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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분석: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 중간평가 결과 '우수사례'로 선정
학술분석: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 중간평가 결과 '우수사례'로 선정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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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전차표에 깃든 근대의 기억들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팀(책임연구자 박현수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 1차년도 중간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3년간 매년 11억원을 지원받으며, 1백여명의 연구자들이 참가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그 규모와 연구주제 때문에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다. ‘백년 세월의 자취가 사라지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은 이 시대의 양식 있는 시민들의 직무유기’라는 이들의 문제의식과 함께 구술사 연구로 민중생활사 아카이브즈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려도 많았지만 일단 중간평가를 볼 때 프로젝트는 순풍의 돛을 단 것 같다. 지난달에 있었던 기초학문육성사업의 중간평가에서 모범 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팀을 비롯해 9개 과제가 모범 사례로 선정됐으며, 중도에 탈락한 과제도 6개나 된다.

기초학문지원1팀의 백민정 씨는 “민중생활사 연구팀의 중간 평가 점수는 거의 만점에 가깝다”라고 전했다. 중간평가의 평균 평수는 79점 가량이며, 70점 이하면 패널티가 적용되고, 60점 이하면 연구지원이 중단된다. 민중생활사팀의 평가 점수가 가장 우수했기에, 올해 2천8백만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됐다. 우수 연구팀에 대해 연구비의 3~5% 가량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다.  백 씨는 “민중생활사 연구팀은 연구 의의도 높게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료실 구축의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자. 1차년도의 목표는 기초자료 수집. 영남, 호남, 경기 지역에서 근대적 생활양식의 변동사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항구와 철도를 끼고 있는 지역이 근대적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주-목포, 마포-김포, 대구-성주 지역을 연구지역으로 선정했다.

생활사를 반영하고 있는 문학작품, 지역 단체 및 개인수집가가 보유하고 있는 문집, 서신, 일기 등의 문서 자료에서부터 영화, 국내외 다큐멘터리 필름, 개인사를 반영하는 사진 등의 영상자료, 담배갑, 전차표, 화폐 등의 일상적인 물건들이 다 수집대상이었다. 예산상의 문제로 이들 자료를 다 보유할 수는 없었기에, 하나하나 사진으로 기록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 결과 8말 말에 있었던 1차 연구 중간 발표에 12권의 책을 자료를 제출했다. 6mm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자료만해도 수백편에 이른다. 

조경만 목포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연구단의 목표는 사라지기 직전의 자료들을 하루 빨리 수집하는 동시에, 구술사 연구 방법론과 아카이브의 자료 분류 방법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제된 민중의 삶의 아니라, 문화와 기억이 살아숨쉬는 아카이브를 만들자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덧붙인 설명이다. 고급 미술품 대신 근현대의 민중 생활을 보여주는 ‘하찮은' 물건들이 역사를 채워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연구자들은 책을 보고 이론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발로 뛰고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기초자료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의 땀방울이 귀한 결실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인터뷰: 단장 박현수 교수(영남대)

△민중생활사 연구팀의 활동에 대해 평가가 좋다. 내부의 의견은 어떤가.

내부에서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겸손해 하는 말이 아니라, 처음 시도되는 연구라 자칫 성과가 부실하면 이후에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크다.

△연구팀을 꾸리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가장 큰 것은 예산 문제이다. 현장 연구를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돈이 들었다. 예비비 및 활동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불찰이었다. 두 번째는 문학, 사학. 인류학 등의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의견을 교환하고 수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학제간 연구의 여러움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초반에는 문제의식, 연구방법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극복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2차년도에 청계천 복원에 따른 생활사연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사라지는 근대의 기억을 복원하자는 우리의 의도에 따라 시급하게 내린 결정이다. 더 많은 외부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또 2차년도부터는 박사급 연구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연구프로젝트의 본래의 취지를 되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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