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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5000조원 vs 50조원 … ‘당위론적 통일론’ 극복 방안은?
통일비용 5000조원 vs 50조원 … ‘당위론적 통일론’ 극복 방안은?
  • 진희관 인제대·통일학부
  • 승인 2018.08.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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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고교입시정보지 <대나무-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수시특집' 34호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통일이 빨리 될까 봐 걱정하는 청년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일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많은 국민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은 평화와 번영이다. 즉 북한과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면서 서로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연 이렇게 될까하는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먼저 통일이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을 여전히 지원만 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일의 다양한 모습과
통일은 개인에게 이로운가, 국가에게 이로운가라는 의문

그러나 통일의 모습은 다양하다. 북한은 20년 전처럼 굶어 죽는 사람이 거의 없고, 북한의 지하자원 등의 공동개발은 우리에게도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글의 마지막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통일을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독일의 통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독일처럼 1국가 형태의 통일을 한 번에 이룰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영국의 연방과 같은 형태의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연방보다 낮은 단계인 국가연합의 형태도 있으며 ‘사실상의 통일’의 형태도 존재할 수 있다. 즉 남북한의 형편에 맞으면서 상호 희망하는 형태로 낮은 수준에서부터 점차 높은 수준으로 시간을 두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해법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통일을 꼭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적 대립과 긴장의 연속이 가져오는 국가적 손실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동포들 역시 분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1990년 소련 해체 이후 냉전구조가 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세계는) 분단(냉전)구조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 많은 비용을 지출할 것인지, 민족의 이익을 찾아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통일과 분단, 어느 쪽이 국가와 민족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우리나라에 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이 50%가량이지만 내 개인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은 25%에 불과하다. 즉, 나와는 무관하다고 보는 사람이 75%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통일이 개인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위론적 통일론’의 한계 때문이다. 그저 한 민족이니까, 분단됐으니까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논리는 70년간 주장됐지만 이젠 식상하다. 그리고 통일 과정에서 통일비용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부담도 적지 않다.

통일은 명분보다 실리,
유한한 통일비용, 무한한 통일편익

먼저 통일비용부터 말하면 연구기관에 따라 한반도 통일비용 추정 비용이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장 많은 차이는 미국의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의 5천850조원과 랜드연구소의 50조의 차이다. 원인은 통일의 배경과 전제에 있다. 아태연구센터의 주장은 동독의 붕괴에 의한 갑작스러운 통일을 한반도에 적용했을 때 소요되는 비용에 바탕을 둔다. 실제 독일은 통일 이후 현재까지 4천조원 이상의 통일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랜드연구소의 주장은 남북한이 통일 이전에 많은 교류를 통해 격차를 해소하고 군사비도 줄이면서 상호 발전해 가는 단계에서 통일하게 됐을 때를 상정한다. 우리가 어떤 통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통일은 비용만 드는 것이 아니라 통일 편익(이익)도 발생한다. 연간 40조원 규모의 국방비 감소, 의무 군복무제의 폐해 감소, 북한 관광, 남북 교역 등의 다양한 이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북한의 7천조원 규모의 지하자원(한국광물자원공사의 추정액) 개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의 가치는 2천600조원에 이르며,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는 전 세계 매장량의 20~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개발 여력이 없어 방치된 상태다.

또한, 북한과의 교통이 원활하게 이어질 경우, 시베리아, 만주, 실크로드로 우리는 뻗어 나갈 수 있다. 그동안 서울역, 부산역, 광주역에 없던 국제선 열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의 상품이 선박만이 아니라 기차를 통해서도 유럽까지 빠른 시간에 운송된다. 또한, 시베리아 가스(PNG)를 남한으로 연결하는 파이프 공사가 진행된다면 상상 이상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즉 통일은 비용이 들겠지만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남북교류를 통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남북이 나눌 수 있어 통일과정에서의 이익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통일비용은 유한하지만 통일편익은 무한하다.

그러나 통일의 모습은 다양하다. (…) 대부분의 사람은 통일을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독일의 통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독일처럼 1국가 형태의 통일을 한 번에 이룰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영국의 연방과 같은 형태의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연방보다 낮은 단계인 국가연합의 형태도 있으며 ‘사실상의 통일’의 형태도 존재할 수 있다. 즉 남북한의 형편에 맞으면서 상호 희망하는 형태로 낮은 수준에서부터 점차 높은 수준으로 시간을 두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해법일 수 있다.

'생계 문제'에서 '가치 실현'으로 바뀐, 최근 탈북 이유

유엔과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해보면, 북한 1가구당 월평균 수입이 한화로 약 30만원에 이른다. 이것은 북한 주민이 우리 기업의 생산품을 구매할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한국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편이며, 특히 한국산 화장품과 전자제품의 인기는 매우 높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구매력은 우리 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으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해서 식량을 지원해주는 일은 필요치 않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오랜 기간 탈북자를 분석해본 결과, 최근 식량문제로 탈북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2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이들은 좋은 삶을 얻기 위해 탈북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늘의 북한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북한의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다. 휴대전화 보급도 500만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자가용 차량이 증가해 출퇴근 시간에 러시아워가 형성되고 있고 6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단지들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 못살았던 북한이 오늘날 살만한 사회로 바뀌었다는 점은 우리의 대북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건 '미국 내부'

두 차례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바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상호 이익을 가져다 줄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리고 앞으로 그간 합의해 온 남북 합의를 지키는 노력을 통해 상호 신뢰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 북미회담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 70년간 군사적으로 적대했던 두 나라 정상이 악수를 하고 관계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는 점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주변국 정상들이 서로 만나 평화를 위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00여년 만에 찾아 온 격변의 시기라 생각된다.

이제 관심은 과연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인가, 미국이 북한을 친구로 받아들일 것인가다. 북한은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확인되는 중이다. 미국에 대한 자세가 예전과 달리 달라졌다. 지난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을 때, 과거의 북한이라면 더욱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의 강경한 태도 아닌 대화의 자세를 보였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한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판문점 2차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자신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주기를 문 대통령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내부의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이 매우 거세며 야당인 민주당만이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언론이 ‘반트럼프 정서’를 견지하고 있다.

비핵화를 가능케 하는 건 '신뢰'

그리고 비핵화 과정에서 뜻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비핵화는 과학과 물리의 영역이지만 사실상 신뢰가 중요한 인문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는 ‘신고’에 따른 ‘사찰’로 이루어지는데 신고한 내용을 신뢰하지 않으면 사찰은 의미가 없게 된다. 90년대 초 핵무기를 보유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핵사찰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 결론은 완벽한 확인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신뢰하기 때문에 약간의 불확실한 것들마저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핵화 검증과정이란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비핵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한반도 문제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들은 한반도에 많은 실리를 가져다 줄 것이 예상된다. 이제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진희관 인제대·통일학부
동국대에서 북한정치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사상과 김일성-김정은주의 연구」, 저서로 『통일과 평화 그리고 북한』 등이 있다. 북한연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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