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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문학의 에토스와 교육
[學而思] 문학의 에토스와 교육
  • 조용훈 / 청주교대·국문학
  • 승인 2001.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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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0 21:55:44

조용훈/청주교대·국문학

긴장으로 시작된 새학기도 며칠 지났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 자체가 늘 긴장의 연속이나 그것은 개강이 임박할 때 보다 고조된다. 물론 그 강도는 각 교수의 성향과 처한 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필자의 고민은 학생들을 어떻게 감동적인 문학의 세계로 초대할까 하는 초조감에서 온다. 이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직면한 공통된 당혹스러움일 것이다. 영상매체가 파천황적으로 난무하고 실용주의가 득세하는 자본주의적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인문학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문학의 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문학을 교육하고 그 가치를 향유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종종 회의하게 된다. 문학은 일상적인 삶 속의 허위와 가식을 벗기고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진정한 모습을 성찰케 함으로써 정신의 쇠락을 막는다거나, 인간을 총체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삶에 대한 태도를 교정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왠지 공허하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 특히 필자는 문학을 문화적 차원으로 확장·실시하는 교육 방법을 현장에서 실천한다. 문학은 문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생성, 전개되는 까닭이다. 예컨대 ‘부르주아의 서사시’ 라고 칭하는 소설이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려는 의도에서 기원했다는 것도, 소설의 발생이 단순히 문학적 현상만으로 한정될 수 없는 문화적 현상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곧 문학 텍스트를 사회적 담론의 한 형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교육을 문화적 차원으로 확장하면 문학교육을 위해서 다양한 대중매체의 활용이 적극 수용된다. 예를 들면 시의 은유와 운율, 시의 병렬성 등을 교육시키기 위해, 혹은 흥미를 돕기 위해서 광고나 선전문구 그리고 구호 등의 일상적 텍스트를 인용할 수 있다(예컨대, “열이면 열이 열라면”은 언어의 중의성과 반복, 운율 등을 최대한 살린 광고이다). 이러한 방법은 문학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키는 동기유발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한편으로 서사구조가 기반이 되는 영상매체의 형식을 수용하여 입체적인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영상 내러티브는 언어 서사물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서사체험을 가능케 하여 세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언어와 영상 서사물은 소재차원의 교류에 그치지 않고 창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 문학현상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매체적 교섭의 단계로 확장된다. 이때 당연히 영상문화와 기호학적 문제가 대두된다. 영상과 언어의 제관계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필자는 문학을, 영화와 음악, 미술 등의 예술장르와 주제론적, 혹은 기호학적으로 비교 고찰한다. 각 예술장르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모티프를 찾고 그것의 원천을 추적하여 그 가치의 실현을 천착하고, 각 예술 장르가 유사한 모티프를 다양하게 구축하는 양상을 비교함으로써 문학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각각의 예술 장르적 특성은 물론 문학의 독자적인 기능이나 역할을 파악하는데 유효하다. 다양한 시각에서 문학작품을 추체험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

그런데 문제는 문학을 문화적 차원으로 확대해도, 다양한 문화 영역 중에서 왜 하필 문학을 가르치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가 다시 대두된다는데 있다. 또 문화 주제론적 방법이 문학적 체험을 감동적으로 향유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자칫 새로운 방법의 모색이라는 미명 하에, 다양한 예술 장르를 체험하고 향유하는 수단으로 문학이 전락한다면 문학교육이 아니라 문화교육이 된다. 이는 문학교육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한편 영상과 담화 간의 표현적 분리와 통합, 언어와 영상의 양립과 융합의 본질적인 문제 역시 제기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문화적 차원으로 확대하여 실시하는 문학교육이 당면한 과제이다. 따라서 끊임없는 이론적 모색과 성찰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또 긴장하고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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