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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신학연구 50년』(한국문화연구원 편, 혜안 刊, 2003)
주간리뷰 : 『신학연구 50년』(한국문화연구원 편, 혜안 刊, 2003)
  • 이정배 감신대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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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담아낼 논의구조 미흡

이정배 / 감리교신학대, 조직신학

1997년 한국종교학회의 '해방 후 50년 한국 종교 연구사'를 통해 신학연구사가 소개됐고, 2년 전 한국기독교학회의 '한국 기독교 학회 30년사'를 통해 신학 제 분야의 연구 동향이 정리된 적이 있었으나 이 책은 깊이와 폭에 있어서 앞선 두 책의 중요성을 능가한다. 학술진흥재단이 기독교를 서양종교로 분류한 관행을 깨고 독자적인 학문 영역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 책은 학문으로서의 기독교 신학을 공고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부제처럼 진정으로 '한국 신학 50년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려 했다면 한국 기독교 학회 내 한 분과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사유를 전개하고있는 문화 종교 신학이나 한국인의 심성 속에 복음을 전하려 했던 선교신학의 연구사를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문화 종교신학은 물론 선교신학 조차도 조직신학의 범주로 환원시켜 평가함으로써 그 의미를 충분히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논문 형식에 있어서 좀 더 통일성을 고려했어야만 했다. 예컨대 기독교 교육 분야 논문은 타 분야에 비해 지나치게 사실 나열적이라 분석과 비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최소 2∼3명의 학자들이 함께 토론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특정 신학자에 의해 서술된 신학 사는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이 책의 의견과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을 담고 있기에 논쟁점을 함께 품을 수 있는 논의 구조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먼저 시대 정신이 무엇이며 그 속에서 신학의 본성과 역할이 어떻게 말해질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밝혔어야 했다. 요즘은 신의 초월만이 아니라 내재성이 중시되며 신의 인격성만이 아니라 그의 비인격성을 포함하는 범재신론의 표상이 성서신학자들에 의해 말해지고 있으며 타자의 의미가 동일성 철학을 난파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타문화, 타종교를 바라보는 신학의 정체성이 기정 사실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중신학을 정리하는 부분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잇는 세대간의 논쟁역사, 토착화 신학과의 관계성 그리고 서구 기독교 신학자들의 비판적 시각이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기독교 교회사를 정리함에 있어 민족사관, 민중사관 이외에 종교문화사적으로 한국 교회사를 조망하는 시각이 담겨 있지 않은 것, 한국의 여성신학이 서구적 방법론 내지는 민중적 시각을 강조한 나머지 한국 종교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등은 필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독교 교육논문에서는 현재 관심거리인 기독교 대안교육의 신학적, 철학적 배경 및 그 현실에 대한 언급이 생략돼 있고 기독교 윤리 논문은 이미 1980년대부터 활성화된 생태, 생명윤리, 기술윤리 그리고 JPIC 이후의 상황 등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제기된 윤리적 주제를 다루지 못했다. 지나치게 인물별로 과거사를 정리하는 데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주제를 놓쳐 버린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 수록된 논문 모두는 신학을 교회를 위한 학문만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학문으로 자리매김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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