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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기술 연구개발 전진기지
우주기술 연구개발 전진기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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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22:16:59
지난 2월 말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최동환)에는 인근초등학교의 어린이 30여명이 찾아왔다. “우주에서는 어떻게 숨을 쉬나요”, “인공위성은 어떻게 하늘에 떠 있나요” 등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인공위성이 고장나면 어떻게 고치는지”, “수명을 다해 폐기처분 하면 환경이 오염돼지는 않을지”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찾은 우주시험동. 1만평에 걸쳐 3개의 동으로 나눠져 있는 이곳에서는 다목적 실용위성 제2호의 발사를 위해 갖가지 실험이 한창이다. 부품의 실험을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생기는 엄청난 진동이나 영상 180도에서 영하 120도까지 궤도환경과 같은 조건을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우주시험동을 바라보는 어린 학생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기 그지없다. 지난 1999년 12월 첫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1호도 이곳에서 각종 시험을 거친 후 발사됐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 1호를 쏘아 올리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의 표면을 거닐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항공우주를 위한 연구원이 설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89년. 그나마 연구원이 한국기계연구원 산하에서 독립한 것은 지난 96년의 일이다. 당시 중국, 대만, 스페인 등이 국가주도형 생산체제와 국립연구소를 운영하고, 일본이 70년대부터 해마다 항공우주산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 분야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얼마나 뒤쳐졌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연구원은 30~50명이 탈 수 있는 중형항공기 개발 연구를 마쳤고, 꼬리날개가 앞에 달린 선미익 소형항공기의 개발을 마쳐 2002년이면 운영에 들어간다.

항공사업부, 위성사업부, 우주기반기술 연구부, 추진기관 연구부, 위성운영센터 등으로 나눠진 각 연구팀에는 2백50여명의 연구진이 뒤늦은 항공우주연구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념이 없다.

특히 연구원이 주관한 아리랑1호는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연구성과가 집약된 것으로 뒤쳐졌던 우리의 항공우주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의 인공위성이 외국의 기술에 의존해 발사됐다면, 아리랑 1호는 80%이상이 자체개발을 통해 이뤄졌고, 60%이상이 국내에서 제작됐다. 또한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이다. 현재 남극과 북극의 하늘을 오가며 괘도상에 있는 대륙과 해양을 관측하며 대기를 측정하는 등 그 임무를 다하고 있다.

연구원은 오는 2004년에 아리랑 1호에 이어 다목적 실용위성 2호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또한 항공분야에서는 성층권에 머무는 비행선(2007년)과 세계적으로 개발경쟁에 돌입한 무인항공기 개발(2004년)을 목표로 연구가 한창이다. 특히 무인항공기 개발의 경우 지난해 24시간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그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2005년까지 전남 고흥군의 외나로도에 세워지는 우주센터도 국내 인공위성분야의 연구에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원이 주관하는 우주센터는 지금까지 7개의 인공위성이 모두 외국의 발사장을 이용하면서 생겼던 외화유출과 개발기술의 노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의 경우 민간기업이 직접 인공위성을 자체제작, 발사하기도 하나 아직까지 우리의 경제여건에서 민간부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우주 연구원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손혁기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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