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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한 언컨택트의 수용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한 언컨택트의 수용
  • 한주리
  • 승인 2020.07.2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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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학자 한주리의 “책과 사람”

언컨택트
김용섭 지음│퍼블리온│312쪽

코로나19로 생긴 접촉에 대한 불안 기술로 보완
초연결 시대, ‘자발적 단절’ 중요한 가치로 떠올라
연결되지 않을 권리 추구하는 생활양식 이미 시작

언컨택트 격차, 초연결 사회, 안면인식 기술, 통제와 감시, 단절, 에듀테크, 가상현실, 양극화 심화, 새벽 배송, 회식의 종말, 화상회의, 비대면 진료, 새로운 차별 등...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희망하는 현대인과 라이프스타일의 거대한 진화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데, 2017년 이후 평균 5% 정도를 차지했던 대학 구내식당의 1인석 좌석이 20%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기업에서 전자투표제가 가능해진 지 10년이 지난 시점인 2020년에 온라인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대거 확대되었다. 또한, 대규모로 진행되어온 ‘구글 I/O’와 같은 IT 행사,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 ‘MWC 2020’, 밀라노 가구박람회 등 글로벌 포럼이나 전시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출판 분야에서만 보더라도 매년 치러지던 국제도서전이 올해는 언컨택트 비즈니스로 행해지고 있다. 직접 만나서 교류하던 방식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저작권 계약 및 수출입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운영되고 있다.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애정 표현이나 관계에 대한 욕망과 같은 개인적 영역에서도 타인과의 접촉에 대한 불안을 기술적 진화로 보완하여 해결해 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트렌드 분석가인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언컨택트 사회가 심화되면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과 홀로그램 기술, 각종 센서 기술과 신체 감응 장치 등이 보편적 현실이 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언컨택트’라는 개념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영역이자,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메가트렌드 중 하나이며,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진화된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에듀테크 방식을 활용한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여러 분야의 포럼이나 학회 또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운영되며 발표 세션 영상은 생중계 이후에도 계속해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생중계를 처음으로 시행하는 포럼의 경우 중간에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 오디오로 중계되는 등 크고 작은 실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온라인 세션에 참여하는 참여자들 또한 이 모든 것이 처음 진행되는 것임을 알기에 그다지 문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오프라인 행사에는 제한된 인원이 오지만, 온라인 중계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대학 교육에서도 이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석사과정이 운영되어 왔는데,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지아공대의 Udacity 플랫폼을 통한 컴퓨터과학 석사과정, MIT 경영대학원의 edX 플랫폼을 통한 물류경영 MBA 과정,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을 통한 실시간 토론 수업 등에 전 세계 인재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대학이 이제 더 이상 과거 방식에 머물러선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대학 교육의 목표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1980)에는 ‘전자오두막(Electronic Cottage)’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지금의 재택근무와 동일한 개념이다. 1980년대 출간한 책에서 정보화 사회와 정보혁명을 예측한 것인데,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개념은 이미 20세기 후반에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디지털 노마드도 확산되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재택근무를 불신했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불신이 코로나19로 깨졌으며, 노사 협상, 회의,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회의, 근무, 교육이 실시되었다. 이제는 임시적 조처를 넘어서 이를 계기로 한 업무방식, 교육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IT 기술이나 솔루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교육문화의 변화가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적응과 문제 개선을 위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격차)에 대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모바일 기기, 센서 기술 등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가 도래했는데, 이러한 초연결 시대에 자발적 단절이 더 중요한 가치로, 비즈니스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사람과의 연결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가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연결되었고. 배달앱을 통해 말하지 않고도 음식을 배달시키고 장을 본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을 통해 문 앞에 배달하여 배달원과 대면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술혁신의 대표적 형태로 칭해지는 배달앱의 공룡화나 새벽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배송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 관계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벌어지는 불안정 고용 등 소비자의 편리함을 담보하기 위한 플랫폼 노동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아마존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의 투자, 국내 ‘배달의 민족’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 대한 테스트와 실내 레스토랑 전용 서빙 로봇인 ‘딜리 플레이트’ 등 서비스 로봇에 대한 기업의 투자에 대해 설명하며, 기술발달로 대량의 일자리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와 선택적 단절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생활방식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컨택트 사회를 지향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기후변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등을 예방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와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초연결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 일자리 감소 문제, 언컨택트 사회로의 전환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혁신 문제, 언컨택트 디바이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 앞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 떠오른다. 수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주리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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