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唯識(유식)은 치유와 전인적 성장과정을 지향하는 불교심리학의 정수
唯識(유식)은 치유와 전인적 성장과정을 지향하는 불교심리학의 정수
  • 이규미 아주대 · 교육대학원
  • 승인 2019.03.0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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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평_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는 단단한 마음공부』 (서광 스님 지음, 학지사, 2019.01)

최근 명상을 통한 뇌의 가소성, 면역력 및 웰빙의 증진에 관한 과학적 증거들이 누적되면서 불교의 심리적 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덧붙여 상담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증상 및 부적응 해결에 더욱 비중을 두었던 서양이론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교원리를 핵심으로 하는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이고득락(離苦得樂)을 강조하는 불교로부터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행복, 잠재력 계발, 심리적 자원 구축, 건강하고 폭넓은 관계와 같이 더욱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들을 포괄하려는 것이다. 또한 종교 및 전문영역과는 무관하게 개인적 건강과 치유를 위해서도 불교의 원리를 접해보고 싶은 개인들이 있으나 그 가르침을 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광 스님의 『단단한 마음공부』는 마음치유 및 마음공부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 그리고 상담 및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보다 쉽게 불교심리학의 원리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4-5세기경 인도의 바수반두가 체계화한 <유식 30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식 30송>은 마음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 중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많은 철학자, 종교가의 해설이 이어져 왔고, 관련 분야의 논문도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유식(唯識; consciousness only; mind only; “오직 알 뿐”)은 우리는 각자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심리학박사이기도 한 서광 스님은 유식이 당신의 소의경전(所依經典)임을 밝히고, 이 책이 유식을 “심리치유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현대적, 치유적 용어로 전환”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광스님의 언어로 <유식 30송>은, 우리의 앎(識)은 각자(ego)의 경험에 비추어 나온 주관적인 것으로, 이에 대한 통찰과 함께 각자의 마음에 공간을 만들게 되면 서로를 존중하고 원만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책을 통해 유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심리학적 지식과 경험, 그리고 평소 연민과 배려를 강조해 온 저자(마음챙김-자기연민 명상, MSC한국본부장)의 대중들을 향한 깊고 섬세한 이해와 전달방법을 만나게 된다. 또한 간간히 등장하는 예시와 비유가 매우 실제적이고 보편적이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재미도 있다.

▲ 마음의 구조 - 저장식을 관통한 자각
▲ 마음의 구조 - 저장식을 관통한 자각

서광 스님은 유식을 통해 배워야 할 것으로 사랑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본능이 아니고 배워야 하는 것으로, 이때 알아야 할 대상으로는, 나 자신, 나와 너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 자연환경, 크게는 우주까지 포함되며, 결국 사랑의 완성은 만물과의 소통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친절하고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해설서이지만, 책에서 권하는 바와 같이 자신을 교재로 마음공부를 하려면 정독과 되새김이 필요한 심오한 내용을 만나게 된다. 유식은 마음의 구성, 고통의 근원, 저장식(무의식)의 본질과 역할, 자아의식(ego)의 생성과 역할, 감각, 정서, 감정의 발생과 작용, 성격(삶,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이치와 근거, 우리 존재의 궁극적 본질(현상적 자아와 경험적 자아)과 같은 이론적 체계(1~25송)에 이어서, 건강한 마음을 닦기 위한 수행방법(깨달음으로 전환하는 과정)과 같은 실천적 접근(26송~30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실제적인 측면에서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자아의식)의 실체, 그리고 저장식의 종자가 인연을 만나서 의식 수준으로 올라올 때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속해서 그 자각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근거와 이치, 그리고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불교에 대한 선지식이 없었던 독자라면 무아, 고통, 번뇌, 연기 등과 같은 불교용어의 의미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자체가 성장과 변화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접해보고 싶었던 독자들, 분노를 포함해서 자신의 감정에 휩싸이는 것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명상 및 수행이 갖는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불교심리학의 핵심적인 치유원리를 체계적으로 접해 보고 싶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규미 아주대·교육대학원

이화여대에서 심리학(상담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장상담자 경력을 갖고 있으며, 상담자교육, 개인상담의 실제, 학교폭력 등의 주제를 연구해왔다. 한국심리학회장, 한국상담심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마음챙김 자기연민’ 명상 지도자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상담의 실제: 과정과 기법》, 《학교폭력예방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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