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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한 총장 ‘연임 결정’에 항의 … “법인이 대학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불신임한 총장 ‘연임 결정’에 항의 … “법인이 대학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12.1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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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_ 중앙대 교협은 왜 ‘삭발식’을 했나?

“김창수 현 총장에 대해 교수들의 76.8%가 불신임의 의사를 표명했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법인의 일방적 총장 지명 제도를 민주적 총장선출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사가 92.9%로 압도적으로 표명된 지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중앙대 박용현 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해 교수들의 의견을 깔아뭉개면서, 보란 듯이 전격적으로 현 김창수 총장을 다시 임기 2년의 총장에 지명했다.”

“참으로 끔찍스럽다. 두 달 간에 걸쳐 현 법인이 해결해야 할 수많은 현안들에 책임질 것을 촉구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책임을 물어 총장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총장 선출제를 압도적 여론으로 요구했음에도, 되돌아온 것은 ‘입 닥쳐라’는 명령뿐이다. 여기가 무슨 대학이고 무슨 민주적 교육기관인가!”
지난 14일, 중앙대 교수협의회(이하 중앙대 교협)가 ‘불신임 받은’ 김창수 총장 연임 결정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뒤 내놓은 성명의 일부다.

중앙대 교협은 왜 ‘총장불신임 투표’를 진행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중요한 현안인 ① QS조작 사태에 대한 총장 책임 ② ‘대표자회의’ 불인정으로 드러난 협의 파기와 소통 부재 ③ 법인 부채 책임을 묻지 않고 광명병원 건립에 대한 법인 무책임에도 입 닫고 있는 것에 대한 학내 여론을 확인하겠다는 것.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불신임투표 결과, 교수들은 김창수 총장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고 불신임을 선택했다.
반면 중앙대는 “김 총장은 재임 기간 100주년기념관 완공을 통한 연구·교육의 질 향상과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선정 등으로 학교 국제경쟁력과 대내외적 역량을 한 단계 강화했다”며 김 총장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대 교협의 총장불신임투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7월 이용구 전 총장에 대한 불신임투표가 있었다. 이 불신임투표율은 62.2%였다. 2017년 불신임투표율은 2015년보다 14.6%p가 높은 76.8%였다. 그만큼 교수들이 ‘김 총장 체제’에 끙끙 앓아왔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교협은 “중앙대 학교법인과 박용현 이사장은 총장에 대한 77% 불신임을 통해 드러난 중앙대 교수들의 분노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대학 구성원의 의사도 묻지 않고 법인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세우고 직원 부리듯 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했다. 사진제공=중대신문

중앙대 교협은 15일 ‘냉동고’ 날씨로 비유되는 때 이른 겨울 한파 속에서도 삭발식을 거행했다. 하루 전인 14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①박용현 이사장은 총장 지명을 철회하고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라. ②김창수 총장은 즉각 총장직에서 물러나라. ③부총장과 처장들은 현직에서 사퇴하라. ④ 학장들도 학장직에서 동반 사퇴하라.”고 주문한 데서 한걸음 더 강경한 항의를 표시한 것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각종 평가지표는 좀더 나아진 건 사실이다. 학교의 대외 이미지가 좋아졌고, 각종 대학평가 순위가 올랐기 때문이다. 중앙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친 ㄱ씨는 “두산그룹이 중앙대 법인으로 온 뒤에 좋아진 것과 나빠진 것이 극명하게 존재한다. 대외 이미지나 대학평가 순위 등에서 좋아진 건 분명하지만, 학교의 기업화, 열악해지고 있는 연구환경, 의사소통 부재 등은 문제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님들께 연구실 하나 주는 것도 아까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를 제기해도 듣지 않는 태도가 만연해졌고, 교수님들이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안타까워한다. 

방효원 중앙대 교협 회장은 “어느 사회에서나 찬성과 반대는 있게 마련이다. 어느정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반대 목소리가 없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죽은 사회다. 중앙대 법인은 반대 의견을 무시한다. 죽은 대학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데도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대학에 딱히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학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불신임투표로 교수들의 여론을 제시하고, 이렇게 삭발로 항의를 표시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계속해서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찾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 계획이다”라는 말은, 중앙대 교협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공동의장 김귀옥·박배균·조승래·노봉남·엄창옥, 이하 민교협)도 15일 ‘중앙대 사태에 대한 민교협 성명서’를 내면서 중앙대 교협을 거들었다. 민교협은 “대학은 국공립이건 사립이건 대학은 공교육이자, 공공재다. 사립대학 경영의 원천은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대다수 교수와 교직원들의 헌신”이라고 지적하면서, △중앙대 교수, 구성원들의 삭발농성지지 △박용현 이사장의 즉각적인 사과 및 현 총장 연임 결정 철회 △민주적 총장선출제와 대학평의원회의 민주적 운영 등 대학 민주주의 이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교협은 “이런 요구를 중앙대 이사회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대학 민주화, 사회 민주화 차원에서 법인 퇴진을 위한 연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구성원이자 대학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수사회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不通’을 고수하는 학교법인.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가 무색할 정도로 교수들이 무기력감을 보이고 있는 경직된 대학문화. 중앙대 교협의 겨울 삭발식은 2017년 한국 대학의 한 슬픈 초상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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