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6 17:35 (화)
그대, 살아남아서 기쁜가?
그대, 살아남아서 기쁜가?
  • 강영민 동명대·게임공학과
  • 승인 2018.07.02 11:5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산학에서 다루는 유명한 문제 가운데 요세푸스(Josephus) 문제라는 것이 있다. 숫자를 넣어 설명을 하자면 열 명의 사람이 동그랗게 앉아 있을 때에 첫 번째 사람부터 한 사람을 건너뛰고 두 번째 사람을 처형하고, 다시 또 한 사람을 건너뛴 뒤에 두 번째 사람을 처형하는 일을 계속하면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문제이다. 일반화하면 열 명이 아니라 몇 명이라도 동그랗게 앉을 수 있고, 두 번째 사람을 처형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째 사람, 혹은 아홉 번째 사람을 처형하는 다양한 문제로 바꿀 수 있다. 이런 모든 경우에 대한 일반적 해법을 찾는 것이 이 문제를 푸는 것이다.

만약 1천200명이 앉아 있는데, 한 사람씩 건너뛰어 처형한다면 당신은 어디에 앉아야 할까? 이 문제는 매우 잘 알려져 있는 문제라 전산학자들이라면 서로 353번째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일 것이다. 이 문제에는 1세기에 살았던 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유대 전쟁사』 등의 책을 써 유대의 역사를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 업적 때문에 높이 평가 받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이 이 문제에 붙여진 데에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그가 겪은 경험과 관련된 전설 때문이다. 

요세푸스는 유대인 지휘관으로서 로마에 맞서 싸웠으나, 로마군은 그들의 요새를 점령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요세푸스와 40인의 동료는 동굴 속에서 적의 포로가 되느니 모두 목숨을 끊겠다고 결의했다. 배신자가 나오지 않도록 동료들이 차례로 서로를 죽이기로 했다. 앞서 설명한 문제처럼 동그랗게 서서 서로를 죽였는데, 누구는 셋씩 세어가며 죽을 사람을 선택했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일곱 번째 사람을 죽였다고도 한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약삭빠르게 살아남을 자리를 미리 계산해 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요세푸스는 이 집단 자살에서 마지막 두 명의 생존자로 남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동료를 설득해 로마에 투항한 그는 로마 황제의 보호를 받아 로마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가게 된다. 

황제의 저택에 머물며 황제의 성(姓)인 플라비우스까지 쓸 수 있게 됐으니, 삶을 포기 하지 않은 것은 그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배신자로서의 자괴감을 떨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유대 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몰두하고, 유대 문화와 종교를 비판한 아피온(Apion)에 대한 반박문 집필에 매달린 것은 모두 그런 죄스럽고 수치스런 마음의 고통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대학에 있으면서 지금 요세푸스와 같은 마음의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대학기본역량진단의 1단계 假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놓고 언론사들이 심지어 ‘대학 살생부’라는 살벌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여러 대학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느낌도 그러한 살벌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고 해도, 누군가를 죽이고 요세푸스처럼 살아남아 로마 시민이 되듯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자격만 얻으면 되는 것일까. 그런 목표로 2018년 상반기를 소진한 대학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죽을’ 대학을 결정해야 할까. 3년 뒤로 예정된 평가에서도 이런 방식을 벗어나지 못 한다면, 앞으로의 3년은 대학들끼리 살아남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볼썽사나운 경쟁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평가로 나뉜 대학들은 생사를 가를 만큼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요세푸스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제비뽑기와 다를 바 없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일까.

대학이 닫힌 문을 사회와 산업체에 크게 열고, 학교 안에서의 담도 허물어가며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대다. 하지만 인근의 대학과 교류는커녕 더 높은 담을 쌓고 승패를 가려야 하는 관계로만 만드는 이 평가를 그대로 둔다면, 대학의 ‘학생 수급(需給)’을 조절하는 저급한 목표 이외에는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 3년 뒤의 평가를 완전히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강영민 동명대 교수(게임공학과). 
부산대에서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명대 신문방송국장, 정보전산센터장, 산학협력단장, ACE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연구 분야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GPU를 활용한 고성능 컴퓨팅 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ㄴㄴ 2018-07-04 09:51:56
소피스트. 말만 있고 알맹이가 없는 궤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