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1:00 (금)
법개정 없이는 사학 사유화 막을 수 없다
법개정 없이는 사학 사유화 막을 수 없다
  • 교수신문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3-07 22:14:30
그동안 교육·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오던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이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에 호응하여, 설훈·이재정·임종석 의원 등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01년 2월 8일 사학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지난 2월 19일 민주당의 정대철·신낙균·김기재·한화갑 등의 최고위원들이 사학재단 쪽의 주장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냄에 따라 또 다시 좌절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예정된 것이었다. 한 언론의 평가대로, 이들의 주장은 “사학 재단 측의 주장과 앵무새처럼 닮아 있는 것”으로 사학비리나 우리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이들의 식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사학의 일방적인 주장에 귀 기울였거나 로비의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안이 학교에서 재단을 배제한 채 교직원과 학생 위주가 될 가능성이 있고, 10%에 불과한 비리 재단 때문에 선량한 나머지를 나쁜 집단으로 매도할 우려가 있다”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진 정대철 의원에 대해 분노한 교육계는 그에 대한 퇴진 운동 및 차기 총선에서의 낙선운동까지를 각오하게 하였다. 정대철 의원은 1990년 당시 평민당 소속 문공위원장으로서 사립학교법 개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력으로 교육계의 강력한 항의 및 의원직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정 대철 의원이 이번에는 사립학교법의 올바른 개정을 막고 나선 것은 사학재단과의 유착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설훈·이재정 의원 등 민주당 교육위원들이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원 임면권은 이사회, 교원회, 학교장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받아 학교장이 행사하고 △학교장 4년 연임제를 도입하며 초중등기관은 교사회와 학부모회, 고등기관은 교수회의 법적 근거 마련하고 △해임된 비리분규 당사자가 다시 이사로 선임될 경우 그 제한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외부 회계 감사를 의무화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교육의 공익성과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 진일보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사립학교를 단순한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몰지각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행히 2월 21일 김원웅·이창복·김홍신·김근태 등 ‘개혁성향의 여야 의원 20명’이 독자적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혁성향 의원들은 “설립자·이사장 위주의 학교법인 관련 법제와 내·외부 통제체제의 미흡으로 인해 사학운영의 공공성 약화와 학교운영에 관한 비리 등으로 사회적 물의가 야기되고 있으므로, 학교법인 운영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학교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사학비리의 원인을 제거하며, 발생한 사학비리 및 분규에 대한 법률적 조치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으로 사립학교 운영의 공공성 확립과 사학비리 및 이로 인한 분규 발생으로부터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을 개정 이유로 들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이번 임시 국회에서 교육의 공공성 증대와 교육주체의 자치권강화의 방향으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부패 사학 감싸기를 중지하고, 이번에야말로 우리 나라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을 공익적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없이는 재단의 사학 사유물화를 막을 수 없으며, 교육의 희망은 없다.
nakdon@center.duksu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