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2:50 (금)
[통찰의 재미] 점점 편협해지는 세상의 원인…잘못된 믿음과 과잉보호
[통찰의 재미] 점점 편협해지는 세상의 원인…잘못된 믿음과 과잉보호
  • 김선진
  • 승인 2020.09.11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쁜 교육 | 조너선 하이트, 그레그 루키아노프 지음 | 왕수민 옮김 | 프시케의숲 | 572쪽

 

 

최근 우리 사회는 코로나 전염병이라는 인류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맞이해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가장 인류애와 평화를 견지해야 할 종교집단이 오히려 바이러스 전염을 확대하는 집회를 강행하며 이웃과 사회에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들이 정부 정책을 반대한다며 집단 진료거부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갈등의 배경과 원인을 간접적으로 추론해볼 수 있는 단서를 나는 조너선 하이트의 『나쁜 교육』에서 찾을 수 있었다. 종교집단과 의사집단은 기본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적 이념을 갖고 있다. 또한 외견상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 전문가집단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근원적 이유는 경도된 정치적 정파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인다.

 

원래 조너선 하이트의 『나쁜 교육』은 이런 정파적 편향성이나 집단행동을 분석하는 내용의 책은 아니다. 현재 대학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i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라 불리는 특정 세대가 보여주는 행동 특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이기적 성향, 그 이유는?

 

‘덜 너그러운 세대와 편협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부제, 그리고 ‘과보호되고 있는 미국인: 어떻게 선한 의도는 나쁜 생각과 만나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사회는 건전한 비판이 통용되지 않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대학 사회가 왜 사회의 폐쇄성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는가 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 그리고 대학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대학이 사회적 폐쇄성 확대에 일조해

 

저자는 대학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의 예를 들어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적 협박과 폭력 문제를 짚고 있다. 최근 미국의 각 대학에서 특정 주제의 강연을 방해하기 위한 시위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협박과 폭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한 교사가 ‘억압받는 다수’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를 성평등 교육자료로 수업 시간에 상영했다가 스쿨 미투를 당하고 직위해제를 당한 일이 있다.

 

저자는 우선 이런 사회적 변화의 원인을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하고, 늘 나 스스로의 느낌을 믿어야 하며,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라는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된 세 가지 비진실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반대로 인간은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더 강인해지고, 합리적인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해야 하며, 인류는 투쟁과 갈등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편협함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으로 ‘안전주의’에서 비롯된 ‘과잉보호(Coddling)’를 꼽는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너무 단순한 답처럼 보이지만 이는 인간의 본성을 탐색한 나의 ‘재미’ 연구(도서 『재미의 본질』 참조)에서도 같은 결론을 얻었다는 점에서 나는 그의 통찰에 깊이 동의한다. 

 

세 가지 비진실에 대한 믿음과 ‘과잉보호’

 

과잉보호가 초래한 단적인 폐단을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땅콩 알레르기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땅콩을 먹지 못하게 ‘보호 받은’ 아이들 중에서 땅콩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비율이 17퍼센트였고, 땅콩 제품에 고의로 노출 시켰던 집단에서 땅콩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비율은 단 3퍼센트였다고 한다. 

 

그의 진단 중 특히 재미 연구자인 내게 눈에 띈 얘기는 바로 ‘9장 ‘놀이의 쇠퇴’에 관한 내용이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i세대 등 세대간 차이를 비교했을 때 자유 놀이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스크린을 붙들고 교류하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안전주의 속에서 젊은이들은 단단한 마음을 기르는 데 필요한 경험들을 박탈당했다.

 

내 재미 연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런 놀이 경험의 쇠퇴는 친교의 기술, 원만한 갈등 해결 기술 등의 스킬 뿐 아니라 어린 시절 갖가지 도전, 부정적 경험, 사소한 리스크 감수 등을 하며 쌓을 수 있는 회복탄력성까지 떨어뜨려 점점 더 자기방어적이고 이기주의적 성향을 강화하게 된다고 본다.

 

이런 ‘나쁜 교육’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아이들뿐 아니라 민주 사회의 모든 개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을 오로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판적 토론이 통용되고 의견 다양성이 살아있는 건강한 열린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성대 김선진 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