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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 이상대학을 구상한다 ⑥ - 산학협력시스템
[연재기획] : 이상대학을 구상한다 ⑥ - 산학협력시스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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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9 00:00:00
‘상아탑 속의 연구자들이 비즈니스를 알겠어?’, ‘최신의 연구기술을 기업들이 현실화 할 수 있겠어?’ 산학협력을 하는 대학과 기업이 성과물을 내기도 전에 미리부터 높이 쌓아 놓은 담이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위기를 넘어서는 기술 축적의 방안으로 대학에 산학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교육부, 중소기업청이 적게는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의 예산을 투여하면서 이를 장려하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의 입장에서도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할 수 있는 산학협력은 분명 일석이조인 사업이다.

대학과 기업의 동상이몽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산학협력이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다. 대학의 연구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반면, 기업은 현재 닥치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더 크다. 또한 대학에서 개발하는 연구결과가 원천적인 기술이나 정보임에 반해 기업에서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현실화된 기술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 다리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산학협력센터이다.
대학과 기업의 담을 허물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볼 때 금오공대의 산학연센터(소장 한철호, 기계공학부)는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철호 소장은 “산학협력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주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가는 것이다”고 말한다. 뿌리를 두고 있는 토양이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산학협력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오공대 산학연센터가 이를 위해 마련한 것은 대학과 참여업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술 핫라인’이다. 지금은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돼 누구나 손쉽게 전자우편 주소를 가질 수 있지만 금오공대가 ‘기술 핫라인’을 도입한 96년 당시 만해도 선진적인 조치였다. ‘핫라인’을 통해 대학과 기업간에는 상시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핫라인이 협력업무의 기능적 효율성을 높였다면 참여하는 교수들은 직접 참여업체를 찾아 실질적인 내용을 담보했다. 기술개발위탁-연구개발공급의 형식적인 산학협력이 아니라 참여업체로 선정되면 참여교수들은 업체를 직접 찾아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론하고, 이론연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함께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희망했던 기술개발분야는 종종 다른 방향으로 수정돼 해결점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초기에 활용도가 떨어졌던 ‘핫라인’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핫라인’을 통해 문의와 응답이 오고간다.
금오공대 산학연센터가 기업과 대학의 벽을 허무는 노력을 한 결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1993년부터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에 참여한 이래 95년, 96년, 98년, 99년 네 차례에 걸쳐 전국 우수컨소시엄으로 지정된 바 있다. 97년에는 제1회 산학연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국의 1백여개 산학연 컨소시엄 중 이러한 성과를 거둔 대학은 금오공대가 유일하다.
지난해에는 프린트 방식으로 현수막을 제작하는 (주)이미지텍(사장 정형희)과 공동으로 생산 프로그램을 개발, 이 회사는 경제침체에 따른 소자본 창업과 맞물려 매출액이 4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모범적인 성과보인 금오공대 산학연센터

또한 산학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기술개발이 끝난 이후에도 실용화 과정에서 직접 구미시와 연계해 전자상거래를 위해 판로를 확대해 준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기업의 홍보와 기획까지 자문한다. 금오공대 산학연센터가 추구하는 것은 기획-연구-개발-생산-홍보-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얻은 금오공대 산학연센터도 아직 대학과 기업을 가로막고 있는 담을 완전히 허물지는 못했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한철호 소장은 “아직도 대학과 기업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은 그 속성상 눈앞에 있는 손익관계를 따지기에 급급해 연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구에 들어가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학의 연구자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

산학협력의 장애물들

대구경북지역의 기업과 대학을 대상으로 산학협동의 현황을 연구한 박종무 영남대 교수와 황우익 대구테크노파크의 연구원은 산학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정부 주도적인 거대사업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국책과제의 장기적인 기술개발에만 집중하여 중소기업은 참여할 통로가 적어지고, 대기업은 오히려 외국으로 눈을 돌린다. 둘째, 박사인력의 70%이상이 대학에 머물고 있지만, 이 연구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장비가 열악한 실정이다. 셋째, 대학은 교수의 산학협동 실적을 봉사점수로 한정 기업에 연구결과를 제공하고 연구비와 자료를 받아 연구논문을 따로 제출해 결국 산학협력은 단기적이고 형식적으로 그치고 만다.
넷째, ‘연구만 하는 학자가 사업에 대해 뭘 알까?’라는 기업의 불신과 ‘최첨단 연구결과를 기업이 상품화 할 수 있을까?’라는 대학의 불신은 원활한 교류를 막는다. 다섯째, 교수들 사이에서도 ‘연구는 안하고 기업체나 쫓아다니는 사람이 교수인가’라는 불신이 일어 적극적인 참여를 막는다. 여섯째, 교육훈련과 경영지도 또한 산학협력의 중요한 영역이지만 기술력 제공에만 치우쳐 반쪽협력에 그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의 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학은 교수들의 산학협력 활동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정비하고, 정부는 산학협력사업의 중심을 지역에 두고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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