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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ogue] 토이의 추억/정재형 교수
[Cinelogue] 토이의 추억/정재형 교수
  • 교수신문
  • 승인 2019.07.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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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동국대 영화영상학과교수)

<토이스토리4편> 개봉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영화를 보았다. 디즈니 만화영화가 주는 추억의 선물은 어른이 된 지금도 벗어날 수 없는 낭만의 샘물이다. 토이스토리의 기본 줄거리는 토이와 아이의 관계, 특히 우디라는 카우보이 인형과 앤디라는 아이의 관계가 중심이다. 어떤 아이든 애착인형이 있고 영화속 앤디에겐 우디가 그 대상이다. 영화에선 우디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가 주인에게 충성하고 떠나지 않으려는 열정이 관객을 감동시킨다. 영화를 전공하는 내게 토이스토리는 경이의 영화였다, 수업에서도 한동안 토이스토리는 인기였다. 시나리오 수업에서 토이스토리는 대중영화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완벽한 극작법을 선보인다. 1편부터 3편까지 편마다 전편의 재미를 항상 능가하는 완성도 있는 영화의 모습을 보였다. 1편에서는 우디가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2편에서부터 새로운 토이의 등장으로 점점 우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마지막 3편은 앤디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우디든, 우디의 인기를 앗아간 어떤 토이든 환영받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한다. 토이스토리는 어린이영화이기엔 너무도 성숙한 인생드라마였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토이스토리가 전개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다시 등장했다. 근데 놀라운 것은 4편에서도 주인공이 여전히 우디라는 사실이다. 그 낡고 진부한 우디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상상력과 놀라움이 또 한번 헐리우드를, 디즈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그 비결을 알고 보니까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이야기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 다름 아니라 자신들이 이룩한 헐리우드의 100년 역사였다는 점이다. 토이스토리4편은 헐리우드의 역사를 반추해내고 다시 써내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4편에서는 심지어 1편에 나왔던 어린 아이 앤디를 다시 소환해 내어 1편과 같은 분위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디와 앤디의 관계는 특별히 영화적 성찰성을 드러낸다. 앤디가 우디를 그렇게 좋아했던 관계는 마치 관객들이 헐리우드영화를 사랑하는 관계처럼 보인다. 관객들은 토이스토리를 보면서 자신들이 현재 보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가 영화속의 앤디와 우디의 관계처럼 끈끈한 관계임을 마음 한 구석에서 반추하며 감회에 젖는다 
토이스토리는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영화의 존재성을 성찰하는 은유로 작용한다. 헐리우드 장르중 서부극은 가장 미국적인 장르다. 4편에서 우디는 꿈에도 그리던 애인 양치기 보를 만난다. 우디는 헐리두드 고전서부극의 주인공 제임스 스튜워트, 존 웨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여자 앞에서 수줍으면서도 여자를 보호하는 순수의 사나이, 악당을 무찌르는 열정과 정의감의 사나이. 우디는 두 배우의 100년 역사를 합쳐놓았다. 보 역시 두 배우들이 만나 사랑했던 헐리우드 서부극의 수 많은 여주인공들을 연상시킨다. 서부극서사는 미국인들의 지나간 항수를 자극한다. 현재 나이가 50대를 넘은 전세계 관객들은 헐리우드 고전 서부극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수 많은 대중문화속에서 서부극이 지향하는 미국이념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토이스토리 4편의 우디와 보의 이야기는 그런 헐리우드 서부극이  만들어낸 미국의 이념을 주제로 삼는다.
영화는 헐리우드의 고전 구조를 반영하면서도 변하는 세대관을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주인을 맞으면서 우디는 전 주인 앤디를 그리워 한다. 인형들의 꿈은 자기를 사랑해준 전 주인과 영원히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은 현실화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이 주인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더 이상 자신들을 찿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인형들은 불변하지만 인간은 변덕스럽게 변한다는 것, 즉 영화는 무한한 본질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유한성이란 문제를 질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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