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국가이익이란 주권국가의 존재이유와 관련된 추상적인 가치로서 구영록 교수는 이를 "한 국가의 최고정책 결정과정을 통하여 표현되는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및 문화적 욕구와 갈망"으로 보았다. 국가이익은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전쟁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존망의 이익(survival interest), 핵심적(vital) 이익, 중요한(major or significant) 이익, 지엽적(peripheral) 이익 등으로 세분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국익은 독립국가로서의 생존, 자유민주 기본질서의 유지, 평화 통일, 경제 번영, 국위 선양 등을 들 수 있고, 국가이익은 지속적인 속성을 가지므로 평화 통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통일 이후에도 한국의 국가이익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국익을 보장하고 신장시키기 위하여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목표는 국가 안전보장의 확보와 주권 독립 유지,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완성, 평화통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경제적 번영을 통한 선진국 진입, 민족문화 창달이나 세계평화·인류공영에 이바지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국제적 지위를 향상하는 것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국가목표들간에 국민들이 묵인한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는 있지만 고정된 것은 아니므로 목표들간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북한의 남침 억제를 통한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자주 주권 유지라는 국가목표에는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국민생활 향상을 위하여 형평에 맞는 분배를 중시할 것인지 아니면 성장에 치중하여 경제역량 자체를 키운 뒤 분배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더구나 통일에 관해서는 개인적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그 중요성이나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런 점을 유념하면서 21세기 한국이 지향해야 될 국가목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초강대국이고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인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미관계의 비대칭성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고 있으므로 미국에 대해 신세를 조금 덜 짊으로써 우리의 국가위상에 걸맞은 한·미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이는 자주국방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는 국방비 증액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한·미동맹을 보완하기 위하여 남북한 신뢰구축과 군축을 추진하는 한편 러·중·일 3국과의 쌍무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통일이라는 현상의 변경도 바라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통일이 반드시 평화적으로 달성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역사상 독일의 경우를 제외하고 민족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우월한 국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 억지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북한에 적당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남북 화해와 협력에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 등 모험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우리와의 군사회담을 회피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잠시 대북 지원을 유보하고, 북한이 북핵문제에 대하여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강력히 유도하여야 한다. 그 결과 우리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사실상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일방주의적인 세계관과 획일적인 문화를 지양하고 각 국민이 간직해 온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 간 상호 존중하고 '더불어 번영하는 공동체'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취지 하에 지난 1백년간 잊어온 러시아, 중국 등 대륙과의 연계를 회복하고 이들을 '유라시아 평화 번영 공동체' 건설의 동반자로 적극 활용해 간다면, 호혜적인 국익 증진이 이루어 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염원인 평화통일도 주변 강대국들과 국제사회의 축복 속에 달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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