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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는? 못하는? 학생들 
질문하지 않는? 못하는? 학생들 
  • 최승범 동국대·의과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승인 2018.07.09 10: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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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원고 요청을 받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 필자가 연구를 하면서 “조금은 아쉽다”라고 느꼈던 것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면서 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한 연구교육문화를 많은 선후배 연구자 분들과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연구자에게 창의적인 연구방향을 설계하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연구자와 잘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결과와 아이디어라도 잘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대부분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랩 미팅, 세미나 또는 학회는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통해 연구자들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타 연구자의 연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는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수님들이다. 알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들이 왜 질문을 하지 않는지 혹은 못하는지 궁금해서 주위의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제가 하는 질문이 바보같이 들릴 것 같아서요” 또는 “질문할 기회가 없어서요” 등의 답변이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 동안 『The Biology of Cancer』의 저자인 Dr. Robert Weinburg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의에 참석한 나를 비롯한 학생들이 그의 엄청난 포스에 압도돼 감히 질문조차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웃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There are no stupid questions! Sometimes I learn things from stupid questions!” 

예리하고 똑똑하게 들리는 질문만이 좋은 질문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는 “어리석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우게 될지 모른다.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 내어 질문해 주길 바란다. 

동시에 랩미팅, 세미나 또는 학회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도교수님에게 연구결과 보고만 하는 랩미팅, 또는 패널만 질문이 허용되는 학회에서는 학생들이 질문을 할 수 조차 없다. 관심분야의 학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눈높이가 비슷한 신진과학자들과 만나 과학뿐만 아니라 진로개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션을 만들어준다면,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노력으로 보다 능동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많은 후배연구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연구교육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최승범 동국대·의과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Bar Harbor, Maine주에 위치한 The Jackson Laboratory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지혈증, 고호모시스테인혈증, 동맥경화, 폐동맥고혈압, 뇌졸중 등의 혈관질환 분야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승범 동국대·의과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Bar Harbor, Maine주에 위치한 The Jackson Laboratory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지혈증, 고호모시스테인혈증, 동맥경화, 폐동맥고혈압, 뇌졸중 등의 혈관질환 분야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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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us 2018-07-09 22:26:49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아쿠아11 2018-07-09 18:15:06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