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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하는 미래교육"
"AI와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하는 미래교육"
  • 장혜승
  • 승인 2020.10.0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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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언택트 시대, 대학의 미래'를 묻다
홍승범 교수(48세·신소재공학과·사진)는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프로젝트 리더로서 차세대 정보저장기기 프로젝트 팀을 이끌었으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영년직 부교수로 부임했다. 2000년 카이스트 우수논문상, 삼성휴먼테크 은상, 2007년 삼성종합기술원 프론티어상, 2014년 한림원 물리분야 선도과학자, 2020년 이수영 교수학습혁신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홍승범 교수(48세·신소재공학과·사진)는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프로젝트 리더로서 차세대 정보저장기기 프로젝트 팀을 이끌었으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영년직 부교수로 부임했다. 2000년 카이스트 우수논문상, 삼성휴먼테크 은상, 2007년 삼성종합기술원 프론티어상, 2014년 한림원 물리분야 선도과학자, 2020년 이수영 교수학습혁신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온라인 강의가 대학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무료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코세라 가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입자가 7배나 많은 천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코세라에서 2만 5천명의 수강생들에게 인기 강의로 손꼽히는 ‘전기역학’ 강의를 통해 온라인 강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홍승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와의 인터뷰로 언택트 시대 대학의 미래를 그려봤다. 홍 교수와의 인터뷰는 서면과 화상회의 도구인 ‘줌’을 통해 진행됐다.  

-교수님의 ‘전기역학’ 강의가 코세라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인기 비결은.

“오랜 준비기간이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전기역학’ 강의는 2007년부터 준비해서 국내에서는 카이스트, 서울대, 국민대에서 단기강좌로 선보이고, 스위스 EPFL에서 방학동안 단기강의로 수업을 했으며,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강의로 발전시켰습니다. 카이스트 부임 이후에 신소재공학과의 지원과 교수학습혁신센터(CELT)의 도움을 받아서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의 플랫폼)로 준비하고, 학생과 대화 형식의 강의로 선보인 것이 많은 학생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온라인 강의, 학생 기대치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강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는데 지난 1학기 동안 질 낮은 온라인수업은 대학가 등록금 환불 운동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저는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물을 사먹는다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하는 강의는 등록금을 내고 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온라인 강의를 돈 주고 듣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그렇지만 이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물을 사먹어야 하듯이, 온라인 강의도 사서 들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강의의 질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온라인 강의를 돈 주고 사야한다는 개념에 대한 거부감을 질 낮음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수강한 온라인 강의들은 온라인이 아니었으면 듣지 못할 명강의들이 매우 많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온라인에서 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소통방식과 청자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잘하는 분이 온라인 강의를 잘 활용하려면, 방송 경험이 있는 스태프와 협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본인이 1인 방송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청자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강의를 잘 기억할 수 있게 할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온라인 강의와 연결돼서 ‘공유대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대학교육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전국 대학들이 각자의 우수한 교원·시설을 공유해 수준 높은 강의를 구축하는 공유대학에 대해 교육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간 긴밀한 협조 없이는 공유대학 사업이 ‘돈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유대학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공유가 성공하려면, 공유된 시스템이 내 것이다라는 사유의 개념이 혼합돼야 합니다. 이것은 ‘마일리지’ 방식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치 각 항공사들의 마일리지가 존재하지만, 스카이팀이나 스타 얼라인스와 같이 마일리지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각 학교의 강의나 학점은 이전 시스템처럼 운영하되 A학교에서 딴 학점을 B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항공사 비유를 다시 들자면 대한항공에서 딴 마일리지를 에어프랑스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면 스카이팀이라는 동일한 정체성 안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공유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학점교류가 잘 안된다고 하면 수준이 비슷한 대학들끼리 연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거라고 봅니다.”

“AI 기반 교육 시스템 인프라 구축해야”
-화제를 좀 바꿔 보겠습니다. 사실 코로나19로 촉발된 ‘온라인 강의’ 준비나 대응도 중요하겠지만, 대학교육의 혁신, 교수의 역할 등 중장기적으로 대학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언택트 시대 대학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5년 뒤가 되면 전 세계 대학교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고, 인터넷 최대 기업이 교육기업 역할을 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한 교육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의 지능, 성격, 학습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가상회의 공간을 통해서 학생들이 토론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때 외국 학생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더라도 실시간으로 AI 기반 동시통역이 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교수는 앞에서 학생들을 끌고 가는 보스 역할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면서 동반 성장해나가고, 이를 AI와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하는 모델이 미래 대학교육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인프라 구축이 돼야 합니다. 카이스트에는 교수학습혁신센터가 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맞는 강의실 공간, 인터넷 환경, 인공지능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교수들에게 영상강의제작 및 인공지능기반 시스템 활용법 교육을 제공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제반 비용 그리고 온라인 강의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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