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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족쇄 찬 리바이어던’, 국가와 사회가 균형 이루는 방법
[깊이읽기] ‘족쇄 찬 리바이어던’, 국가와 사회가 균형 이루는 방법
  • 김재호
  • 승인 2020.09.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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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시공사,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A.로빈슨 지음, 896쪽)

이 책의 공저자들은 국가와 시민들이 함께 살기 위해선 둘 다 ‘좁은 회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와 사회의 균형은 마치 시소 같다. 한쪽의 힘이 커지면 다른 쪽은 기울 수밖에 없다. 

1933년 독일 의회에서는 의회를 폐지하고 히틀러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는 수권법이 통과됐다. 수권법이란 행정부에 법률을 정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법률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부가 스스로 의회를 해체해 전 세계는 전쟁에 휩싸이는 계기를 제공했다. 

‘좁은 회랑’은 좁다는 것과 드나들 수 있다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좁은 만큼 국가와 사회의 균형을 달성하는 건 어렵다. 또한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회랑 밖으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갈림길에서 자유 역시 화두로 제시된다. 국가의 개입과 자유 시장, 국가의 통제와 개인의 자유는 경제적 상충관계만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 모두 역량 있어야 자유 가능해

『좁은 회랑』에서 공저자들은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 모두 강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에선 “폭력을 억제하고, 법을 집행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을 추구할 역량을 갖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국가를 통제하고 제약하려면 강력하고 결집된 사회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절대주권을 강조한 국가를 상정한다. 그런데 이 리바이어던은 현대국가에서 히틀러의 독일이 보여준 독재적 리바이어던이나 아프리카 티브족 사회가 보여주는 어떤 정치적 위계도 없는 부재의 리바이어던, 이 둘의 단점만 결합한 종이 리바이이던 등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필요한 건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국가와 사회가 타협이 싸워 상대를 무너뜨렸다. 국가도 사회도 결국 제로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웨덴은 국가와 사회가 각각 서로의 역량을 키우면서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며 잘 조직화했다. 

권한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어야

한국판 서문에서 공저자들은 중국은 독재적 리바이어던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빗대었다. 반면, 한국은 좁은 회랑 안에서 국가와 시민사회가 균형을 이루어 경제적 영향까지 최소화 하면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었다. 그 좁고 힘든 길을 ‘K-방역’이 해낸 것이다. 

공저자들은 “자유를 누리려면 국가와 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는 국가나 국가를 통제하는 엘리트층이 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보통 사람들과 사회가 얻어내는 것이다”고 밝혔다. 

대런 애쓰모글루는 터키 이스탄불 출신으로 MIT 교수(경제학과)다. 제임스 로빈스는 영국 출신으로 시카고대 교수(정치학과)다. 이들은 정치경제와 경제발전에 대한 역사와 현황에 대한 탁월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좁은 회랑』의 추천사를 통해 “인간 사회가 끊임없이 중앙집권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 정치사의 가장 큰 역설”이라고 썼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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