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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교수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열심히 일하는 교수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 이해나 기자
  • 승인 2018.06.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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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 ⑯ 백현순 한체대 교수평의회 의장
한체대 교수평의회가 주최한 제1회 이슈좌담회에 참석한 교수들. 사진 제공=한체대 교수평의회
한체대 교수평의회가 주최한 제1회 이슈좌담회에 참석한 교수들. 사진 제공=한체대 교수평의회

‘올림픽 메달 100개 대학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세계 최다 메달획득대학 신화’.

이런 글귀가 커다랗게 걸린 한국체육대학교(총장 김성조, 이하 한체대) 정문을 통과하면 여느 대학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캠퍼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잘 관리된 잔디 구장과 육상트랙이다. 두꺼운 전공 서적 대신 묵직한 운동 가방을 든 학생들이 캠퍼스를 오가고, 운동복을 입은 학생은 구슬땀을 흘리며 허들을 넘고 있었다. 때 이른 여름에 소매와 바지를 걷어붙인 학생도 여럿이었다.

지난달 28일 생명력 가득한 한체대 캠퍼스에서 열의에 가득 찬 백현순 한체대 교수평의회 의장을 만났다. 백 의장은 올해 초 교수평의회 의장직에 취임했다.

한체대 교수평의회는 지난 2011년 결성돼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초반 4년 정도는 별다른 활동 없이 교수평의회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5년 권봉안 한체대 교수(운동건강관리학과)가 의장직을 맡으면서 조금씩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당시 부의장을 맡았던 백 의장은 기세를 이으려 후임 의장직에 출마하는 등 의욕적으로 나섰다.

백 의장은 교수평의회가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던 이유로 지난 2015년에 있었던 학내 갈등을 꼽았다. 탈락자에 의해 한체대 교수 임용 과정이 부당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고, 새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도 심각했다. 백 의장은 “그때 이후로 각자 상처를 입고 뿔뿔이 흩어진 교수들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자신만만하게 의장직을 맡았지만 그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여성 교수·무용가라는 점 때문에 알게 모르게 차별을 겪었던 것. “한체대 교수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많아요. 엘리트 체육 선수 출신은 ‘내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죠. 그런데 무용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잖아요. 자존심 센 교수들을 한데 모으는 게 쉽지만은 않았죠.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 이제는 다들 인정해 주는 것 같아요.” 백 의장이 웃으며 말했다.

교수평의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맞닥뜨리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그는 ‘교수들의 무관심’을 꼽았다. 임기 초 의욕적으로 워크숍을 추진했지만, 참여율 저조로 취소됐던 일도 있었다. 교수평의회 활동의 사소한 부분에도 참여율을 끌어올리려는 그의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다. 예를 들면 지난달 31일 열린 한체대 교수평의회 제2회 이슈좌담회는 정오에 시작됐다. 이날 백 의장은 참석 교수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했다. “어차피 점심식사는 해야 하니까” 평소보다 참석하는 교수가 늘어나리라는 예상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식당 건물에 이슈좌담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홍보에도 열심이었다. 봄·가을학기 각 2회씩 개최되는 ‘이슈좌담회’는 학내 현안에 대한 교수 사회 공론화를 추진하는 백 의장의 기획이다.

일반 대학에 비해 ‘분업’이 잘 돼 있는 한체대 교수 사회의 특성을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전공·교양·전문실기·여교수 등 세부 교수단체의 장을 동원해 참여를 독려한 것. 백 의장은 “한체대 교수 총 114명 가운데 보직교수를 제외한 약 100여명이 교수평의회에 가입돼 있다”며 “참여율은 기존 약 30%에서 40% 정도로 늘었다”고 밝혔다.

백 의장은 거대 담론보다는 교수가 체감 가능한 연구 환경 개선이나 교수 복지 증진 등의 안건에 집중하고 있다. ‘교수평의회는 우선 교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교수들에게 최대한의 복지 혜택을 전해주고픈 욕심도 있다. 백 의장은 “호봉제가 연봉제로 바뀌며 연봉이 최소 1천만원 이상 삭감됐다”며 “교수라면 누구든 ‘줄어든 내 연봉이 어디에 쓰이는지’ 같은 문제에 관심이 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강의실이나 실습실 등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백 의장은 “좋은 연구 환경이 갖춰지면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대학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조사 이유를 밝혔다.

백 의장은 지난 2006년 한체대에 부임했다. 그는 당시 한체대 교수들이 ‘이웃사촌지간’ 같았다고 회상한다. 수업을 마치고 모여 자주 바비큐 파티를 여는 등 친목 활동도 활발했다. 그러나 교수 평가와 연봉제가 도입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TF팀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느라 논문을 제대로 쓰지 못한 교수가 있어요.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고과는 낮게 받았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특히 한체대는 특수목적대라 일반 대학과는 평가 기준이 확연히 달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학교를 위해 일하겠어요?”

백 의장과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전명규 한체대 교수(체육학과)에 대한 교육부의 추가 현장조사일이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4월 동일한 사안에 대해 한체대에서 현장조사를 했지만 지난달 23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와 관련된 사안을 추가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백 의장은 전 교수에 대해 “한국에 수많은 메달을 안겨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한 일이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지금 같은 마녀사냥, 인민재판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이면 한국 스포츠계를 위해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임을 다했다면 합당한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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