보대학은 현재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교육부 퇴직관료들이 상당수 포함된 임시이사진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간 예·결산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학교 재정 운용이 어려웠고, 교수들의 재임용·승진 심사 승인이나 신임교수 임용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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