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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
  •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일본군위안부연구특별팀장
  • 승인 2018.08.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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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주년을 맞이한 올해 광복절은, 우리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27년전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8월 14일을 국가기림일로 제정해 ‘인권’이 더해진 ‘주권’ 회복이라는 의미를 주는 울림이 컸다. 그리고 주권 침탈과 인권 침해의 역사적인 원인이자 출발인 8월 22일은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인 한국강제병합 108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21세기 현 시점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가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2015년 한일협정 50년’의 역사적 시점에서 주장하는 논거의 양대 축은 ‘1910년 식민지배합법론’과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 간의 방조와 묵인이 합법이라는 국제법상 불법에 기초한 일제식민지배와 그로부터 파생된 침략전쟁에 강제동원된 반인도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오늘날 동북아 역사 갈등의 최대 현안이자, 국제사회 최대 인권 현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진실과 국제인권법적 정의를 통해 진정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2015년 8월 ‘전후 70년 아베담화’는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각”과 “역사수정주의”의 기치 아래, 일제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책임에 대한 부정에 더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일본은 같은 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합의 이후, UN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기구에서 공개적으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과 ‘성노예’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해 오고 있다. 

지난 8월 16일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없는 정부 간 합의로 인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1998년 UN 특별보고관 보고서를 쓴 맥두걸(Gay McDougall) 미국 위원을 비롯한 여러 인권 위원들의 비판에 맞서 “2015년 한일 간 합의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오타카 마사토(大鷹正人) 일본 대표의 주장은 그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제의 식민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라는 중첩적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로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를 향한 국제인권법으로의 정립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일제식민지배의 토대이자 제국주의 침략노선의 근간이 되었던 ‘국가주의’ 철학으로부터 인권중심 사고로의 법리를 재정립해야 한다. 본질상 중대한 인권침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업적 매춘부’로 매도하는 왜곡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일본과 독일의 침략과 잔학행위가 인간존엄성에 대한 극단적인 경시와 침해였다는 반성으로 형성된 국제인권법은 국가 간의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한나 아렌트가 설파한 바와 같이 무엇이 “부정의”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조차 없는 곳에서는 평화스러운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부정의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일제식민지배하의 반인도적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침해당한 인권은 ‘응답 가능성으로서의 정의’ 즉 법적 책임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셋째, 단순한 전쟁방지 차원의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에서 나아가 오늘날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human rights)과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의 정립을 통한 진정한 평화공동체의 구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역사로의 이관이 아닌, 여성의 인권에 대한 침해가 정의와 배상에 대한 권리로 실현되지 않은 한 지속적인 현재진행형의 ‘적극적 평화’ 구현의 과제인 것이다.

오늘날 동아시아 최대 역사 현안이자 국제사회 최대 인권 현안으로서 90대 고령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소망하고, 국제사회가 정립해 온 인권과 정의와 평화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요청에 화답하지 못한다면, 일본 정부는 인류사에서 치유 불가능한 가장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특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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