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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을 지키며 ‘중심’ 잡는 교수협의회를 향해
명분을 지키며 ‘중심’ 잡는 교수협의회를 향해
  • 이해나 기자
  • 승인 2018.03.1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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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 _ ⑧ 안현식 동명대 교수협의회 의장 

동명대(총장 정홍섭)에서는 이전 두 총장(설동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치 참여를 위해 연거푸 임기 도중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총장 부임 시 임기 종료까지 정치 참여는 없을 것이라는 다짐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동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에게는 특히 그랬다. 짧은 기간 리더가 여러 차례 교체되면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격랑을 헤쳐 온 동명대 교수협의회를 지난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안현식 동명대 교수협의회 의장(기계공학부·사진)은 “정치 상황은 워낙 급변하므로 총장이 임기 도중 학교를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사퇴한 전 총장들에게는 도의적 책임 이상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 이사회에 대한 입장은 강경했다. 동명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인사를 담당하는 법인 이사회가 총장 연속 사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명대 교수협의회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동명대 교수협의회는 명분에 충실하고 정도를 지키며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한다. 안 교수가 동명대 교수협의회 의장으로 부임한 뒤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심 잡는 교수협의회’에서도 방향성은 드러난다. 

안 의장은 “‘중심 잡는 교수협의회’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그간 교수사회가 대학 본부의 필요에 따라 쉽게 휘둘린 것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학내 사안 전반에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물론 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교수협의회의 기본 책무입니다. 하지만 의미를 좁게만 한정 지으면 교수협의회는 그저 하나의 이익단체에 불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대학 전반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적극 개입해야 결국 교권도 확보하고 학교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는 교수협의회의 역할을 “대학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며 본부와 총장과 법인에 대해 감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러 주체 가운데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려면 대외적 명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명대 교수협의회는 회원 간은 물론 타 구성원과도 원활히 소통하며 학내 이슈에 대해 적극 대응함으로써 ‘중심을 잡는’ 역량을 축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명대 교수협의회는 학내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 성명서를 내고 공론화에 나선다. 지난해 오거돈 전 장관이 총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신임 총장 선임이 필요할 때 그간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소 방안을 제시한 것도 교수협의회였다. 이들은 법인 이사회에 인사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대학 구성원이 참여 가능한 총장선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법인에서는 교수협의회의 제안을 수용했다. 안 의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총장 인사의 최종 권한은 법인에 있다”면서도 “총장 선임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이 적극 참여해 최악의 인사를 막는 조정 역할을 교수협의회가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명대에는 본부와 직원 노조 간 단체 협약과 관련해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정홍섭 총장이 공개토론회를 발의했지만 갑자기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교수협의회는 이번에도 성명서를 내고 총장을 면담해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 요구 역시 수용돼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 가능한 공개토론회가 열렸고,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 안 의장은 “교수협의회가 여러 주체 가운데 중심을 잡았던 사례 중의 하나”라고 자평했다.

안 의장은 지난해 임기 시작 후 교수협의회 회원 간 친목 도모 활동이 부족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총장 교체, 학내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 처리에 바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임교원으로 가입한 회원에 대한 안내나 지원이 부족했던 점은 집중 개선할 계획이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이나 타 대학 사례 등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당면 과제에 전문적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올해 동명대 교수협의회의 목표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안 의장은 “주변 대학 상황과 교육관련 현황을 숙지하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대학에 구체화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반영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의장은 “교수협의회가 단지 대학 단위의 협의회에만 머물러 있으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하며 교수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현재 한국 교육의 난맥상도 대학의 주체인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간 교수사회는 교육 정책에 대해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교수사회가 힘을 모으면 한국 교육과 대학 사회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해결 방법이 도출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의 공동체에 의해 자율적으로 대학이 발전해 온 것처럼 다시 교수가 나서야 합니다.”

그는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연대체를 통한 교수사회 역량 강화 △지역별 교수협의회 연대 등을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교수사회가 지도력을 인정받으려면 연대체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의장은 “근원적인 힘은 합법성, 정당성, 도덕성에서 나온다”며 “교수사회가 엄격한 자기 관리를 통해 한국 교육 정책에 변화의 불씨를 댕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나 기자 rhn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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