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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곧 뇌인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이 곧 뇌인 시대가 온다
  • 김재호
  • 승인 2020.10.13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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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재단 ‘AI 크로스’ 강연

[카오스재단이 AI(인공지능)를 주제로 2020 가을 카오스강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수) 저녁 8시부터 12월 9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국내에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총 출연한다. ‘AI 크로스’ 제목의 강연은 의학, 기후, 음악, 수학, 로봇 공학 등 각 학문에서 AI를 어떻게 최첨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1강은 임창환 한양대 교수(전기생체공학부)가 ‘브레인 3.0 : AI와 뇌공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를 발표했다.]

 

 

카오스재단 ‘AI 크로스’ 강연 및 연재 순서

1 브레인 3.0 AI와 뇌공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

2 수학을 통하여 세상을 3차원으로 보는 법

3 게놈데이터를 이용한 정밀의료

4 딥러닝으로 엘니뇨 예측하기

5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의 현재와 미래

6 AI의 사고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7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인가?

8 바이오메디컬 인공지능

9 헬로 딥러닝: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딥러닝을 이해하기

10 음악과 인공지능의 만남

 

인간의 학습법을 모사한 머신러닝

단순한 기계와 특별한 인간

슈퍼인공지능 출현 가능성은?

 

 

뇌 연구는 왜 하나
뇌 닮은 컴퓨터 개발해
뇌 질환 원인과 해법 밝히려

 

2020년 가을 카오스재단 강연 이번엔 ‘인공지능 크로스(AI X)’ 지난 7일 온라인에서 펼쳐졌다. 이날 임창환 한양대 교수(전기생체공학부)는 ‘브레인 3.0 : AI와 뇌공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인공지능은 뇌공학의 알고리즘을 일부 차용하며 독자적으로 진화해 왔다. 이제 뇌공학은 인공지능 연구에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뇌가 인공지능에, 인공지능이 뇌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제는 뇌와 인공지능이 하나가 돼가고 있다. 

 

임 교수는 △ 뇌를 바꾼 AI(브레인 1.0) △ AI를 바꾼 뇌(브레인 2.0) △ 뇌와 하나된 AI(브레인 3.0)를 순차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뇌를 바꾼 AI(브레인 1.0)이다. 강연은 이언 스튜어트 워릭대학교 교수(수학과)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했다. “만약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결코 뇌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임 교수는 “인간의 뇌과 최적의 신경망과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며 “인간의 뇌는 이미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간 뇌의 숨겨진 비밀은 인공지능 덕분에 알려졌다. 

 

그동안 AI로 뇌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뇌의 보상 체계나 공간 기억과 공간 탐색 모델, 운동 제어 모델 등이다. 임 교수는 우리가 왜 뇌를 연구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뇌와 관련한 질병을 극복하고, 뇌를 닮은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뇌를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의 뇌와 유사한 컴퓨터를 개발해 뇌 질환이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뇌가 단순하면 우리가 단순해진다

 

AI를 이용해 뇌를 바꾼 경우로 꿈을 읽어내는 사례가 있다. 무언가를 본다는 것을 아주 작은 화소들이 뇌의 시각 피질에 있는 신경세포 하나씩에 일대일 대응이 된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꿈을 꿀 때도 시각 피질을 사용한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 꿈을 동영상처럼 재현해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뇌에 위험한 장치들을 달아야 한다. 임 교수는 꿈이 기억나지 않는 게 대부분 꿈이 쓸모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잭 칼란트 UC버클리대 교수가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로 보고 있는 영상을 복원하는 실험을 했다. 칼란트 교수는 전통적인 기계학습을 이용했다. 이후 일본의 ATR(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에서 2013년 꿈을 읽어냈다. fMRI에 들어간 피실험자들이 꿈에서 보고 있었을 것 같은 장면 이미지들과 말하는 것을 비교한 것이다. 인식 정확도를 비교해본 결과, 70% 이상이 나왔다. 

 

2019년도에는 미국 퍼듀대 연구팀이 뇌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모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보고 있는 영상을 기존 영상들을 합성하지 않고 그냥 형태를 복원해 알아맞힐 수 있었다. 즉, 피실험자가 뭘보고 있는지 알아맞추는 AI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100% 정확하지 않은데, 인간이 헷갈리는 수준과 유사한 패턴을 AI가 보였다. 

 

AI가 발전하면서 음성 인식은 진화하기 시작했다. 음성 언어 인식은 무성 언어 인식과 상상 언어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상 언어인식이 가능하려면, 두개골을 열고 뇌 표면에 전극을 부착해야 한다. 뇌에서 언어 관련 영역은 두 군데다. 표현성 언어영역은 브로카 영역이 담당한다. 이해성 언어영역은 베르니케 영역이다.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진 못했다. 그래서 뇌공학자들은 언어영역이 아니라 조음 기관(언어음을 만들어 내는 발음 기관)의 운동 영역에 주목했다. 뇌공학자들은 말 자극의 강도와 주파수의 분포를 보여 주는 그림인 스펙트로그램을 이용해 말하는 걸 2차원으로 구현해냈다. 뇌공학자들은 뇌 신호로부터 조음 기관의 운동을 추정하는 AI와 조음 기관의 운동으로부터 음성을 합성해주는 인공지능, 즉 2단계 AI 구조를 도입했다. 

 

 

AI로 상상 언어인식 가능해지나

 

다음은 AI를 바꾼 뇌(브레인 2.0)이다. 예를 들어, 인간 뇌의 길찾기 매커니즘 응용이 있다.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와 관련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장소세포, 격자세포, 머리방향세포, 경계세포, 속도세포는 길찾기과 공간 인식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뇌세포 구조를 이용한 건 바로 구글 딥마인드팀이다. 이 팀은 길을 찾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격자세포를 이용한 알고리즘은 일반적인 분산형 AI나 장소세포만 이용한 AI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격자세포 신경망을 채용한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이용해 길을 찾도록 했더니 인간과 유사하게 지름길을 찾아냈다. 

 

또 다른 사례는 신경교세포의 역할이다.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수는 163억 개이다. 대뇌피질 교세포의 수는 608억 개이다. 신경세포는 활동전이를 만들어내고, 교세포는 신경세포 지지나 양분 공급만 하는 걸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교세포 중 별모양의 성상교세포는 신경세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졌다. 즉, 잘 쓰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주거나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모방한 신경세포-교세포 회로망, 즉 새로운 인공지능 신경망이 최근에 제안됐다.       

 

뇌와 하나된 AI(브레인 3.0) 관련, 사례로 제시된 건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뉴럴링크사의 뇌 기계 접속 장치인 ‘더링크’와 커넬사의 ‘해마 칩’이다. 임 교수는 “뇌-AI 인터페이스가 가능하려면 뇌의 언어인 뉴럴 코드를 파악해야 하는데 모래사막에서 바늘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인공지능은 인간 뇌의 비밀을 밝히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이 될 수가 있고, 인간 뇌는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의 질환과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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