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4:10 (목)
연구 활동에 다리 놓아 주기
연구 활동에 다리 놓아 주기
  • 서울대·암연구소 선임연구원
  • 승인 2018.10.15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을 맞을 때마다 수십, 수백 가지 이상의 신기술이 유수의 저명한 국제 매체들을 통해 보고되곤 한다. 금방이라도 세상을 바꿀 것 같은 연구결과들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곤 하지만 보고되는 연구결과들의 일부만이 실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행보를 이어가며 또 이중 극히 일부만이 성공적인 기술사업화 및 상용화를 거쳐 우리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기술로 발돋움한다.

소수의 신기술들만이 보다 의미 있는 지적자산으로 완성되는 것은 세상에 빛을 발하기까지의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이뤄지는 일은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특히나 진단, 신약개발 등을 포함하는 바이오 및 의학 기술 분야는 아이디어 검증을 위한 기초연구부터 임상시험 및 인증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위험요소들이 매우 많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더해 귀 너머로 들려오는 혁신 기술의 실패사례들은 자기 연구의 우수성을 확신하는 연구자들조차 도전에 부담을 갖게 한다.

‘Bridging the gaps.’ 이 말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초연구 성과가 우리 삶에 기여하는 과학적·기술적 자산이 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 통과나 상용화 같은 수많은 난관(gap)을 극복(bridging)하기 위한 노력내지, 이를 위한 지원정도로 풀이된다. 훌륭한 연구진 및 연구 인프라에 대한 우수한 접근성에 더해 사업화 각 단계에서 필요자본을 지원하는 벤쳐캐피탈, 전략적 제휴를 위한 선도주자 기업 등이 생태계를 이뤄 혁신을 위한 다리를 놓아주는(bridging) 것이다. ‘Briding’ 제반 환경이 잘 구축돼 있는 몇몇 곳에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사업화, 특히 바이오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 및 민간 지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년 9월 정부에서 발표한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에 따르면 과학·기술집약적 성격의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혁신, 기술연계 창업 및 사업화, 바이오분야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하는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 구축 등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특히 기초연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주기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바이오 관련 신산업 분야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국연구재단 대통령 Post-doc 펠로우십 과제의 지원 덕분에 하고 싶은 연구를 독립적인 여건에서 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회사들 간의 경쟁의 장이 돼버린 항체신약개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기술을 개발하고자하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연구 중이다. 최근 연구 성과의 기술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이 사업에서는 창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큰 아쉬움을 느꼈다. 해당 사업의 목적은 박사학위 취득 연구자에게 연구기관에서 연수할 기회를 제공해 연구의 지속성과 질적 향상 유도하는 것인데, 연구수행에 전념하도록 하는 지원기준에 따라 창업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내용의 우수성과 향후 기대효과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심사를 받아 선정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창업할 경우 과제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이를 알게 된 이후 어떤 방향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종이 위의 지식으로 머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지원취지에 맞는, 연구자의 의미 있는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활동을 보다 넓은 의미의 연구 활동으로 바라보고 지원하는 유연한 연구지원체계가 조금씩 자리 잡아갔으면 한다.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연구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부가가치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연구결과에 확신을 갖고 창업하려는 연구자들이 많아지고, 그런 도전에 적절한 지원이 잘 이뤄지는 연구환경 확립을 기대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화학공학, 제철, 조선, 반도체 등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해 온 효자산업들을 잇는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점차 심화되는 실업난 해소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준회 서울대·암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바이오기술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술 융합적 접근으로 차세대 바이오칩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