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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학생이 꿈도 꾸지 못했던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은 학생이 꿈도 꾸지 못했던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 양도웅
  • 승인 2018.09.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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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대학의 자세 ⑤국민대_임성수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장 인터뷰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생은 대학 진학 후 일종의 무기력증을 앓는다.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이런 안타까운 모습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개강 첫 주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임성수 국민대 소프트웨어(SW)융합대학장을 국민대 7호관에서 만났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꺼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대학 본연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하는 답변이었다.

지금까지 기자가 인터뷰한 여러 대학의 SW융합대학장들이 손꼽아 칭찬한 이가 바로 임 학장이다. 이런 칭찬에 대해 임 학장은 “다른 대학보다 좀 더 일찍 문제의식을 느끼고, 변화에 맞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한 점을 여러 선생님께서 알아봐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W중심대학 사업을 시작한 2015년보다 일찍 SW교육을 적극적으로 교내에 실시했다. 여기에 임 학장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임 학장이 설계한 SW교육 커리큘럼은 미래부가 SW중심대학 사업을 시작하며 각 대학에 참고할 것을 권고한 모델이기도 했다. 다른 대학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앞장서 추진할 수 있었던 판단과 확신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임 학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였지만, 임성수 학장은 지속적으로 ‘대학교육의 역할과 방법’을 말했다. 임 학장에겐 4차 산업혁명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이 학생들의 미래였다.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다 보니, 역으로 4차 산업혁명, SW, 사회 변화가 눈에 띈 것이다. 사진 제공=국민대 SW융합대학
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였지만, 임성수 학장은 지속적으로 ‘대학교육의 역할과 방법’을 말했다. 임 학장에겐 4차 산업혁명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이 학생들의 미래였다.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다 보니, 역으로 4차 산업혁명, SW, 사회 변화가 눈에 띈 것이다. 사진 제공=국민대 SW융합대학

△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선언적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이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을 굳이 정의하자면, 국내 산업 추세와 글로벌 산업 추세 사이의 양적·질적 차이가 두드러져, 이 간극을 줄이는 데 필요한 제반 산업에서의 변화를 통합해 부르는 용어다. 4차 산업혁명은, 당연히 사회 전반적 변화에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개별 기술들의 집합으로만 설명할 순 없다. 변화는 결국 사람과 사회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큰 물결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발굴하고 개발하고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도 있는 사회로의 발전을 말한다.”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음에도,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모호한 체로 남아 있다.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 항상 명쾌한 정답을 찾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의 습성 때문인지 지금 상황이 모호하고 답답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사례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보인다. 공유 서비스의 빠른 성장과 안정화가 하나의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국가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활용한다. 이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가 해외 선진국에서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우버나 에어비엔비 혹은 중국의 유사 공유 서비스들의 비약적 성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사례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빠른 속도로 구현되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된 게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하는 추진력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환영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사회의 요구를 아주 이른 시일 안에 광범위하게 충족시키는 훌륭한 도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도구들로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규모의 서비스들이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발명한 도구 중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큰 규모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구가 바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를 어느 수준으로 활용 가능한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중요한 점이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프트웨어를 점점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소프트웨어를 모든 사람이 알 필요는 없지만, 어떤 영역에서든 어떤 대상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 하는 훌륭한 도구가 소프트웨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우선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도저히 어떤 능력을 갖춘 인재가 미래에 필요한지 알 수 없다. 함부로 이를 규정해 학생들에게‘이런 사람이 돼라’는 식의 지도는 더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있고 경력 개발의 목적과 목표를 찾아내는 사람일 것이라는 정도의 전망은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제 더는 이 좁은 사회에서, 남들과 경쟁에서 한 계단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성공이라는 인식과 인재 개념을 버려야 한다. 작은 역량이라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뭔가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내가 속한 사회의 꿈과 나의 꿈을 합치시킬 수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필요하다.”

국민대 SW융합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단일 전공으로 입학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충분히 검토한 후 3학년이 되는 시점에 특화된 트랙을 선택한다. 자료 출처=국민대 SW융합대학

△ 지금까지 말한 통찰이 국민대 SW융합대학 커리큘럼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국민대는 총장님을 중심으로 다른 대학보다 일찍 소프트웨어 역량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인식해, 전교생이 교양 필수로 소프트웨어 수업을 듣도록 만들었다. 또한, SW융합대학 내의 전공 커리큘럼을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춰 변경했다. 예를 들면, 1학년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 대신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기법을 익혀 프로젝트를 해보는 내용의 교과목을 배치했다. 이후 2·3학년에서는 핵심 소프트웨어 전공 교과목을 학습한 뒤, 3·4학년에서는 관심 분야의 실무형 교과목들을 학습하는 트랙 제도를 설계했다. 4학년 과정인 ‘최신 기술’ 교과목 시리즈는 학생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 프로젝트를 2~3개가량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또한,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들이‘빅-리그’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외 교육과 실리콘밸리 인턴 프로그램을 5년 전부터 운영해 왔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진출해 인턴을 경험한 40여명의 학생들의 사례는 다른 후배 학생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고 있다.”

△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커리큘럼을 준비 중인 많은 대학 관계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학은 학생들의 목표 역량을 규정하고 정형화해 교육하는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종류의 체험과 환경을 제공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도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 교육 분야에서 이런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결국 채용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류 전형, 적성 시험을 거치는 대규모 공채 위주의 채용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스스로 목적을 찾고 거기에 맞는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과 채용 구조가 함께 가는 혁신만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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