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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사회 환원
학문의 사회 환원
  • 최재철 한국외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7.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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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최재철 한국외대 명예교수·일본문학

학자들에게는 전문분야 연구를 어떻게 적용해 보편화, 일반화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우선, 대학의 교육 현장에서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저술로 일반 독자와도 소통한다. 또 한 가지 길은, 시민들에게 직접 앎(知)을 전파함으로써 知의 일반화를 실천하는 일이다. 여기서 학문의 사회 환원, 지의 공유라는 목표가 부상한다. 

6년간 ‘시민인문대학’을 기획해 개최한 필자의 경험담이 지식을 일반과 공유하고자 하는 교수 여러분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다. 100세 시대의 인생에선 대개 30년 준비하고 30년 일하며 30여년의 여생을 향유하면 좋을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 30년의 여생에 대한 대비와 시간 보내기가 학자나 일반인이나 고령화 시대인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될 터이다.

시민강좌를 기획한 취지는 필자의 전공인 일본문학, 일본연구, 한일비교문화 분야에서 일반인들과 지식을 공유해보자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 이유는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이 편협하고 이해도가 아주 낮다는 데 있다.

대학의 관련 전공분야 책임자(일본어대학 학장)가 된 직후에 새로 구상해 시작한 일이 시민강좌라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물론, 학내의 교육과 연구의 기본적인 업무는 통상적으로 수행하면서 추진했다. 대학의 전공 학문이 이미 상아탑 속에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시대이고,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그 전공을 이해하는 층이 두터워야 졸업생들도 사회에 적응하기 빠르고 일하기도 수월하며 전공에 자긍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의 시민강좌 주제는, ‘일본 이해의 길’ ‘한일 상호 이해’ ‘한일 소통의 인문학’ ‘인문학을 통한 동아시아 소통’ ‘한일 비교 문화-같은 것과 다른 것-’ 등, ‘일본 이해의 인문학적 접근’이 중심이었다. ‘2018-봄 시민인문대학’의 주제 ‘문학으로 일본 읽기’(총 12강)는, 매주 월요일 저녁 7~9시에 개설했는데, 11명의 강사진이 일본 문학과 사회, 영화, 자연 등 세 분야에 4강의씩으로, 일본 문학 속의 연애, 가족, 모던 걸, 이상향, 개인, 추리, 음식, 민예, 하이쿠(俳句), 계절, 메르헨 등, 내용의 깊이와 재미로 일반인 수강생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직장인과 주부들의 호응도 좋아, 밤늦은 시간인데도 자리를 지키며 강의 내용에 대해 연사와 질의 응답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를 지속해나가면 이웃나라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는 시민의 폭이 넓어지고 심화돼 한일관계는 더욱 발전적 단계로 진입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제까지 6년간 시민강좌를 성황리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방면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엄호열 시사일본어사 회장님이 흔쾌히 후원해 ‘2013-시민인문대학’의 ‘일본 이해와 소통’<제1기>(총 10강) 이래 매년 강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의 강의실 제공과 수강생 모집 과정 지원(평생교육 에버러닝 사이트 활용), 강좌 진행 협조가 중요했다. 한국외국어대의 협력과 도서관 담당자와 조교들의 도움도 고마웠고, 각 전공분야 전문가 그룹의 연사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선뜻 강연을 수락해주신 데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한다.

아무리 좋은 기획과 중요한 내용이라도 일반 시민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무슨 일이든 좋은 착상과 의지, 시간, 추진력, 주변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공기관의 강당이나, 평소 비어있는 회의실, 각 지역 도서관의 강의실을 개방해, 시민강좌 기획 개설의 확충이 더욱 필요하다. 

은퇴한 원로교수들의 지적 자산, 특히 인문학 분야의 축적된 연구 내용을 일반 시민과 공유할 기회를 더 늘려가는 노력은 우리 사회의 성숙과 학자나 일반 시민 모두를 위해 아주 유익하고 좋은 일이다. ‘내가 받은 것을 남들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에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적어도 10년은 지속해볼 참이다.

 

최재철 한국외대 명예교수·일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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