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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대학가 춘래불사춘
[원로칼럼]대학가 춘래불사춘
  • 교수신문
  • 승인 2020.04.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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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건만 아직도 대학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곳이 어디 대학뿐이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어디나 아직도 겨울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대학은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었다. 캠퍼스는 낭만과 희망으로 가득 찼었다. 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환경에서 신입생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캠퍼스 곳곳에 눈길을 두었었다. 거기에서 새로운 친구와 선배도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모처럼 주어진 자유를 만끽했었다. 하지만 입학식도 못한 오늘의 대학가는 적막으로 뒤덮여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돌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가는 개강도 못하고 벌써 한 달 이상을 허송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어렵게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했건만 교문도 들어서지 못하고 집에서 본의 아닌 감금(?) 상태에 있으니 그들의 희망이 부서질까 두렵기만 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조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교수들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학기 내내 학생들 없는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면 ‘값비싼’ 등록금에 ‘값싼’ 수업을 받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올 지도 모른다는 또 하나의 전운(戰雲)이 대학가를 감돌고 있다.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온라인 교육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는 관계로 기술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한된 용량에 동시다발적으로 온라인상에 영상과 함께 강의 자료를 탑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나 진도를 맞추는 일도 난제 중 하나다. 수업 내용에 따라서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해야 하는 과목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다 한 학기 수업이 고객들로부터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라도 한다면 또 하나의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 모든 것이 교수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면 교수사회가 갈등을 빚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수업은 사전에 학습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준비되고 진행되어야 함에도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개강이 임박한 시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한 것은 교육의 본질에서 볼 때 처음부터 난센스다. 천재지변에 해당하므로 어쩔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참에 대학의 교육시설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 사태가 대학에 던지는 메시지다.  

오늘의 학생들은 20세기 학생들과는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에 교수들은 그들의 특성부터 파악하려는 노력을 한 후에 그에 맞는 수업을 준비해야 맞다. 그렇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교수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신세대들에게 공허할 뿐이다. 학생들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는 수업은 의미가 없다.

공자도 제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가르쳤다. “좋은 것을 들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합니까?”라고 묻는 제자인 자로의 질문에 공자는 “부모님과 형제가 살아계신데 어찌 들었다고 그것을 실행한단 말이냐?”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제자인 염유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스승은 “들으면 곧바로 실행해야지.”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제자인 공서화가 스승에게 자로와 염유의 동일한 질문에 대해 어째서 다른 대답을 하는지를 물었을 때 공자는 자로와 염유의 성격(특성)이 달라서 매사에 적극적인 자로에게는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고, 소극적인 염유에게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제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게 맞게 가르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30대 교수는 공부한 것을 가르치고, 40대 교수는 아는 것만 가르치고, 50대 교수는 학생들이 알아들을 것만 가르치고, 60대 교수는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친다는 말이 유머로 회자되듯이, 학생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교수의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21세기 학생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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