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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살리자
대학을 살리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06.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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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논설위원,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요즈음 대학가는 여러 가지로 어렵다. 11년 동결된 등록금, 학생 수 급감, 총장 직선제 갈등, 오는 8월의 ‘강사법’ 시행,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와 평가 등이 대학 캠퍼스의 기운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은 대학을 정부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어, 목소리조차 대학답게 내지 못하게 만든다.   

등록금 이슈를 보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2009년 741만원, 2018년에도 비슷한 742만원이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21년은 약 5만6천명, 2023년에는 9만9천명 정원 미달이 예상된다. 4년 후 대학에서 약 7천억원의 재원이 사라진다. 

‘강사법’ 이슈를 보면, 대학은 방학 중 임금,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3년간 재임용 보장 등인데, 대학들은 결국 강사 수만큼 정규직 ‘교수’를 임용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다. 열악한 환경을 견뎌온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개선은 공감하지만, 재정위기에 빠진 대학이 정부가 넘겨준 큰 부담을 모두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 기부금 공제율 대폭 감축, 그리고 최근 사립대 법인에 따라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르는 지방세 부과 등, 갈수록 대학의 재정압박은 커지고, 규제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번 ‘강사법’에 따라 올해 요구되는 추가비용은 약 2965억 원인데, 이 법을 도입한 교육부가 확보한 예산은 288억 원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이 강사 수를 줄이면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 주겠다고 한다. 

또 하나의 우려는, 이제 시간강사가 ‘정규직화’되면, 신규 박사 학위자들은 이들을 위한 ‘임용할당제’가 있더라도 대학 내 진로의 폭은 좁아진다는 것이다. 출연(연)에서 연구원들이 정규직화되면서, 새로운 인재들이 연구소에서 자리 찾기 어렵다고 한다. 우수인재들이 국내 대학원에 오지 않는 흐름이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이 동시 미달되었다. 

여기서 우리 사회는 대학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고 있는지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주요 현안은 풀어가면서도, 긴 안목에서 통합적으로 대학 생태계를 읽어야 한다. 인구절벽, 4차산업혁명이 미래 10년, 20년 지나며, 교육, 산업, 고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를 따져봐야 한다. 오늘의 세대, 다음 세대 모두에게 다가오는 일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일자리의 형태 자체가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나타날 것이라 한다. 대학의 교육현장도 MOOCs, 미네르바 대학 등의 등장에서 보듯이, 앞으로 AI 기반의 학습혁명이 일어나며 교수-학습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대학이나 정부는 지금까지의 ‘교수’, ‘시간강사’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역할에 따라 ‘교수’의 모습을 다원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강사법’도 변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교육의 질을 위해 평가하겠다는 ’강의 규모의 적절성‘, ’총 강좌 수‘, ’강사 담당학점‘ 등은 어떤 의미가 있게 될까.

미래,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고급 인재 양성과 활용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 그동안 대학은 석?박사 학위자 배출을 확대해왔으나, 이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시간강사의 문제도 여기에 일부 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와 대학은 대학원교육을 학문후속세대양성이라는 틀을 넘어서게 해야 한다. 현실은 박사 학위자 중 29.7%만 대학에 머물고 70.3%는 떠나는데, 앞으로 많은 대학이 문 닫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인재들을 지속성이 불투명한 ‘임용할당제’, ‘학술연구교수’ 등으로 대학에 머물게만 하기보다, 이들이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공공기관부터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 기획’ 기능을 만들어, 고급 인재들이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대학원처럼, 우리도 박사과정에 사회진출 트랙을 만들어, 글쓰기, 소통능력, 팀 역량, 경영, 법, 리더십 등의 역량을 준비토록 하는 것이다. 

새 시대에 걸맞게 대학을 살려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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