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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가치와 태도, 다시 보자
추구하는 가치와 태도, 다시 보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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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교수/논설위원,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민경찬 교수
민경찬 교수

노벨상 시즌이 왔다. 지난 7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발표로 이어진다. 일본은 지난 9일 화학기업 연구자 요시노 아키라가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되자, 온 나라가 2년 연속 노벨상 배출에 들썩이고 있다. 일본 국적자로 25명, 일본 출신 타국적자를 포함하면 28명 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지난 7월 4일 주력 수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하기 시작하고, 8월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약 1200개 품목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일본과 무역전쟁 중이다. 우리에게는 소재산업 기술의 독립 의지를 키우며, 정부가 앞으로 7년 동안 7조8천억원을 집중 투자하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탄탄한 기초연구력을 바탕으로 40~50년 동안 소재산업에 투자한 일본을, 몇 년 집중투자만 한다고 넘어설 수 있는가다. 인적자원,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는지, 투자가 효율적인지, 돈 나눠 먹기는 아닌지, 정부가 바뀌면 또 어떠한 상황이 될지 등의 의구심도 있다. 사실 일부 기술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겠지만, 기초연구가 뒷받침되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비전, 전략보다는, 문제가 터지면 정부가 정책을 급조하며 여론을 가라앉히는 방식에 국민들 자체도 익숙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장기적 과제인 기초연구를 책임지는 대학들도 이러한 흐름에 문제제기하기 보다는, 이 흐름을 신속하게 타고 들어가며, 연구과제, 연구비를 많이 가져오고 논문을 많이 내는 연구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최근 들어 정부나 대학들이 질적 성과를 의식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대학, 정부, 국내외 언론사에 의한 각종 평가는 주로 양적 성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학문 발전 또는 인류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의 연구내용의 가치, 연구성과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명확치 않다. 

이번에도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개 40년 전 젊은 시절에 연구했던 결과로 상을 받게 되었다. ‘호기심’, ‘처음 발견’은 늘 공통요소이었으며, 이번에도 노벨의 유언대로, 인류에 가장 큰 유익을 준 사람, 가장 중요한 발견, 발명, 발전을 만든 사람, 인류 이상의 추구에 가장 탁월한 성과를 만든 사람 등을 찾은 결과이다.

노벨상 시즌에 항상 반복되는 ‘젊은 시절’, ‘호기심’, ‘처음 발견’, ‘인류 사회 기여’라는 요소들은 기초연구, 산업기술은 물론 정부에서도 담아가야할 ‘가치’이며, ‘태도’이다. 과연 우리의 연구생태계는 어떠한가? 5년 단위 정부 정책기조, 이에 순응하며 피인용수에 머물러 있는 대학, 연구기관, 이를 북돋기도 하는 언론과 사회인식, 우리 모두의 사고 혁신이 필요한 과제다.  

첫째, 대학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은 지구촌 이슈에 대해 관심가지고 고민하는 대학이다. 이러한 바탕이 준비될 때, 학부, 대학원의 젊은 세대들에게 추구해나가야 할 가치, 태도를 바로 세워줄 수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성취를 통해 사회적 유익, 글로벌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대학원이 살아나도록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요즈음 대학원에 우수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서울대 자연대, 공대 대학원생 모집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일어날 정도다. 졸업 후 미래 비전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 또는 사회에 진출하여 고급 지식전문가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정부, 기업이 모여야 한다. 공급자-수요자 관계가 아니라, 협업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노벨상, 대학 순위만 요구하지 말고, 대학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태도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격려하며, 젊은이들이 미래 비전을 바르게 가질 수 있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서 노벨상도 가능하고, 일본, 중국, 미국 등 선진국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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