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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문제, 입시제도 개선은 미봉책이다
‘조국 사태’ 문제, 입시제도 개선은 미봉책이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9.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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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

지난 한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장관의 법위반 여부를 가리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장관은 장관대로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에 착수하였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 사태를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인 대응과 세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국무위원의 임명을 둘러싸고도 이처럼 격렬한 갈등국면이 조성된 점이 없다는 점에서 가히 ‘조국 사태’라고 지칭해도 좋을 이 현상을 이해하는 차원은 다양할 법하다.  

필자가 주목하는 바는 ‘조국 사태’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존재양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가지는 의미다. 보수야당의 정략적 공격과 진실을 호도하는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혼란스런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 사태가 드러낸 것은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교육에서의 불공정한 기회와 학벌을 통해 재생산되고 영속화하는 메카니즘이다. 애초 조국 후보자가 법적인 잘못은 부정하면서도 불공정한 환경에서 남다른 혜택을 누려왔음을 사과했던 것은 사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며, 이로 인한 박탈감으로 젊은 층의 분노와 허탈을 유발했던 것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보수야당이 이 사안을 개인의 비리나 불법, 혹은 정권의 인사실패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이 본질을 감추고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자는 정략의 일환일 뿐이다.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야당의 정치투쟁이 격렬해지는 국면이지만, 그 귀결이 어떻게 나든 우리 사회는 이제 조국 사태가 불러일으킨 의제, 즉 사회 불평등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사회 불평등이 교육이나 문화의 차원에서의 권력이나 기득권과 밀착되어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극복은 정치개혁이나 경제개혁만으로 완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와중에 “후보자와 그 가족 문제만 아니라 입시제도 전반을 개선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 사태가 개인의 비리나 특혜 차원을 넘어선 제도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교육의 불공정한 기회나 불평등구조를 시정한다는 목표 자체가 애초부터 큰 한계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짚어두어야 할 것이다. 정권 초기에 교육의 기회균등을 내세우면서 대학입시의 단순화를 위해 국민숙의절차까지 거치면서 변화를 꾀했음에도 실패하고 만 것도 그렇지만, 역대 정권에서 입시제도 개선을 내건 조치들이 결국 사태를 더 악화시켜놓았다는 것도 그렇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대학입시를 이토록 예민한 정치적 의제로 만들어놓은 그 구조, 즉 학벌중심의 사회풍토와 그와 결합된 대학서열구조 완화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학서열구조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도모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애초부터 실패를 예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큰 규모의 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 대학들로서는 위기일 수밖에 없지만 이 전대미문의 대학 구조조정은 한국 대학의 고질화된 병폐인 과도한 수도권중심의 대학서열구조와 사학이 대다수인 대학편제를 개편할 호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과거 정부보다 더 시장주의에 편향되어 왔으며, 지난 8월 중순 발표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대학구조조정은 학생충원율이 중시되는 완전한 시장주의로 회귀할 것이 예상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수도권 중심의 서열구조가 고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정의 피해는 지방대와 전문대 등 취약한 대학들에, 국가 재정지원의 대부분은 소위 일류대학을 중심으로 한 상위권 대학들에 집중될 것이다. 이로써 상위계층 출신 학생들은 유리한 조건에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국가는 이들에게 재정지원을 몰아주고 졸업 후 더 나은 여건에서 사회생활을 하게끔 보장하는 반면, 중하위계층 출신 학생들에게는 모든 면에서 상대적인 박탈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같은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 교육의 공정성과 사회불평등 구조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조국 사태라는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대학정책이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평등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불평등구조를 심화시키는 양두구육의 정권으로 비난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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