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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학문의 길에서 만난 인연을 기억하며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학문의 길에서 만난 인연을 기억하며
  • 송동헌 연구교수
  • 승인 2019.04.25 16: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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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 취득하니 기분이 어때?” 졸업식 날에 축하 전화를 주신 한 선배님의 질문이었다. 그때 내 머릿속은 졸업식 날의 기쁘고 설레는 마음보다 오랜 시간의 대학원 생활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상의 선배 박사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선배님 덕분에 박사 학위까지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박사 학위를 온전히 내 힘만으로 취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학위 과정과 논문을 마무리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였고, 그때마다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사 학위 청구 논문 심사의 통과가 결정되었을 때, 지도교수님의 모습과 함께 나에게 있어서 너무 감사한 세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부생이었던 나에게 실험실 생활을 처음으로 권유해준 CJ 제일제당의 최지훈 박사님, 두 번째는 처음으로 실험을 함께하며 특허 및 논문 작성법을 가르쳐주신 한국식품연구원의 최윤상 박사님, 세 번째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박사 학위 주제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시고 지금은 박사후연수과정을 지원해주시는 경남과학기술대학의 김현욱 교수님이다. 대학원 생활이 무난하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될 때가 있다. 나는 학위 과정 중 팔 근육 파열로 2번의 수술을 받고, 실험 건물이 폐쇄되어 6개월간 실험이 중단되었을 때도 있었다. 작게는 실험 결과가 좋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선배들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에, 내 삶에서 세 분과의 만남은 큰 인연이며 행운임이 틀림없다.
학문의 길을 걷다 보면 때로는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에 지치고 힘들 때가 많을 것이다. 특히, 실험결과가 가설과 불일치하거나 예상보다 낮은 효과를 나타내면 실망감과 함께 학위논문의 완성에 대한 불안감에 빨리 이 길을 포기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박사 수료 후 학문의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몇 번의 실험 실패를 겪으며 모든 것에 싫증이 났었다. 그때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던 것은 나를 인도해주는 선배들의 위로와 응원이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간혹 이렇게 말씀하셨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라.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네가 힘들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힘들다고 말하면 자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지금도 수학 중인 후배들을 보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실험을 누군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혼자서 앓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치고 힘들 때는 주변사람들에게 잠시 기대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인이 하는 연구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명쾌한 해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얻고 연구 방향을 잡아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듯이 후배들 또한 학문의 길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박사후연수과정을 지원해주는 한국연구재단과 지금의 내가 있도록 인도해주신 김천제 교수님, 백현동 교수님 그리고 세분의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글을 실어 준 교수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송동헌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동물생명과학과 연구교수
건국대학교 축산식품생물공학과에서 육가공 전공으로 농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곤충 단백질 중합화를 통한 기능성 식품 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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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m 2019-06-09 15:33:10
좋은인연을 잘 간직하시고 모두 건승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