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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막연한 길을 걷는 사람들
연구자, 막연한 길을 걷는 사람들
  • 김무중 아주대 기계공학과 Post-Doc.
  • 승인 2019.03.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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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중고등학교 다닐 때가 편했다.’ ‘학부생 때가 즐거웠다.’ 대학원생활을 보내며 수 없이 생각해본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필자의 중고등학교 시절과 학부생 시절은 앞에 놓여진 길을 따라 마냥 걷는 것과 같았다. 물론, 그 길의 풍경과 험난함은 그때그때 달라지긴 했지만 주어진, 그리고 다음 지점이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학부과정 1년이 지나며 군대복무를 결정해야 할 즈음에는 마냥 연구자가 멋져 보였고, 그래서 군대도 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는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생소한 단어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연구계획서들, 멀게만 느껴졌던 교수님들과의 미팅, 낡고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높은 가격의 실험 장비들 등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 이었다. 누구나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겪게 되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과는 별개로, 지금과 같이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목적지는 분명했지만 가는 방법과 방향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석사과정 동안은 연구의 방향을 고민하지 않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해진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만 고민하면 정해진 목적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연차가 올라가고 박사과정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 또한 고민해야만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분명 학부과정, 석사과정을 거치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는데 점점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무지함과 무력함을 느낀 것도 이 때였다. 무지함과 무력함으로 인해 막연해 지는 연구에 대한 두려움은 전공의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도록 만들었고, 이는 결국 연구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돌아왔다.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고 어느덧 졸업과 학위가 내 것이 되었다.

대학원에서는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법과 조금이나마 쉬운 여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지도교수님, 선배, 후배 그리고 동료로부터 배운다. 특히, 많은 것을 배울수록 모르는 것 또한 많아지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르쳐 주신 것은 지도교수님이다. 연구가 막혀 지도교수님을 찾아 뵐 때면, 항상 “그건 이 책을 참고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이 쪽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어떠니?” 와 같이 말씀해 주시고는 절대로 해결책을 알려주시진 않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매우 어렵게 다가왔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연구의 목적과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그 자체를 내 것으로 만들어 다른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신 것 이었다. 광열효과에 기반을 둔 열물성 측정, 이미징 기법 개발 연구를 수행했던 필자가 학문후속세대 양성 사업에서 광열치료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연구주제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지도교수님의 지도법에 근거한 유연한 사고 때문일 것이다.

많은 학부생들, 특히 필자와 같이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학부생활 한번쯤 연구자라는 직업을 꿈꾼다. 새로운 것, 인류에게 필요한 것을 앞장서서 개발하는 직업이라니, 멋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그것을 발판 삼아 오래도록 고민하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막연한 생각을 연구로서 구현하는 작업은 막연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막연함에 두려워하지 말자, 연구의 목적을 세우고 우리가 겪어왔던 대학원 생활들과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을 대입하면 막연함은 사라질 수 있다.

 

김무중 아주대 기계공학과 Post-Doc.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열유체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열효과를 이용한 이미징 기법, 열물성 측정 기법을 수행하였으며 최근 광열효과를 이용한 종양 사멸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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