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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간 보기’ 나선 서울대 … 대학들은 “불이익 받을까 두려워”
등록금 인상 ‘간 보기’ 나선 서울대 … 대학들은 “불이익 받을까 두려워”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8.01.22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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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대학 등록금 논쟁을 바라보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택한 가운데, 서울대(총장 성낙인)가 등록금 ‘인상’을 시도해 한바탕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대는 지난 5일 열린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입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학부 및 대학원 등록금을 1.8%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대 총학생회가 즉각 반발,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작년 예산으로부터 산출된 막대한 이월금과 교육부대수입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관 리모델링과 노벨상 석학의 학교 유치 등 학생의 권익과 관련 없는 부분에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한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서도 소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총학생회는 이러한 배경을 무시한 채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을 주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동결을 발표하면서 서울대 사태는 일단락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서울대가 등록금 인상 ‘간 보기’에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 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들이 처한 상황이 대부분 비슷하지 않나. 서울대는 말이라도 꺼내봤지만, 우리는 말할 엄두도 못 낸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들이 재정 위기를 토로하면서도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1.8% 인상할 수 있어도 그림의 떡

정부는 2011년부터 ‘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등록금 인상 상한제는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2018년도 대학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역시 1.8%로 확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공고와 함께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내비쳤다.

“1.8%는 법정 상한 한도일뿐,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를 지속 유지한다.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 유형을 지원받기 위해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야 하고, 등록금 수준 등 학생 학비 부담 경감도 각종 재정지원 시 반영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8%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간 큰 대학’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대표적인 것이 국가장학금 Ⅱ 유형이다. 국가장학금 Ⅱ 유형은 각 대학에 등록금 경감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장학금이다. Ⅰ 유형과 달리 대학의 노력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 유형을 지원 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학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대학 평가와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의 ‘불이익 가능성’이다. 기획처장을 지낸 한 교수는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Ⅱ 보다 각종 평가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과거 정부에서 실제로 노골적인 불이익을 줬지 않나. LINC+ 사업에 참여를 못하게 하고, 참여하더라도 선정에서 배제됐다. 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대학들이 재정지원 사업과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입학전형료 인하, 입학금 폐지에 이어 등록금 동결을 택하면서 ‘재정적 삼중고’에 빠진 대학들. 해법은 없을까. 대학들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무를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보편 교육’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논쟁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대학-정부 간의 대화가 절실해 보인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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